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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희곡 > 한국희곡
· ISBN : 9791188343287
· 쪽수 : 318쪽
· 출판일 : 2019-12-12
책 소개
목차
여자는 울지 않는다 ― 이보람
전화벨이 울린다 ― 이연주
개인의 책임 ― 이오진
밤에 먹는 무화과 ― 신효진
에세이 : 비로소 그녀가 행동하는 순간 ― 차현지(소설가)
책속에서
피해자 :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기사를 검색해요. 오늘은 또 어떤 끔찍한 사건이 생겼을까. 어떤 불쌍한 인간들이 나왔을까. 팔이 잘리고 눈알이 뽑히고 머리가 잘린 사람들의 사진들을 봐요. 너넨 좋겠다, 괜찮아지지 않아도 되니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지 않아도 되니까.
여자 : …….
피해자 :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굴러가는데, 나만 망가졌어요. 나는 그날에서 한 발자국도 나갈 수가 없는데, 시간이…… 흘러요.
여자 : (고개를 숙인 채 배를 향해) 괜찮아. 모든 게 괜찮아질 거야. 난 그날에서 벗어났어. 난 앞으로 나아가고 있어. 난 극복했어. 난 이겨냈어. 괜찮아. 너 진짜 열심히 노력했잖아. 그 노력들이…….
― 「여자는 울지 않는다」에서
수진 : 내 얼굴이 아닌 거 같아요.
(사이)
수진 : 회사에서도 웃는 연습을 해요. 거울 보면서. 그런데 거울로 웃는 내 얼굴을 보고 있으면 어떨 땐 무서워요.
(민규, 수진을 바라보다가 안대를 건넨다.)
민규 : 생각, 감정 다 지우고 몸을 먼저 움직이는 거예요. 입꼬리 먼저 올려봅시다.
(수진, 안대를 쓰고 입꼬리를 올린다.)
민규 : 자, 지금 느껴지는 감각을 기억해요. 이번엔 원래대로 해보세요.
(수진, 입꼬리를 내린다.)
민규 : 어때요? 차이가 느껴져요?
수진 : 잘 모르겠어요.
민규 : 무슨 일 하는지 물어봐도 돼요?
수진 : 콜센터 다녀요.
민규 : 그럼 소리가 중요한 거죠?
수진 : 네.
민규 : 그 상태에서 소리를 만들어보는 거예요. 들리는 게 중요하니까. “콜센터 다녀요.”를 입꼬리 올리고 말해보세요.
수진 : (입꼬리를 올리고) 콜센터 다녀요.
― 「전화벨이 울린다」에서
진영 : 오빠는 이 생을 물려줄 만큼 이 생을 사랑해?
(사이)
진영 : 오빠가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자정이 다 되어 돌아왔을 때, 내가 눈이 벌게져서 너한테 화낼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으면. 애가 당신이 다음 날 아침 출근할 때까지 우는 걸 멈추지 않으면. 혹은 애가 어디가 아파서 그 병을 치료하는 데 당신이 버는 돈의 몇 배가 더 들면.
(사이)
기창 : 내가 밤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느 밤에. 네가 하루 종일 아이를 보느라 오줌도 제때 못 싸서 방광염 걸린 채로 있는데. 내가 어느 날 밤에 술에 취해 돌아오지 않는다면. 혹은 술에 취해 돌아와서 (사이) 너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사이)
진영, 문득 웃는다.
― 「개인의 책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