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7715160
· 쪽수 : 440쪽
· 출판일 : 2024-07-15
책 소개
목차
주요 등장인물 - 주인공 장평산 가족 계보 008
작가의 말 - 랜섬웨어가 침투한 드라이브를 열어 보며 425
장평산 가족의 추방 내력과 시기 439
작품 해설(문학평론가 000) 451
작가 소개 451
제1화 021
인천 범마을, 2010년 3월
제2화 045
평북 룡천, 1946년 3월
제3화 105
임진각, 2010년 3월
제4화 153
량강도 운흥군, 2012년 5월
제5화 203
남과 북, 닮은 듯 낯선 모습
제6화 255
27년 만의 조우(遭遇)
제7화 337
인연의 끈
제8화 403
공멸의 환(幻)
저자소개
책속에서
제1화
인천 범마을, 2010년 3월
100여 미터 남짓한 산봉우리 다섯 개가 서쪽 바다를 가로막으며 우뚝 솟아 있다. 이곳 사람들은 이 다섯 개의 산봉우리를 오봉산(五峰山)이라 불렀다. 오봉산은 해안의 동서 방향으로 길게 녹지축을 이루며 방벽처럼 뻗어 나갔다.
오봉산 남쪽에 소래포구(蘇萊浦口)가 있다. 1960년대 말경 관광어항으로 조성된 이 포구 서쪽에 200여 호 남짓한 자연부락이 형성되어 있다. 논현동이다. 마을에 중대사가 있을 때마다 원로들이 마을 위에 있는 망월산 넓은 공터에 모여서 의논을 했다고 하여 의논할 논(論) 자와 산 이름 현(峴) 자를 사용해 마을 이름으로 명명했다.
이 논현동(論峴洞) 옆에 호구포(虎口浦)가 있다. 포구의 자연 형상이 마치 범이 크게 입을 벌리고 있는 형국이라 하여 일명 ‘범아가리 나루’라 불리기도 했다. 호구포는 아득한 옛날부터 중국의 청도나 대양으로 나가는 인천 연안의 중요한 출항지다. 또 강화도 옆 바닷길을 통해 소금과 곡물을 실은 배가 한양으로 들어가는 길목 구실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군사적 요충이기도 했다. 서구 열강들의 개항 압력에 시달려오다 발발한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를 거치면서 경기 연안의 군비 강화 필요성을 절감한 조선 조정은 서기 1879년 서해안을 통해 한양으로 들어오는 외세를 방어하기 위해 당시 어영대장이었던 신정희(申正熙)와 강화유수 이경하(李景夏)에게 명하여 이 호구포 뒤에다 군사용 포대를 설치했다. 포대를 축조할 당시에는 호구포대(虎口砲臺)라 명명했으나 현재는 논현포대로 불러오고 있다.
이 논현포대 옆에 대단위 국민임대주택단지가 들어섰다. 휴먼시아 범마을 아파트단지다. 남동국가산업단지(남동산단) 옆에 조성한 이 아파트단지는 서울–인천 간 경인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목포 간 제1서해안고속도로, 제2서해안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인천지하철, 서울–인천 간 경인전철, 수원–인천 간 수인전철 등 집을 나서면 10분 안에 전국 어느 곳으로든 고속도로나 철도망으로 연결되는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갖추고 있다. 거기다 사시사철 짙푸른 숲으로 이어지는 오봉산 산자락 밑에 조성되어 있어 건설 초기부터 수도권 시민들에게 핵가족시대의 모델형 주택단지로 눈길을 끌었다.
이곳에는 북한이탈귀순동포 집성촌이 있다. 천신만고 끝에 자유를 찾아 남으로 내려온 북한이탈귀순동포들에게 통일이 되어 정든 고향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그동안의 기막힌 사연과 응어리진 가슴속 한을 달래며 탈북민으로서의 제2의 인생을 설계해 보라고, 정부가 아파트 몇 동을 떼어내어 대한민국 내에서는 제일 큰 북한이탈귀순동포(혹은 <탈북자>, <탈북민>, <새터민>이라고도 한다.) 집성촌을 조성해 주었다. 그때부터 이 <휴먼시아 범마을 아파트단지>는 국내 언론으로부터도 여러 차례 조명을 받은 바 있다.
- 본문 <제1화 인천 범마을, 2010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