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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8451036
· 쪽수 : 288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잃어버린 슬픔을 찾아서
1부 나는 둥글어져야지
의자를 샀다 | 의자 · 이정록
둥글게 둥글게 둥글다 | 둥긂은 · 허은실
희망이 후루룩 | 국수 · 이재무
생활을 산다는 것 | 완전한 슬픔 · 황규관
시인의 마을 | 꽃 지는 저녁 · 정호승
돌침대와 라텍스 | 침대를 타고 달렸어 · 신현림
다리미의 눈물 | 추억의 다림질 · 정끝별
어떤 웃음 | 웃지 마세요 당신, · 이규리
몇 겁의 여자 | 늙은 여자 · 최정례
동사무소만이 알고 있다 | 동사무소에 가자 · 이장욱
가장 위대한 나의 동맹 | 남편 · 문정희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 빈 집 · 기형도
오줌에 대하여 | 물을 만드는 여자 · 문정희
멈칫 | 내 기분 · 강달막 할머니
아무도 몰랐으면 | 무서운 손자 · 강춘자 할머니
그리운 시간 | 뒷골목 풍경 · 이동순
보고 싶은 얼굴 | 엄마가 들어 있다 · 이수익
수많은 그, 그 남자 | 권오준씨 · 정영
일의 기쁨과 슬픔 | 생활에게 · 이병률
어떤 다른 사치 | 사치 · 고은
2부 헤어지는 연습을 해야지
다정한 그 어깨는 어디로 갔을까? | 종점 · 이우걸
괜찮아, 홀로 떠 있어도 | 외딴섬 · 홍영철
떠나는 연습 |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 조병화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 전화 · 마종기
지는 게 아니라고 | 화 · 도종환
질투의 열정 |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시처럼 살다 | 내 늙은 아내 · 서정주
눈물과 똥물의 인과관계 | 손을 씻는다 · 정진혁
너를 기다리다 | 너에게 · 최승자
엄청난 제자리걸음 | 탕자의 기도 · 손택수
우리의 밤 | 밤 · 박시하
새하얗게 맑은 마음 | 눈 · 윤동주
아무런 두려움도 없이 |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 황인숙
미남이니까요 | 이우성 · 이우성
어디에서나 시는 | 젖이라는 이름의 좆 · 김민정
어쩌지, 소심해서 | 사과 없어요 · 김이듬
꼭꼭 씹어 삼킨다 | 밥 · 천양희
우리는 정답게 | 밥을 주세요 · 김지녀
의자가 의자에 앉아 | 포개어진 의자 · 김소연
그건 바람만이 | 바람 속에 답이 있다 · 밥 딜런
3부 그래도 살아가야지
감사한 일요일 | 독거 · 안현미
새가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 | 삶은 달걀 · 백우선
무거운 눈물 | 슬픔의 자전 · 신철규
어찌할 수 없고, 어찌할 바를 몰라도 | 어쩌자고 · 진은영
슬픔은 괜찮다 |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 박준
시간을 바라보는 일 | 버들가지들이 얼어 은빛으로 · 최하림
시시포스의 운명 | 야간 산행 · 오세영
인생은 개척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 | 속리산에서 · 나희덕
번짐의 기적 | 수묵 정원 9 ? 번짐 · 장석남
세상의 모든 아버지에게 | 귀여운 아버지 · 최승자
반지하 인간 | 지하인간 · 장정일
내 안의 파시스트 | 껌 · 김기택
등뼈의 시간 | 걷는다는 것 · 장옥관
밧줄이 필요해 | 내 자아가 머무는 곳 · 박서원
키리코의 그림과 함께한 십오 초 | 슬픔이 없는 십오 초 · 심보선
울음이 온몸으로 밀려들어온 후에 | 초산 · 장석주
나도 견디고 있다 | 겨울산 · 황지우
가만히, 천천히 눈을 감고 | 오래된 기도 · 이문재
가로등 그늘 아래 서면 | 가로등 · 박종국
무릎을 꿇어본 후 알게 되는 것 | 무릎으로 남은 · 유병록
리뷰
마침내 미소를 | 이우성
참고문헌
리뷰
책속에서
‘인사이드 아웃’은 패션 용어로 속을 뒤집다라는 뜻. 겉과 속을 뒤집어 입도록 만들어 안팎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옷입니다. 꿰맨 자국이 밖에 보이기도 하고, 커다란 주머니를 등에 매달기도 하지요. 시가 그렇습니다. 마음의 겉과 속을 뒤집어, 슬픔의 찬란한 바느질을 보여주지요. 그렇게 시인이 위대한 이유는 슬픔과 약함을 부끄러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때는 저도 마인드 컨트롤에 매달렸습니다. 화가 나거나 우울할 때, 그 끓어넘치고 추락하는 감정을 평균으로 다잡기 위해, 상처 입은 마음을 부단히도 다그쳤지요. 이젠 그러지 않습니다. 불안하고 외로운 저녁엔, 시를 읽습니다.
엄마인 나는 아이의 산, 오두막, 밥공기, 밥알, 사탕, 별, 꽃, 물….
타인을 위해 둥글어진다는 것. 작은 타인을 내 몸으로 껴안고 굴러간다는 것. 그것은 참으로 무서운 진리더군요. 가끔씩, 새벽이면 또르르 눈물이 떨어져 내렸습니다. 오늘 하루도 멀리까지 굴러가기 위해, 굴러가서 먹이기 위해, 낙석을 피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 몸을 동그랗게 말아야지, 뒹구는 돌이 되어야지. ‘응, 응, 응’, ‘예스, 예스, 예스’.
그때까지 다정했을 모녀의 산책길은, 먼저 영정 사진을 찍고 계신 어르신 앞에서 급격히 반전되지요. ‘언젠가’라는 아득한 시제가 훅 눈앞에 다가온 것입니다.
‘나도 저렇게 하는 거냐’라고 흠칫 놀라던 어머니는, 사진사가 사진을 찍기 위한 구체적인 행위로 검은 보자기를 뒤집어쓰자, 급히 말씀하십니다. ‘나 웃으까?’
‘나 웃으까?’…
좌표 없이 허둥대는 당신의 물음표에 가슴이 내려앉습니다.
어떤 자식이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까요.
만약 당신이 웃으신다면, 그 웃음의 소유권은 어머니에게 있을까요, 자식들에게 있을까요.
시인은 아무 말도 못한 채 돌아오는 길에 속엣말을 합니다.
‘웃지 마세요 당신’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