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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8343591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22-10-31
책 소개
목차
잠에 진심입니다
잠이라는 쾌락
잠 덕후의 운명을 받아들이다
젊은 날엔 잠이 흔해만 보였네
내 인생의 도둑잠
잠 억압의 개인사
세상 짠한 잠
다 좋은데 당신과 자야 하는 게 문제
꿀잠을 위한 장비병
히말라야의 리버 피닉스
미치도록 자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밤을 새운 적이 언제더라
뭣이라, 자면서 깨달음을?
수면계의 홀든 콜필드가 되고 싶어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현실은 고되고 자극에 반응하는 자아의 활동은 활발하다. 하지만 자는 동안에 에고(ego)의 생각 공장은 휴업에 들어간다. 자면서 불안, 결핍감, 고독, 분노, 갈망… 같은 것들도 정화 작업을 거쳐 다룰 만한 사이즈로 줄어든다. 잠잘 때 두뇌 회로 구조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활발하게 분비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안정감과 균형감각을 되찾고, 그 안도감을 몸과 마음은 또렷이 기억한다. 그래서 중독된 것처럼 이불 속 동굴로 들어가곤 했다. _「잠이라는 쾌락」
사실 뭔가를 열망하고, 실망감을 이겨내며 산다는 것 자체가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걸 인지했다면 아무 때나 쏟아지던 잠에 조금은 더 너그러웠을까. 자신을 긍정하고, 스스로 애씀을 알아주고, 셀프 격려할 수 있는 청춘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그걸 자기 합리화와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갖추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_「잠 덕후의 운명을 받아들이다」
그 시절의 나는 가끔 수면 억압의 앞잡이가 됐다. 세계는 장막을 덮어쓰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설치미술 같아서 내가 잠든 사이에 결정적인 장면이 연출될 것만 같았다. 나만 빼놓고 친구들이 의미와 재미의 모닥불 둘레를 에워싸고 있지 않을까 초조해했다. 인생의 전반전에는 부모가 어린 우리를 재워놓고 그 시간에 뭔가를 도모했다면, 이십대 이후에는 처지가 바뀐다. 다음 날 생계가 걸린 확실한 일과가 있는 부모는 잠자리에 들 수밖에 없다. 그 틈을 타서 우리는 졸음 따위 손등으로 슥 닦아내고 밤의 세계를 질주하는 것이다. 그렇게 잠을 밀어내고 밤을 향유하는 세대가 바뀐다. _「젊은 날엔 잠이 흔해만 보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