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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7512769
· 쪽수 : 220쪽
· 출판일 : 2022-11-1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6
1장
너는 내 운명 … 12
너의 이름은 캔디 … 22
무례한 사람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 32
꽃처럼 예뻤던 너인데 … 38
효리처럼 살고 싶어 … 48
가난한 사람은 자유를 모른다 … 56
화병의 치료법은 화를 안 내는 것 … 66
우리는 피터팬 부부 … 76
2장
자발적인 빈곤 … 88
나만의 심리상담소 … 94
백수 혹은 쓸모 있는 집순이 … 100
우리가 요리하는 이유 … 106
나쁜 유전자 … 116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살아지는 게 인생 … 128
해맑음 증후군 … 134
그래서 나는 당신과 결혼했다 … 140
3장
기다려, 좋은 날이 오겠지 … 150
첫 번째 치킨 … 158
어쩌다 보니 자식이 셋 … 164
팔자 좋은 여자 대신 의리 있는 여자 … 174
시들어가는 게 아니라 쉬어가는 … 180
밤마다 달님에게 빌었어 … 186
남편의 새로운 직업 … 196
고요하게, 우아하게 … 206
에필로그 … 212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물 빠진 청바지에 목 늘어난 티셔츠, 낡은 운동화 차림의 내 모습과 윤택해 보이는 그녀들의 모습이 저절로 한 화면에 담겨 떠올랐다. 애써 꾹꾹 누르고 있던 나의 불안한 현실이 우르르 튀어나올까 두려웠다. 그 현실이, 뻥튀기 기계에서 예고 없이 터져 나오는 강냉이처럼 사방으로 흩어져 나의 일상을 어지럽힐까 지레 겁을 먹었다.
언제쯤 이런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실제로 많은 걸 체념했고 내려놓았고 또 받아들였다. 잘난 사람들, 가진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고 나는 나대로 당당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나 혼자, 비교 대상이 되는 사람들과 섞이지 않고 오롯이 홀로 생활할 때만 가능한 일종의 불완전한 해탈이었던 모양이다.
- 「꽃처럼 예뻤던 너인데」 중에서
가난한 사람은 자유를 모르지 않는다. 자유가 불필요하다고 느끼지도 않는다. 그저 인내할 뿐이다. 손에 잡히지 않는 저 먼 곳의 무지개처럼 그저 갈망하며 바라볼 뿐이다. 때론 무심하고 초연하게, 때론 시기하고 애달파하며, 타오르는 갈망을 마음속의 깊고 어두운 곳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으며.
하지만 무지개도 먼 곳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 테지. 화려하고 선명한 무지개만 무지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날 저녁 나는 손에 쥔 맥주 컵 안에서 희미한 무지개를 만났다. 비록 목구멍 안으로 단숨에 사라져버렸지만, 그것은 걱정과 불안을 유예해주고 느슨해진 다짐을 다시 강하게 조여 주는 그런 순간의 반짝임을 분명 내게 보여주었다.
- 「가난한 사람은 자유를 모른다」 중에서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우린 어차피 똑같은 현실 속에 놓여 있었다. 아니, 남편이 나보다 훨씬 더 가혹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그 시절을 누구보다 밝고 씩씩하게 보내려고 노력했고,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생각의 전환.
이것은 거대한 바윗덩어리를 맨손으로 뒤엎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손바닥을 뒤집듯 쉬운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왜 남편처럼 생각할 수 없었을까. 어차피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거라면 남편처럼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속 편할 텐데. 아직 희망과 열정을 가득 품고 사는 이십 대처럼, 소박하고 부족해도 늘 즐겁기만 한 어린아이들처럼.
- 「우리는 피터팬 부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