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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미궁

박용진 (지은이)
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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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미궁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7756279
· 쪽수 : 184쪽
· 출판일 : 2018-10-20

책 소개

파란 시선 시리즈 30번째. 2006년 [서정시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박용진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인터체인지, 손님, 정글 북 등 다양한 시로 구성되어 있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인터체인지 ― 15
손님 ― 17
첫, 사랑 ― 19
롱 비어드 코러스 ― 23
Time and tide ― 25
정글 북 ― 27
꼬리뼈처럼 ― 30
까만 ― 33
늙어 보지 못한 피의 냄새 ― 35
그림자 없는 마을 ― 36
흥분의 역사 ― 38
Overheat ― 44
네가 고마웠다 그래서 너를 망가뜨렸다 ― 46
화요일들 ― 47

제2부
라이카 ― 51
뿌리 ― 54
출생신고 ― 57
눈 속의 물고기 ― 59
그믐 ― 60
방, 물고기 속의 물고기 ― 62
산책 ― 65
추기경이 되기까지 나는 ― 66
그들은 우리의 종교 ― 69
가족이 되다 ― 71
얼어붙은 불 ― 74
나는 발톱을 깎고 있었다 ― 76
태양 마차 아래에 누워 있던 엄마 ― 78
께나 ― 80

제3부
학대의 방식 ― 83
집 ― 85
오보에 ― 87
아름다운 날들 ― 88
머스태쉬, 내가 사랑한 머스태쉬 ― 90
세상에서 가장 미숙한 ― 97
화진여관 ― 99
그림자의 주인 ― 101
심해어 ― 104
톱니바퀴 ― 105
농담 ― 109
화장(火葬) ― 112
늑대가 온다 ― 113
육등성 ― 115

제4부
당신의 화장(化粧) ― 119
처음에 대한 이야기 ― 121
웅덩이 ― 126
물고기 무덤 ― 129
양과 뱀장어의 여름 ― 131
방아쇠 ― 135
마틸다! ― 137
잘 지내고 있어요 완벽하게 ― 141
해와 달이 함께 떠 있던 밤 ― 143
상징의 힘 ― 145
혼자인 아이에게 ― 148
선인장 윌슨에게 ― 150
Kronos ― 155

해설
전영규 크로노스 우화집 ― 157

저자소개

박용진 (지은이)    정보 더보기
서울 양정중학교 국어교사. 2006년 〈서정시학〉으로 등단했고 시집 《미궁》으로 김달진창원문학상을 수상했다. 청소년 독자를 위해 쓴 책으로는 《10대를 위한 나의 첫 시 쓰기 수업》이 있다. 모든 학생이 즐길 수 있는 기발한 창작 활동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다. 중학교 국어 교과서 집필과 서울특별시 교육청에서 만든 자유교과 과정인 ‘생각을 키우는 퍼즐과 게임’ 개발에 참여했다. 재미와 의미가 모두 있는 수업을 만들려는 교사 모임인 ‘퍼즐과 보드게임 수업연구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이야기의 근본은 재미다.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쓸 수 있도록, 학생들과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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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화진여관

그곳의 이름은 화진여관. 그녀가 그토록 들고 싶어 했던 곳이다. 강철로 가득한 거리. 늘 비가 내리던 거리. 거기에 그 여관이 있었다. 거리의 시작 아니면 끝이었을 길에 자리 잡은 낡아 빠진 여관. 누군가는 목을 매고 자살한 이 층 여관. 간판이 깜빡거리는 여관.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햇볕은 아늑하고 가로수들은 푸르렀지만.

거기에 그 여관이 있었다. 그녀는 그곳에 들어서는 것을 무서워했다. 한 사람이 간신히 들어설 수 있는 좁은 입구를 무서워했다. 그 앞에 놓인 가파르고 조잡한 시멘트 계단을 무서워했다. 조도 낮은 형광등 아래 놓인 숙박계를 무서워했다.

낙원에서 온 수많은 이름들이 거기 있었다. 불량형의 아침, 아니면 저녁마다 창밖의 불빛을 손톱으로 건드려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인 삶들, 강철의 시작 혹은 마지막이었을 이름들. 그녀의 이름 위로 걷고 있었다. 같잖게. 같잖게. 중얼거리며. 거기에 그 여관이 있었다.

어두운 복도. 문. 문. 문. 문. 어항 밖으로 튀어나온 물고기가 파닥거리고 있었다.

거기에 그 여관이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 들어갔으니까. 그곳이 이화장이었든 화산장이었든 결국에는 화진여관이었을 그곳에 우리는 들어갔으니까. 모든 것이 너무나 단단했고, 제대로 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 때였으니까.

문.

다시 거리에 서면 햇볕은 아늑하고 가로수는 푸르렀던

낙원. 우리는 그곳에 들어갔으니까.

