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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88079940
· 쪽수 : 340쪽
· 출판일 : 2017-08-22
책 소개
목차
14. 사라진 섬, 마하엔스
15. 꺼지지 않는 불
책속에서
“제법 긴밀한 사이죠.”
리리가 헛소리를 해대는 아스더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 노려보자 그는 즐거움이 가득 담긴 미소로 말을 이었다.
“저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겁니까? 그래도 서로 깊은 속내를 털어놓는 사이라 여겼…….”
“추시죠, 춤.”
리리는 덥석 아스더의 손을 붙잡았다.
아스더는 뻔뻔하게도 “가시죠, 영애.”라는 소리를 지껄이며 리리를 에스코트했다.
홀 가운데에 서고, 자세를 잡느라 둘의 거리가 확 좁아졌다.
“왜 이래. 내가 방해하지 말라고 했잖아.”
리리는 잇새 사이로 사납게 물었다.
물론 표정 관리는 소홀히 하지 않아 면사 아래로만 분노가 표출되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다른 사람들에겐 그리도 친절하면서 내겐 왜 이리 박하실까.”
“안 그러게 생겼어? 묻는 말에나 대답해. 이게 무슨 짓이야. 방해해서 얻는 게 대체 뭔데?”
“나는 딱히 방해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장난해?”
연주에 맞추어 몸을 움직였다. 춤을 시작함과 동시에 무용 스킬이 발동되었다는 시스템창이 떴다.
연회장 내의 소란이 차차 잦아들었다. 리리는 체감하고 있었지만 투덜거리는 입만큼은 멈추지 못했다.
“그쪽이랑 이렇게 춤을 추면 황자를 거절한 내가 뭐가 되냐는 말이야.”
“그러게, 추지 그랬어.”
말이나 못 하면. 리리는 확 발을 밟아버리고 싶었다. 어차피 무용 스킬의 영향 때문에 엉망으로 춰도 문제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왕 나선 거 완벽해야겠다는 욕심이 앞서 간신히 참았다.
“자꾸만 빼길래 춤을 못 추는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니군.”
“내가 못하는 게 어딨어?”
“그런가.”
자신감 넘치는 리리의 발언에 아스더는 웃음을 흘렸다. 리리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주위 풍경에서 용케 원하는 인물들을 찾아내었다. 여전히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지켜보는 황후와 오묘한 표정의 황자.
“아, 내가 못 살아, 정말.”
“그쪽 말고, 이쪽을 보도록.”
아스더가 리리의 등을 감싼 채 휙 방향을 바꾸었다. 갑작스러운 변화였지만 리리는 능숙하게 받으며 아스더가 가리킨 쪽으로 힐끗 시선을 던졌다. 황홀한 시선을 내던지는 귀족들 사이에 공작 부부가 서 있었다. 둘 역시 스킬의 영향으로 애정이 솟아나는 것을 감추지 못하는 상태였다.
“나는 나름대로 널 도와준 건데 말이야.”
그리 말하며 씩 웃는 아스더의 얼굴은 재수 없으면서도 멋졌다.
“내 편에 서주겠다고?”
“글쎄. 속이야 어떻든 그럴지도 모른다는 여지를 남기는 게 더 중요한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