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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국내 BL
· ISBN : 9791188079230
· 쪽수 : 855쪽
· 출판일 : 2017-04-24
책 소개
목차
1권
00. 프롤로그. 너무 예쁜 것도 문제
01. 예쁜 게 죄라면 넌 사형감
02. 다정한 게 죄라면 넌 사형감
03. 눈치 빠른 게 죄라면 넌 사형감
2권
04. 너무 멋진 것도 문제
05. 멋진 게 죄라면 넌 사형감
06. 나약한 게 죄라면 넌 사형감
07. 당당한 게 죄라면 넌 사형감
08. 예쁘고 멋진 게 죄라면, 너흰 사형감
01. 외전 . 운 없는 게 죄라면 넌 사형감
02. 외전 . 모르는 게 죄라면 넌 사형감
03. 외전 . 화끈한 게 죄라면 넌 사형감
후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한니발의 얼굴은 미친개라는 별명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해맑고 천진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자신의 말투가 그냥 「사람 말투」라 해주었다. 바닐라의 가슴 한쪽에서 불쑥 막연한 기대감이 튀어나왔다. 혹시 이 사람이라면……. 바닐라는 알 수 없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면서 물었다.
“……그 꽃, 분홍색이라 했죠?”
“응. 그렇지.”
“그럼 혹시 한니발님도 분홍색 좋아하는 거예요?”
“아니. 그건 그냥 그 꽃이라서 좋아한 거야, 분홍색을 좋아하진 않아. 그렇다고 싫어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요? 전 제일 좋아하는 색이 그 색이에요.”
난 도대체 이 사람에게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거지? 스스로에게 의문을 가지면서 바닐라가 한 말에, 한니발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럴 줄 알았어. 자기랑 어울려. 새롭고 따스한 색깔이잖아.”
“……네?”
“왜 그래? 자기랑 정말 어울린다고.”
새롭고 따스한 색깔. 바닐라는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들었는지 믿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남자가 분홍색을 좋아하다니, 징그럽다」라는 말만 숱하게 들어왔던 바닐라는 멍해지고 말았다. 한니발은 바닐라의 보닛 챙을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난 분홍색 하면 봄이 생각나더라. 벚꽃 때문인가? 그리고 봄은 다시 사계절을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고.”
“…….”
“그런데 자기, 현실에서도 그 색깔 옷 자주 입고 다녀? 그랬으면 좋겠다. 되게 어울릴 것 같아.”
한니발의 말에 바닐라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어째서인지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어렸을 적에 싫다고 버둥거리는 시연이의 머리에 억지로 분홍색 원피스를 밀어 넣던 엄마의 모습, 분홍색 니트 하나 입었다고 자신을 손가락질하던 친구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그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분홍색은 여성스러운 색깔이라고. 남자에겐 어울리지 않는 색이라고.
그런데 난생처음으로 성별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분홍색을 「새롭고 따스한 색」이라 말해주는 사람이 생겼다.
바닐라는 입을 틀어막았다.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울컥울컥 올라와서,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한니발은 그런 바닐라가 의아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왜 그래, 자기?”
바닐라는 한니발에게 소책자를 휙 던졌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직접 골라요. 갖고 싶은 아이템.”
“응?”
그렇게 명령하듯 말한 바닐라는 팩 고개를 돌렸다. 한니발은 소책자를 든 채 바닐라를, 특히 잘게 떨리는 바닐라의 어깨를 말없이 쳐다보다가 갑자기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바닐라의 이마를 그 커다란 손으로 가렸다. 갑자기 이마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바닐라가 흠칫한 순간, 한니발이 그 위에다 살짝 입을 맞췄다. 이건 또 뭐야……?! 바닐라의 눈이 커질 대로 커졌다.
바로 방금 당하고도 믿을 수 없는 행동이었다. 바닐라가 말 그대로 어쩔 줄을 몰라 하자 한니발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자기가 너무 예뻐서 갑자기 키스하고 싶었어. 하지만 허락받지 않고 함부로 키스하면 실례잖아.”
바닐라는 멍하니 한니발을 쳐다보았다. 한니발은 손을 거두면서 말했다.
“그래서 이렇게 간접적으로 한 거야. 아, 그런데 혹시 이것도 기분 나빴어?”
“……그건 또 왜 물어요?”
“사과하고 다신 안 하려고.”
바닐라의 얼굴이 화르륵 타올랐다. 분명 직접 닿은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부끄러웠다. 하지만 이런 속마음을 들킬까 봐, 바닐라는 애써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양 담담하게 말했다.
“사과는 필요 없어요. 이 정도는 기분 나쁘지 않으니까요.”
한니발은 씨익 웃으면서 바닐라의 머리칼에 얼굴을 비볐다.
“오, 진짜? 그럼 한 번 더 해도 돼?”
“뭔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하는 거예요……?!”
“에이, 어차피 그냥 내 손등에다 입 맞추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그리고 무엇보다, 기분 안 나쁘다며?”
“아 좀 떨어져요……!”
“싫어, 자기.”
그런 둘을 지켜보며 음식을 나누어 먹고 있던 가젤과 사루비아는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의외로 스위트한 남자였네. 개또라이인 줄 알았더니만.”
“그러게. 생각한 것 이상으로 잘 어울린다.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
둘은 서로를 마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