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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7361145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1-10-12
책 소개
목차
당신을 초대하며
추천하는 글
나드
고통 밖에서 울다
허물어지는 삶이 생을 일깨운다
정화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를 봐
그 사람 부모 뭐하는 사람인데?
그레텔
그레텔 이야기
할머니는 숲에 산다
유자
연애하지 않을 자유
여름에는 열지 않는 생선 가게
담화
나의 쾌적한 주거생활 권리
엄마의 그 많던 밥은 누가 다 먹었나
김귤
취준생의 뱃살
‘PC방’이라는 피난처
윤슬
나의 행복지수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모그
망한 성형, 성공한 보톡스
뉴노멀에 정원사가 할 일
바람
서러운 짐은 살아가는 힘
우리 모두 기생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둘리
고3이 아니라 열아홉
가깝고도 먼
바우새
생일
별자리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그날 이후, 지난 시간을 떠올릴 때
이따금씩 느껴졌던 가슴의 통증이 사라졌다. 드라마를 보다가
수술 장면만 나와도 온몸이 찌릿하던 아픔도 조금씩 잦아들었다.
2012년의 가을밤, 하필 그 시간에 그 사람 이야기를,
내 이야기를 보게 된 것일까. 어쩌면 내게 위로가 필요해서가
아니었을까. 고통 안에서 우는 것은 비명이었다. 하지만 고통 밖에서
나를 위해 우는 것은 위로였다. 힘든 시간 한가운데에 있을 때는
줄곧 자신을 잃어버린다. 고통에서 탈출하고 싶은 간절함과 좌절이
뒤섞여 내내 비명을 지른다. 그래서 고통 밖에서 고통 안의 나를
바라보는 것은 가장 익숙하면서 가장 낯선 일이 된다
- 나드 <고통 밖에서 울다> 중에서
그렇게 남편은 백수가 되었다.
“나 같은 마누라가 어딨냐”며 큰소리 땅땅 치면서 호기롭게
남편에게 “일을 그만두라”고 했지만 사실 막막하다.
남편은 불안한지 재차 “집에 있다고 뭐라 하지 마라.”
“육아 전담시키고 바깥으로 나돌지 마라.” 등 몇 번이고
내 대답을 확인한다. 이런 결정이 시댁 어들에게는 고마운 며느리로,
친정 식구들에게는 불쌍한 딸로 여기는 시선이 느껴져
내 마음을 무겁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남편이 집에서
육아와 살림을 맡으면 안 되나? 화낼 일인가?
- 정화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를 봐!”> 중에서
우리 할머니는 요양원에 산다. 이젠 거의 듣지도 보지도 못한다.
그녀는 자기 성깔과 하나도 어울리지 않는 거주지에 적응하기 위해
어설픈 노력을 한다. 바쁜데 왜 왔냐, 앞으로는 오지 마라, 거짓말도
하고 “그려 그려” 순응의 말들을 연습한다. 마음에 없는 말들 끝에
이내 고맙다, 고맙다 하는 할머니 옆에 나는 딴짓 하다 늦게 도착한
빨간 모자처럼 카스텔라 상자를 슬그머니 내려놓는다. 할머니
목소리가 반가움에 들뜰수록 나의 죄책감은 뱃속을 구물구물 휘젓는다.
앞으론 더 자주 와야겠다 하지만, 그 다짐은 요양원을 벗어나자마자
해야 할 일 리스트의 맨 밑바닥으로 옮겨질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 그레텔 <할머니는 숲에 산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