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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8672127
· 쪽수 : 140쪽
· 출판일 : 2019-04-25
책 소개
목차
자서 7
당신의 어깨 ―시의 장소 13
쓸쓸한 몇 편의 사랑 노래 15
죽은 엄마에 의한 엄마의 교정 25
나비의 꿈 29
매복 32
밧줄 끊기 34
파비안 35
장미 화환을 쓴 암흑 37
타인들과의 관계 39
4월 41
나의 시 ―그대에게 가기 위하여 43
이 시대에 살기 45
우리의 패배주의 47
시와 힘 50
미망(迷妄)의 아이들 52
폼페이 54
눈 56
TV의 말놀이를 주제로 한 몇 개의 성찰 58
지옥에서 ―감기 기운 68
나의 병 1 ―자가 진단, 반성을 위하여 70
나의 병 2 72
나의 병 3 74
나의 병 4 76
어느 밤의 울기 78
나의 (시) -삶은 각질이다. 따라서 언어도 각질이다. 80
불면 -추함에 길들기 1 83
화장 -추함에 길들기 2 85
지하철에서 -추함에 길들기 3 87
또 가을 88
나의 시 -약한 너에게 기대어 91
나의 시 -죽음과 더불어 살기 93
나의 시 -무한의 받아쓰기 95
절망적인 시법(詩法) 98
봄 99
L씨의 주검에게 101
다시 오월 103
나의 시 -여기에서, 언제나 여기에서 105
소설을 읽지 않는 이유, 또는 막가는 나의 시법(詩法) 108
엄마 버리기, 또는 뒤집기 109
강시 131
햇살, 세시의 짐승 132
결핍으로서의 존재 -어두움의 기록 1 133
결핍으로서의 존재 -어두움의 기록 2: 뜨개질의 성찰 135
결핍으로서의 존재 -어두움의 기록 3 139
저자소개
책속에서
당신의 어깨는 좁은 뜨락이다.
꽃이 피어 있다.
누구의 입김으로 여기에 남은 흔적
이토록 현란하게 흔들리다가
붉은 백 겹의 혓바닥으로 꽃 피어난 걸까.
꽃은 또한 발자국이다.
우리가 큰 소리로 아, ‘확인’이라 외치며
남기는 발자국,
우리는 떠나도 뒤에 남아 홀로 피어나듯.
춤추는 발자국의 길,
당신은 언제나 아프다.
언제나 두고 와 돌아보는 어제처럼
당신의 완결된 어깨의 길,
어쩌면 쓸쓸하게 하늘에 닿아 있을까.
당신의 어깨너머엔
날아가는 커다란 눈, 참 여러 개.
「당신의 어깨 -시의 장소」전문
나비를 보았다.
깊은 밤, 내 숨소리 허공을 향해 올라갔을 때.
우리의 기질이 나비의 날개를 가진다면
우리는 다만 있는 일만으로 족하리라. 왜냐하면
버려버릴 것을 모두 가벼운 날갯짓으로 벗어버린 뒤에
우리는 알몸으로 비로소 남아 있을 수 있으므로.
그때에 내가 내 육체를 향해 새삼스러이 말을 걸리라.
“안녕! 예쁜 나여!”
나비는 언제나 내 영혼의 깊은 곳을 찾는다. 그가 말했다.
“가능하면 더 깊은 곳을”
어느 날인가 나는 그가 수줍은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들었다.
“나는 금이 간 영혼을 사랑해.”
어째서지?
“잘 몰라, 하지만 어쨌든 그들에게선 좋은 냄새가 나.”
그리고 그는 날아갔다.
나는 덜덜덜 흔들렸다.
그리고 조금 뒤엔 바람이 칠흑이 그리고 핵이 남았다.
꿈꾸는
핵
나는 다시 나비를 보았다, 아니 오히려 가졌다.
내가 모든 여행길의 돌짝밭에서 돌아올 때
조심스러운 비상으로
다시 시작하는 나비.
「나비의 꿈」전문
우리는 모든 것들의 등 뒤로 돌아선다
시대가 우리에게 잘 맞지 않는
의복처럼 우리를 건드리고 지나간다
안녕 누더기여 안녕
‘건강하게’
정신이 외친다 ‘건강하게’
원칙이여 ‘건강하게’
깜깜하다 바람소리
우리는 숨어서 키웠다 언젠가는
함께 있고 싶었다 어떤 날 미친 듯이
축제를 벌이고 싶었다 순진한 혼(魂)들,
나는 눈물이 나왔다
귀여 문을 열어라 편재(遍在)하시는 귀여 문을 열어라
열려라 콩 참깨 예수그리스도
우리는 요정처럼 자유로웠다
상한(上限)과 하한(下限)까지 하루에
골백번 드나드는 요정 우리는 모든 것들
뒤에서 또 새로이 또 하나의
등이 되었다 흐느끼며
우리는 효율을 건져내려고
많이 삐걱거렸다 저마다 혼자만큼씩
각각, 구체적으로, 삶의 사건과,
만났다, 할 수 없이, 지치며,
우리의 깜깜한 배경 위로
파랗게 불꽃이 지나간다
손톱이 자라고 시대가 흔들린다
「매복」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