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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8708024
· 쪽수 : 186쪽
· 출판일 : 2018-07-20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장 저는 군사학교로 갑니다
2장 하필이면 해병!
3장 역사 교사로 전역하다
4장 함흥 사람, 현봉학
5장 처음으로 드리는 꽃다발
6장 말이 없어도, 알 수 있는
7장 단 한 번의 만남에 모든 것을 걸다
8장 돌아온 배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 무엇보다도 방문자센터 입구에 놓여 있는 커다란 모형 배! 크기만 다를 뿐, 우리 집 지하실에서 보았던 그 배와 똑같은 군함이 거기 있었다. 마치 그 배를 타고 곧 바다로 나갈 듯이 내 마음이 콩콩 뛰기 시작했다. 바로 이런 배가 우리 집에 있었구나. 그렇다면 내가 헛것을 본 게 아니었다. 그 배가 나를 오늘 여기로 데려온 것이구나! 내 안에 무엇인가가 요동을 치면서 목이 울컥 메었다.
라루 선장은 누구와 의논할 것도 없이 배를 부두에 댔다. 선원들은 우선 화물부터 내려놓았다. 300톤의 항공유를 내려놓고 배에 있던 화물을 전부 바다에 던졌다. 배를 항만에 유도하고 선적하는 전문가인 포니 대령은 이 모든 일에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만 명이 되거든 나에게 보고하시오.”
라루 선장은 그렇게 지시를 하고 자신은 선장실에 들어가서 무릎을 꿇었다.
“오, 하나님! 어쩌시렵니까? 이 많은 목숨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만 명의 생명이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사람을 너무 많이 태운 상륙정이 갯벌에 박혀서 옴쭉 달싹도 하지 못하는 광경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가는 도중에 풍랑이라도 만난다면, 항만 근처에서 기뢰에 걸리기라도 한다면, 기껏 힘들게 구한 목숨을 바다에다 수장시키면 어찌할 것인가. 이 배를 책임 진 선장으로서 어깨가 무거웠다.
“하나님, 이 사람들을 구해주십시오. 대신 무엇이든지 하겠습니다.”
매번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지만 아직 기회를 잡지 못한 희끗한 초로의 노인에게 앵커가 마이크를 들이댔다.
“부모님은 연세가 얼마나 되셨을까요?”
“아버님이 올해로 팔십칠 세이십니다. 어머님은 팔십오 세이시구요.”
“그렇다면 북에 계신 부모님이 이미 돌아가셨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사람이 구십 살도 안 되어 죽습네까?”
그는 갑자기 화를 내며 아주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 자신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모의 죽음을 거론하자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었다. 또 다른 팔십이 넘은 남한의 노인 부부는 당시 시부모에게 맡겨 두고 온 갓난이 막내아들을 만날 희망으로 매일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고 했다.
“언젠가 내 아들을 만나려면 건강해야 해요. 나는 백 살이 되도록 살 겁니다. 죽기 전에 그 애를 꼭 만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