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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7886686
· 쪽수 : 180쪽
· 출판일 : 2021-08-12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변명 혹은 부탁
혼자 먹는 밥
뚝배기니까 장맛
겉절이의 비애
괜찮다는 개똥철학
▪ 나에게 딱 맞는 뚝배기 고르기
불 조절의 기술과 타이밍의 예술
취향과 소비와 수집
뚝배기를 기억할 것
▪ 나만 맛있을지도 모르는 뚝배기 레시피(1)
달걀찜 고수의 위엄
가락국수의 정석
먹는 이의 최선
인도에서 맛본 뗌뚝
▪ 나만 맛있을지도 모르는 뚝배기 레시피(2)
뚝배기 요정의 꿈
변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
뚝배기 풋고추와 농활의 기억
천국의 육개장
▪ 나만 맛있을지도 모르는 뚝배기 레시피(3)
원적외선과 맛의 상관관계
국물이 국룰
뚝배기의 최후
기꺼이, 라는 말
▪ 뚝배기 관리법
▪ 참고문헌 및 사이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외롭고 고단할 때일수록 잘 먹으려고 노력한다. 세상에 내 맘대로 되는 일은 잘 없는데, 먹는 것까지 마음 같지 않으면 얼마나 속상한지 모른다. 세 끼를 꼬박꼬박 먹지 않아도 일 년이면 천 번, 평생 수십만 번의 밥을 먹는다. 그토록 자주 반복되는 일을 대강 해치워버린다면 삶 전체가 너무 서글퍼질 것 같다.
혼자 밥을 먹는 것은 품격 있는 일이다. 누구도 고려하지 않은 채 내 취향대로 메뉴를 선택하고, 내 입맛대로 요리를 하며, 내 마음대로 맛을 보는 탁월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기회이다.
뚝배기 입장에서 가장 억울한 속담은 ‘뚝배기보다 장맛’이다. 겉모양이 보잘것없어도 내용은 훌륭하다는 뜻이니, 뚝배기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리다. 숨 쉬는 그릇인 뚝배기야말로 장이나 김치 같은 발효음식을 담기에 제격 아니던가. 따라서 ‘뚝배기보다 장맛’이 아닌 ‘뚝배기니까 장맛’이라고 해야 맞겠다.
뚝배기는 내 취향에 딱 맞는다. 사양 좋은 전기압력밥솥과 예쁜 조리도구가 넘쳐나는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요, 트렌디하다고 보기에도 어려운 모양새지만, 적당히 낡은 느낌이라 그런지 오래 써도 변함이 없다. 나는 세련되지 않은 그 투박함이 좋다. 단순하지만 단조롭지 않은 선과 둔탁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빛깔, 묵직한 무게감이 마음에 든다. 가격도 저렴해서 살 때마다 죄의식을 느끼지 않으니 그것 또한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