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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88339723
· 쪽수 : 472쪽
· 출판일 : 2021-08-31
책 소개
목차
바람의 섬 • 물마루 너머 바람 타는 섬
화산의 섬 • 하로산또를 모독하지 마라
돌담의 섬 • 세계 농업유산에 빛나는 돌담
여자의 섬 • 정말 남자보다 여자가 많을까
귤의 섬 • 원한의 과일에서 꿈의 과일로
곶자왈과 숲과 물의 섬 • 곶과 자왈이 만나 숲을 이루다
녀의 섬 • 해녀 한명이 사라지면 박물관 하나가 사라진다
흑조의 섬 • 쿠로시오가 가져온 자연과 문명의 선물들
돌챙이의 섬 • 제주의 혼이 깃든 미학의 압권은 돌문화
테우리의 섬 • 조랑말은 아무나 키우는 게 아니다
표류의 섬 • 조선시대에 베트남에 간 사연은
신들의 섬 • 에게해에는 올림포스, 제주도에는 본향당
해금과 유배의 섬 • 바다에 뜬 감옥을 만들지니
삼춘의 섬 • 이 당 저당 궨당이최고
우영팟의 섬 • 장수를 원하는 이들, 제주도로 가라
탐라와 몽골의 섬 • 잃어버린 왕국을 찾아서
장두의 섬 • 탐라의 독립을 허하라
저자소개
책속에서
1932년 해녀투쟁을 다룬 현기영의 소설 제목은 《바람 타는 섬》이다. 너무도 적절한 제목이다. 혹시라도 제주도를 따스한 남쪽나라 정도로 안다면 오산이다. 평균 기온이야 따스하지만 속살까지 파고드는 매운 바람은 체감 온도를 가차없이 떨어뜨린다. 칼끝 바람에 눈발이라도 날리면 앞길이 묘연하다. 그러다가도 햇볓이 쨍하는가 하면 다시금 눈 오고 바람 분다. 이튿날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눈은 자취도 없이 녹아버리고 바람이 잦아들어 봄기운을 풍긴다. 여우가 하루에도 수십 번 시집을 가는 섬이 제주도다.
생각을 바꿀 때가 됬다. 과거에 금강산학이 유효했다면, 바다의 미래를 꿈꾸는 시대에는 해산(海山)으로서의 한라산학이 더 전진적이다. 신경준이 《산경표》에서 한라산을 과소 평가한 것은 유감천만이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바닷길 따라 화산섬으로 이어지는 산맥의 해양적 맥락을 간과한 육지중심 풍수관으로 여겨진다. 육지의 맥이 있다면 바다에는 해저의 맥이 이어지기 때문에 21세기형 신풍수관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바람이 제주의 무형 표징이라면 돌은 대표적인 유형 표징이다. 한국의 미, 그런 단일적 표현으로 한반도 전체의 미를 평가하곤 하는데 제주도에는 들어맞지 않는다. 제주의 미는 독자적, 독립적이다. 가령 한복의 미학과 감물을 들인 갈옷의 미학은 분명히 다른 잣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