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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잉 게임

크라잉 게임

이언주 (지은이)
나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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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잉 게임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크라잉 게임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9052577
· 쪽수 : 212쪽
· 출판일 : 2022-12-01

책 소개

202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이언주 소설가의 소설집이다. 7편의 단편이 들어 있다.

목차

그리는 손
크라잉 클럽
코타이 순환선
황지
매화우
동아분식
사십 일

발문-구효서(소설가)
작가의 말

저자소개

이언주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19년 무영신인문학상 202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20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창작기금(발표 지원) 선정 시집 『그림자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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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그라운드에 선 투수는 투구하기 직전 타자의 긴장된 찰나가 한눈에 잡히는 법이다. 앞에 앉은 사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슬로비디오처럼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는 불안이나 호기심이 얼굴을 드러낸다. 흘리는 말에도 사람들은 지도 앱으로 호주의 서남부에 어떤 도시가 있는지 확인했다. 창민은 그런 사람들에게 일부러 반말을 했다. 몇 가지 단순한 문장과 표정만으로도 웬만한 인생을 표현하기에 충분했고 돌려막기가 가능했다. 손님이 많아지면서 점점 자신감이 붙었다. 닥터 백의 여유 있는 몸짓이 그에게도 배어 나왔다. 시간을 더 늘릴 필요가 있을 때는 손가락 끝으로 카드를 가볍게 두드렸다.
돌아온다던 닥터 백은 날짜를 점점 미루더니 언젠가부터 연락이 끊어졌다. 항공권만 구하면 돌아가리라 마음먹었던 창민은 닥터 백이 돌아오면 떠날 거라고 생각을 바꿨다, 지하공간이 좁긴 해도 지내기에 불편하지는 않았고, 수입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어느 날인가 테이블 커버를 걷는데 새삼스레 손을 그리는 손이 눈에 들어왔다. 창민은 연필을 들고 그림 위를 따라 그려 보았다. 유리에 연필 끌리는 소리가 거슬렸다. 그림을 꺼내 보니 연필 밑그림을 따라 그린 종이에 미세하게 잉크가 번져 있었다. 그림 뒷면에 닥터 백의 사인이 있었다. 카드의 주도권은 뽑는 사람이 아니라 읽는 사람에게 있다고 하던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창민은 가만히 자기 손을 펼쳐 보았다. 그림을 제자리에 다시 밀어 넣고 한 달만, 딱 한 달만 더 있기로 했다.
-<그리는 손> 중에서


나는 잠자코 듣기만 했다. 흘깃 바라본 윤미오의 얼굴이 오래된 벽지처럼 누렇게 찌들어 있었다. 자기 세계에서 거부당한 그녀에게 어떤 위로의 말도 필요 없어 보였다. 남 영사는 담뱃불도 끄지 않고 턱을 고인 채로 졸고 있었다.
김 선생님은 아내가 중국인이라고 하셨죠.
무슨 소린가 싶어 나는 고개를 들었다.
좋으시겠어요.
윤미오는 남 영사의 손가락에서 담배를 뽑아 비벼 껐다.
미래의 전처가 중국인이긴 하죠.
재밌는 분이네요. 아직 같이 살기는 살고요?
윤미오가 피식 웃으며 내 말을 받았다.
나는 아내가 혼자 캐나다에 갔다고 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미래의 전처라는 말이 영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아내와 통화를 못 한 지 며칠 되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서운한 마음 때문에 메이가 남처럼 멀게 느껴졌다. 의미 없는 말을 주고받으며 여기도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윤미오는 따라 놓은 와인은 입도 대지 않고 잔을 빙글빙글 돌리기만 했다. 나는 치즈 한 조각을 들었다가 접시에 내려놓았다.
서울로 가시는 겁니까?
내가 다시 물었다.
갈 데가 또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 돌아갈 집이 없네요.
집이라는 단어를 들은 남 영사가 ‘아, 씨!’ 하고는 다시 푹 고꾸라졌다. 윤미오가 씁쓸하게 웃으며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다.
허공으로 연기를 뿜어내는 윤미오를 보며 나는 울적해졌다.
사업성 있어 보였어요. ‘우는 사람들 모임’ 매력적이잖아요. 타국에서 겪는 설움이나 애환을 풀 데가 있다는 게. 멀쩡한 사람들이 우는 장면, 상상만 해도 재밌지 않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의 슬픔만 들여다보지 남의 인생 따위는 관심 없더라구요. 좋은 울음 터를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참 어렵다!
윤미오가 남 영사를 흔들어 깨웠다. 귀에다 대고 뭐라고 했는지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와인 말고 다른 술은 없는지 물었다. 취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기분이었다. 출입구 옆의 커다란 창을 바라보았다. 비가 내렸고, 지나가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고, 유리창은 실내를 그대로 담고 있었다. 졸고 있는 남자 옆으로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여자와 남자. 붉은 조명 때문에 손님 끊긴 정육점 정물화 같았다.
- <크라잉 클럽> 중에서


게스트하우스에서 카지노까지 운행하는 코타이 순환선은 오전 열 시와 오후 한 시, 하루에 두 번 있었다. 토요일 새벽 저가 항공으로 도착하는 사람 대부분 관광보다는 카지노에 관심이 많았다. 숙소에 짐을 푼 관광객들은 잠깐 눈을 붙였다가 바로 오락장으로 갔다. 사오십 대가 대부분인 손님들은 도착하면서부터 들떠 있기 마련이다. 나는 그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어떤 농담도 시니컬하게 받아넘겼다. 숙소를 출발해서 코타이 호텔 오락장까지 가는 이십여 분 동안 마카오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했다.
내가 마카오와 인연을 맺은 것은 샌디 박의 게스트하우스 광고 계약을 따고부터였다. 샌디 박은 코타이 오락장 2기 개장에 맞추어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했다. 나는 홍콩에서 교민 잡지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고, 「굿모닝 홍콩」은 그런 잡지 가운데서도 발행 부수가 많은 편이었다. 계약을 마친 다음 박 사장은 내게 특별히 소개할 곳이 있다고 했다. 페리 터미널에서 차로 10여 분 떨어진 큰 호텔이었다.
“대단하지 않아요?”
마치 그곳이 자기 호텔이나 되는 것처럼 샌디 박은 내부를 자세하게 소개했다. 샹들리에와 대리석 기둥으로 이어진 통로를 지나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가 펼쳐져 있었다. 아케이드를 가로지르는 수로와 중세 유럽풍의 아파트가 건물 안에 들어와 있었다. 마주 보고 있는 집마다 발코니에는 활짝 핀 베고니아 화분이 놓여있고, 수로를 따라 흔들리는 곤돌라에서 사공들이 노래를 불렀다. 어스름한 하늘빛의 돔 천장엔 흰 구름이 둥둥 떠다녔다. 두리번거리며 샌디 박을 따라 가드를 통과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 <코타이 순환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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