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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98555023
· 쪽수 : 316쪽
· 출판일 : 2013-12-27
책 소개
목차
청소년 희곡집을 내면서 004
김나정_ 방과 후 앨리스 007
이오진_ 바람직한 청소년 055
김슬기_ 美성년으로 간다 125
이양구_ 복도에서 169
한현주_ 개천의 용간지 207
오세혁_ 한 번만 좀 때려 볼 수 있다면 265
청소년극 좌담 298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청소년 시절, 어른들은 내게 괴물이었다. 빤한 거짓말에, 자기들 생각을 주입하며 영문도 모를 규칙들을 강요했다. 나는 겉으론 즐거워 보여도, 심란했다. 어른들 눈에는 내가 괴물 같았을 거다. 마음으론 고아 같았고,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을 꿈꿨다. 그 시절 나는 도통 속을 모를, 발끈하다 침울하고, 헤헤거리다 한숨을 쉬는 종잡을 수 없는 존재였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폭발할 시한폭탄. 대부분의 시간을 책을 읽으며 지냈다. 책은 나에게 방벽이며 울타리였다. 버티기 위해서였다. 허나 즐거운 망명이었다.
그 시절이 마냥 암흑기는 아니었다. 매점에서 뜨거운 물을 부은 컵라면을 들고 복도를 걸었다, 연극반 친구들과 화장실에서 대본을 읽었다, 야자 때 친구들과 빗자루를 들고 박쥐를 쫓았다, 생리대를 꾸깃꾸깃 주머니에 넣어 주던 친구들과, 운동장 벤치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던 기억은 살아 있다. 나를 못 견디게 하는 것들과, 날 견디게 했던 것들은 한통속이었다.
지나고 나면, 모두 추억. 그건 어른들 얘기다. 이 시절을 지금 겪는 청소년들에게는 하나마나한 얘기다. 어른으로서, 청소년 시절의 추억을 말하고 싶진 않았다.
작품에 등장하는 어른들은, 한국사회라는 권력 앞에서 비교적 무력한 사람들입니다. 나는 십대 아이들은 발랄하고 새롭고 창의적이나 권위에 찌든 기성세대가 그들을 위압한다, 라는 시선이 싫습니다. 그들도 거대한 시스템 앞에서 나름의 피해자이고, 작품에서 이 부분이 드러나기를 바랍니다. 돈 먹이고 겨우 교장이 되었지만, 다른 학교 교장들한테 무시당하고, 학생 학부모들 눈치 보는 교장, 대한민국의 건강한 (마초) 남성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으며 자라 왔고, 자신이 아이들을 옳은 길로 인도해야 한다는 정의감에 불타는 시야 좁은 체육선생, 사내 동료이자 유부남을 사랑하는, 소문 많은 공립학교 교사 사회에서 전전긍긍하는 양호선생. 어느 누구도 아이들보다 어른스럽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다만 시스템을 붕괴시키려고 시도하지 않으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일 뿐입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사실 하나같이 안쓰럽습니다. 하지만, 작품을 쓰며 그들을 거창하게 위로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결국 각자의 고민들입니다. 이레도, 선생님들도, 현신이도, 지훈이도, 봉수도, 심지어 지훈이 아버지도.
|머리말|
해마다 고등학교 교사 분들에게 혹시 학생들과 공연할 만한 희곡이 있는지 문의하는 전화를 받는다. 마땅한 희곡이 적고 그나마 구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나는 청소년극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할 만한 처지는 아니다. 그렇지만 이렇듯 청소년들이 공연할 만한 희곡이 적은 데 대해서는 희곡을 쓰는 사람으로서 마음이 불편한 데가 있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관련될 만한 곳에 청소년 희곡집을 출간해 보라고 얘길 해 봤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주변에 희곡을 쓰는 작가들에게 이 일을 한번 해 보자고 제안하였다. 작가들은 취지에 흔쾌히 동의해 주었고 바쁜 시간을 쪼개서 단막 희곡도 한 편씩 써 주었다.
다른 희곡에 견주어 상대적으로 쉬운 작업일 거라고 생각했다가 다들 애를 먹은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에 묶은 작품들을 두고 이런 저런 비판을 받을 수 있겠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지 않았다면 이 작업을 못했을 것 같다.
청소년 희곡집을 내면서 상업적인 목적이 아니라면 여기 있는 희곡들을 마음껏 공연해도 좋다. 공연의 조건에 따라서 마음껏 각색하여도 작가들은 불만이 없을 것이다. 애초에 공연팀 사정에 따라서 이렇게 저렇게 바꿔 보라고 만든 책이다.(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