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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들은 마주 본다 들추지 않고

치마들은 마주 본다 들추지 않고

희음 (지은이)
  |  
걷는사람
2020-10-01
  |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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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들은 마주 본다 들추지 않고

책 정보

· 제목 : 치마들은 마주 본다 들추지 않고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9128869
· 쪽수 : 150쪽

책 소개

걷는사람 시인선 28권. 희음 시인의 시집. 2016년 등단한 시인은 비평 웹진 《쪽》을 발행하며 여성주의 비평에세이 쓰기에도 몰두해 왔다. 그의 시적 화자가 사건화하는 장면은 우리로 하여금 무심코 지나쳤던 풍경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목차

1부
동거
한 자세로 오래 있지 않기
스프링 노트의 스프링 홀
창문의 쓸모
(불)가능한 추방
이후의 잔
보물찾기
종합병원 구내 이용원
유리 판자
Mass
삼킨 것들
도로 끝, 그리고
라이프

2부
아프지 않게 조금씩 버려지는 코뼈
우리는 키스한다
미아
서 있는 사람
앉아 있는 사람
배낭이 된 남자
도서관 사람
가위들
우리는 반쯤 잠이 든 채로
월미도
이국의 루이스
비가 내렸고 개가 없었다
사랑의 완성
연주를 하자
목젖의 시절
비대한 사람
국경일 오후
어루만지는 높이

3부
목뼈들
우리는 세계과자점에 가요
두 사람
맨발
스푼들
사양
미끄럼
목소리의 계속
얼룩 이야기
비린내
어느 날, 젤리피시
아니다

4부
의자 이야기
장래희망 달성 수기
인류 보편의 잡화상
뛰어내리는 달
브루클린
걸어도, 걸어도 젖지 않는
죽음이 말하는 한 방식
맨스플레인
어느 선한 의도에 대하여
여름 벽
붉은
치마와 치마와 치마와 치마

해설
시로 그리는 몽타주
- 소유정(문학평론가)

저자소개

희음 (지은이)    정보 더보기
다양한 형태의 불안정 노동을 하며 글을 쓴다. 평등한 관계 맺기와 상호 돌봄이 어떻게 모두의 일상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캣스마일 글쓰기’, ‘지여시-지금 여기의 시 쓰기’, ‘기후위기 앞에 선 창작자들’ 등의 모임을 만들고 참여해왔다. 일상비평 웹진 [쪽]을 기획해 함께 운영하면서 그림책 비평 에세이를 연재했다.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은 이듬해인 2021년에 시집 《치마들은 마주 본다 들추지 않고》를 펴냈다. 함께 지은 책으로 《김용균, 김용균들》, 《구두를 신고 불을 지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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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이곳은 너무 캄캄해. 웨이터, 웨이터, 목소리는 빛처럼 칠흑을 따라 번져 가는데, 웨이터는 없고, 목소리로만, 우리는 기다리고, 웨이터, 웨이터, 조금만 더 우리는 기다려도 되나요. 보이지 않는, 만져지지 않는 우리를, 우리가 찾아 돌아오도록, 웨이터, 웨이터, 부르면서 우리는, 웨이터, 웨이터, 다른 것이 될지도, 더 좋은 다른 것이, 될지도 모르죠.

-「Mass」 부분


과일가게는 내부수리중이라고 했다. 명백한 거짓말이다.

누런 개는 느리게 마을을 돈다. 느리고 확실하게 죽어 가고 있다.

노을은 아무것도 거두어 가지 않는다. 저녁은 자꾸 돌아온다.

병든 모과 하나가 골목길 구정물 위를 구른다. 향기가 좋다.

우리는 아무것도 보지 않기 위해 서로의 얼굴에 더 가까이 간다.

향기가 좋다. 그렇다고, 어린 시절을 찾아 두리번거리면

우린 그걸로 끝이다. 체리를 씻는 흰 손은 등 뒤에만 있다.

대신 우리는 키스한다. 침 냄새에 옛날이 이끌려 나온다면

우린 조금 더 늙는 셈이다. 키스하면서 우리는 느리고 확실하게

죽어 갈 수 있다. 우리의 꿈이 골목 입구를 제대로 찾는다.
-「우리는 키스한다」 전문


그가 앉아 있다

3인용 가죽 소파 한 귀퉁이에
닳고 얼룩진 매트리스 위에
바람 부는 세 발만 남은 식탁 의자에
더럽혀진 2월의 눈밭 위에
쇠로 된 시소의 안장 한 끝에
어느 빌라 에어컨 실외기 위에
골목 어귀 콘크리트 계단 가운데
멋대로 웃자란 강아지풀을 뭉개고
엉망이 된 잔디의 검푸른 물 위에
나란한 두 개의 무덤 사이에
허기진 짐승의 늑골 곁에
말들이 끝나버린 입술 아래에
불가능한 사랑의 복숭아뼈 위에
그리고 다시 소파로
그는 돌아와 앉아 있다
슬픔이라곤 처음인 손님의 얼굴로
-「앉아 있는 사람」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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