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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8806669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25-05-16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밥 한 술이 꽃 한 다발
1장 이동하고 싶었다, 간절히
마치 처음 먹는 밥인 듯
초봄, 벼의 자리를 준비하다
의심 없는 반복, 그걸 답습이라 하지
2장 볍씨가 꿈꾸는 쌀밥의 무게
볍씨를 매만지는 마음
호찌민과 생일이 같은 그녀
이 많은 모판을 어찌 옮기지?
3장 풍년새우와 투구새우가 사는 논
뜬모 한 포기, 곡식 한 대접
청둥오리와 개구리가 사는 논둑
힘들기는 하지만 괴롭지는 않아
4장 벼꽃을 기다리며 꽃물을 대다
벼꽃 한 송이가 쌀 한 톨
자급자족의 허상과 정치의 부재
거미줄 논과 멧돼지 무덤
5장 벼멸구 들판에서 정치를 생각하다
까치밥과 불사조 할아버지
벼멸구는 왜 우리 논을 피해 갔을까
농경민의 후예들, 벼를 거두다
에필로그 - 보릿고개가 태산보다 높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 책은 매일 밥상에 올라오는 쌀밥의 서사이자 논물에 발을 담그고 사는 농부의 분투기다. 벼농사와 인간사가 긴밀하다 보니 기후변화와 사람의 정치도 함께 짚었다. 원고를 쓰며, 밥심으로 사는 많은 이에게 벼 베는 들판의 구수한 나락 냄새를 부쳐 주고 싶었다. 새봄의 볍씨가 내미는 예쁜 촉, 못자리에서 자라는 파릇한 어린모들, 태풍과 병충해를 이겨 낸 황금빛 알곡도 보여 주고 싶었다. 벼 외에도 얼마나 많은 생명체가 논에 사는지 알려 주고 싶었고, 공손히 들여다보아야 보이는 덤덤하고 무심한 벼꽃도 자랑하고 싶었다. 여러분의 밥이 한때 꽃이었다고, 벼꽃이 바로 밥꽃이라고 속삭이고 싶었다. 밥 한 술에서 꽃 한 다발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머리말)
볍씨 한 가마가 이루어 낼 가을의 성과를 상상하는 일은 직장인일 때 가졌던 연봉의 기대감과 사뭇 다르다. 소득이 노동력 투여량에 비례하지 않고, 자연재해의 불확실성과 맹목의 정치에 영향을 받으며, 최선의 노력이 최선의 결과로 이어질지 미지수인 직업이 농부지만, 그럼에도 한 해 농사를 앞두고 볍씨를 매만지는 마음은 설렌다. 이것은 살아 있는 생명체, 장악하고 경쟁하고 앞서려는 강박 없이 오직 보살피고 아끼고 북돋는 과정이 농사니까. 그래서일까. 볍씨가 이룰 가을의 성과는 통장의 숫자가 아니라 쌀밥의 무게로 온다. 이 심리적 든든함을 남들이 이해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