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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91187777748
· 쪽수 : 124쪽
· 출판일 : 2019-02-20
책 소개
목차
옮긴이의 말
이상한 가족
할머니 세 분 등장
소원을 들어주는 기계
사라진 에밀리
할머니들을 바쁘게 만들어야 해
할머니 네 분은 너무 많아
슈퍼할머니
리뷰
책속에서
에르그 아빠와 에밀리 엄마는 나흘이나 집을 비우게 되었다.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집에는 에르그와 에밀리만 남게 되었다.
“돌아올 집이 없어지면 어떡하죠?”
에르그 아빠가 고민에 빠진 표정으로 말했다. 언젠가 에르그가 정원에다 지하 요새를 만들겠다며 현관문을 통째로 떼어 낸 적이 있어서였다.
“할머니들 가운데 한 분께 아이들을 보살펴 달라고 부탁드리는 편이 좋겠어요.”
에밀리 엄마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에르그가 뭔가를 떼어 내지 않는다 하더라도, 에밀리가 뭔가에 걸려 넘어지거나 망가뜨릴 게 뻔했다.
에밀리는 에르그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키는 훨씬 컸다. 발도 아주 커서 에르그 아빠보다 더 큰 신발을 신었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에르그와 에밀리는 할머니가 네 분이나 계셨다. 왜냐하면 에르그 아빠와 에밀리 엄마가 서로를 만나서 결혼하기 전에, 두 분이 따로따로 이혼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 할머니는 매우 깐깐한 분이었다. 머리카락을 한 올도 남김없이 꼼꼼하게 올리고 무서운 표정으로 “인생은 언제나 ‘안 돼’라고 말하지.” 하고 말했다. 하지만 인생은 목소리를 낼 수 없으니까 할머니가 대신 말했다. 그래서 오 분마다 한 번씩 “안 돼.”라는 말을 했다.
둘째 할머니는 걱정이 유난히 많은 분이었다. 무슨 일이든 할머니에게는 걱정거리였다.
“에밀리는 비타민을 잘 먹고 있니? 에르그를 특수학교에 보내야 하지 않겠니?”
한밤중에도 걸핏하면 전화를 걸어서 남달리 가라앉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묻곤 했다.
셋째 할머니는 굉장히 부자였지만 굉장히 인색한 분이었다. 그리고 에밀리가 제일 싫어하는 할머니였다. 셋째 할머니는 늘 커다란 초콜릿 상자를 들고 왔다. 에르그 아빠와 에밀리 엄마에게 초콜릿을 한 개씩 주고, 할머니 혼자 여섯 개를 먹었다. 초콜릿이 남으면 집으로 도로 가져가 버렸다.
에밀리는 인정머리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며 투덜거렸다. 에르그도 맞장구를 치긴 쳤지만, 그래도 다른 할머니들보다는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항상 새로 산 차를 타고, 머리 색도 달라져서 왔기 때문이다.
넷째 할머니는 천사 같은 분이었다. 상냥하고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얼굴에 주름이 가득했다. 만일 에르그와 에밀리가 싸우거나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댄다면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병원에 실려 갈지도 모른다.
에르그와 에밀리는 당연히 넷째 할머니가 돌봐 주시길 바랐다. 할머니가 어지럼증을 느낄 행동만 하지 않으면, 보통은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