사라진다. 냉동육의 태양이 이글거린다. 강철 아지랑이가 일렁인다. 강철의 살갗 위로 강철의 뼈가 돋아난다. 온몸의 구멍에서 강철의 혈관이 쏟아져 나온다. 절삭되고 깨져 나가고 산화되어 가고 있는 강철의 내부, 넘어설 수 없는, ***


처음에 대한 이야기

들어 보세요. 제가 사랑한 아버지가 옛날에 여기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버지, 그를 뒤덮고 있는 나비들만 보이는 것이어서 그 아래 아직도 아버지가 계신지는 알 수 없지만 느린 날갯짓 위로 그가 창조한 수많은 얼굴들이 그저 오고 가는 것인데 그것이 또 참 좋고 슬픈 것입니다.

“그 면면이라는 것은 웃고 있는 사기꾼, 사기꾼이 발명한 사랑, 사랑이 모욕한 불쾌함, 불쾌함이 유감스러워한 바람, 바람이 난해해하던 녹록함, 녹록함이 낡은 거리에서 발견한 수염 같은 것들.”

제가 사랑한 아버지다운 바람, 바람이 전한 붉은 비밀, 붉은 비밀처럼 저는 수염들을 악보 위로 주워 모아 보는 것인데

“한평생 해몽을 해 온 습관이 그녀의 출생을 음모한 것이다.”

수염이 낳았다는 아버지의 얼굴이 조각조각 맞춰지는 듯도 합니다. 또 언젠가 그가 제 가슴을 도려내 던져 버린 날이 보이는 듯도 합니다. 저는 우리 아기 가슴뼈로 만든 새장 속에 아직도 앉아서 안아 주지도 못하고 팔을 뻗어 볼 뿐일 것인데

“끄집어낼 수 없는 것은 손안에 품어 보지 못한 꿈.”

오래 그의 꿈을 먹고 통통해진 나비들이 떼 지어 날아가 버리는 것입니다.

“시간은 단단하고도 부드러운 표면을 가진 탓에 아버지의 꿈, 그 마지막을 보지 못하였으니 가련함이란 이제 누구의 것인가?”

내 아버지, 그가 이 세상에 유일하게 만든 것이 나비라고만 사람들은 알고 있겠지요.

“그렇지 않다. 얼굴 속에 사는 유령들은 녹아내린 꿈에 젖어 아름다운 것들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기도 했던 것이다.”

제가 나비를 건드려 얼굴이 태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그는 결코 잠들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를 부정할 것이다. 잡을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채워진 계절에.”

제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만든 것이 결국 아버지가 되어 버린 아기들이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을 것입니다.

“아니다. 그녀는 아버지의 혀를 잘라 늪 속에 빠뜨렸고 그것이 처음으로 고래가 되었고 고래는 늪을 돌아다니며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들을 그 속에 낳기 시작했다. 거미가 꿈을 물어다 아기들에게 먹였고 아기들은 귀엽게 살이 올라갔고 아기들이 꿈을 꾸며 싼 배설물들이 그림자가 되었다.”

“아니다. 새장 속에서 꾸물꾸물 그녀는 흘러내려 그림자가 되었던 것이다. 그림자는 남자를 낳았고 남자는 늑대를 키웠고 늑대는 밤을 배설해 냈고 밤은 혀로써 사랑하는 법을 남자에게 가르쳤다. 그 와중에 늑대의 배설물 속에서 아기들이 발견되었던 것이다.”

그는 우리 아기들을 하나씩 하나씩 결코 잔인하지 않을 손가락으로 집어 꾸욱 눌러 터뜨리고 또 꾸욱 눌러 터뜨려 버리곤 했지요. 그러나 살아남는 그림자 하나쯤은 어떤 이야기에든 있기 마련입니다.

“거기서 피어난 아픈 꽃은.”

처음으로 말이라는 것을 한 것은 아버지의 그림자였습니다. 그림자는 꽃을 예쁘게 키워 그 안의 씨들을 뿌리기 시작했던 것이어서 최초의 말은 사기꾼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다음은 사랑, 그다음은 불쾌해, 그다음은 바람, 그 다음은 녹록해, 그리고 마지막은 사실 수염이 아니라 아버지였습니다.

“그것은 수염이 되고 말 것이다. 그녀의 무성한 콧수염을 보라. 아버지는 지상에서 가장 위태로웠던 것이다.”

이제 세상에서 가장 낡은 거리만큼 오래 아버지가 보입니다. 저거 보이지요? 지금 저 아버지에게서 흩어져 나와 늪을 향해 기어가고 있는 저 무수한 뱀들을 보세요. 지금 딱 좆만 하게 말라비틀어져 있는, 내가 사랑한, 저 아버지를 보세요. 나비 한 마리가 달 위에 내려앉는데 아, 이제야 알겠습니다. 그가 제게 주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수염, 굵은 수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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