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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괜찮냐고 묻지 않았다

아무도 괜찮냐고 묻지 않았다

고혜진 (지은이)
꿈공장 플러스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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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괜찮냐고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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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아무도 괜찮냐고 묻지 않았다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9129699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0-10-23

책 소개

가족이 아프면 겪게 되는 것들, 자꾸만 찾아와 모든 것을 뒤흔드는 장마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삶에 대하여. 삶과 죽음 그리고 가족을 돌아보게 만드는 첫째나무 고혜진 에세이.

목차

프롤로그 - 듣고 싶은 이야기

하나, 오늘도 바람은 불어오고
쓰레기봉투를 사던 날 14
혈액이 몸을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 1분 17
마지막 인사는 불친절하게 찾아온다 21
몰랐다. 어미 새도 부모는 처음인 것을 25
기적을 부르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이름 28
엔딩(ending)을 선택할 수 있다면 33
식혜 한 모금이면 살 것 같았다 38
피해자의 마음을 가해자는 모른다 42
때로는 모르는 것이 죄가 된다 47
반성문의 수신인 50
마른 익사 54

둘, 세상은 휴대 전화 공포증 절찬리 판매 중
낯설고도 흔한 휴대 전화 공포증 60
대한민국에만 존재하는 꼰대와 화병 63
생각을 강요하는 정서적 폭력, 가스라이팅 67
혐오의 시대 72
고슴도치야 사람들이 미안해 76
인간 부품화 작업 79
그들의 만능치트키 82
영원히 고통 받는 방총 86

셋, 차라리 나무가 되고 싶은 새벽엔
아픈 건 당신 잘못이 아니다 92
환자 보호자 가이드 95
이유를 알 수 없는 밤들 100 ?
팔 할이 감정 쓰레기통이었다 104
저온 화상 108
부모님의 사춘기, 갱년기 112
정신과 약을 논하자면 115
끝까지 참으면 미운 오리 새끼 119
불편을 마주할 용기 122
칭찬은 밥 먹여 주지 않는다 125
엔딩 폴리시 129
용서하지 않아도 괜찮아 134
어둠을 몰아내는 것은 138

넷, 비가 오면 우산을 꺼내 들자고
바람길 146
아름다운 글씨는 그 사람의 인품을 나타낸다 150
감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154
불편한 면접에 대처하는 쇤네의 자세 157
크나큰 행복도 한걸음부터 162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이이제이 167
편견이 가리는 것 171
나이테시를 짓는 시간 174
자기 연민의 늪 178
마음은 여유롭게, 하루는 충실하게 181

다섯, 오늘도 대나무 숲에 삶을 묻네
너는 괜찮니 188
마지막 인사 189
가장 부르기 싫은 이름 190
그림자도 흐려지던 날 191
내가 돌만 던져서 이렇게 비가 오는 건가 192
포기해야만 깨어나는 꿈 194
밤을 닮은 빛은 195
기로 196
빙하를 녹이는 법 197
기다림 잦아든 최후의 보루에 흙을 덮어 주었다 198
살아간다는 것 199
산에 오르다 200
탈피 201
응원 202
박힌 별에게 빌면 전해질까 203
첫마디의 중요성 204
달이 뜨기 전에 205
분실물, 오늘 206
번데기의 신분 207
탈고(脫苦:괴로움에서 벗어나다) 208
후회는 성실하고 깨달음은 게으르다 209
햇빛에 나를 소독하는 중입니다 210
운명애(運命愛) 211
두고 내리는 물건이 없는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212
아침에 214
대나무 숲의 카멜레온 215
잘 가라, 나의 겨울아 216
아무도 괜찮냐고 묻지 않았다 218

에필로그 - 정지 버튼과 시작 버튼은 같다

저자소개

고혜진 (지은이)    정보 더보기
나무를 좋아하며 집안에서 첫째다. 필명은 첫째나무. 어려서부터 무언가를 배우고 혼자 연습하는 것을 좋아했다. 한 번 꽂히면 질릴 때까지 파고드는 편이며, 요즘 가장 즐거운 일은 만년필 잉크 잉금술과 매일 손글씨 연습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아글인 8기라는 이름을 매우 아낀다. 일복과 인복을 타고났다. 대학에서 중어중문학과 국어국문학을 복수 전공했다. 20대를 하얗게 불태우고 맞이한 번아웃에 길게 쉬게 됐지만, 넘어진 김에 쉬어 가며 글을 쓰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작가라는 이름으로 글도 쓰고, 강연을 하기도 한다. 시집《따뜻한 바람에도 가슴이 시리다》출간 (20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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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쓰레기봉투를 사던 날

이제 약을 줄여보자던 의사의 말을 듣던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나의 길고 긴 겨울이 끝나가고 있었다.

병원 밖 하늘은 흐린 회색빛이었다.
바람이 불면 제법 선선했지만, 눅눅하고 더운 오후였다. 빵빵거리는 소리 뒤로 구급차가 다급하게 지나가고 문득, 걷고 싶었다.
아는 얼굴이라도 마주칠까 조금 걱정됐지만, 바람도 느끼고 지나가는 것들도 보면서 걷고 싶으니까.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등줄기에 땀이 흐르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나쁘지 않았다. 살아있다는 증거니까. 우중충한 하늘을 좋아하지 않는데, 그날은 썩 마음에 들었다. 해묵은 감정들로 얼룩덜룩한 나와 어울리기도 했고, 하늘이 굳이 파랄 필요는 없으니까.
오늘을 그냥 보내면 안 될 것 같아 즉흥적으로 마트에 들어갔다. 그리고 쓰레기봉투를 샀다. 바람이 불어도 눅눅한 날씨 탓에 땀이 나기 시작했지만 그마저도 개운했다. 그냥 다 좋았다. 현관문을 여니 시원하고 달달한 공기가 나를 와락 안아 주었다.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안아 주는 것 같아 신발도 못 벗고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소리까지 내며 목이 마를 때까지 한참 울었다. 창문도 열고 커튼도 열고 습한 공기라도 마음껏 마시고 나서야 편안한 내 집에 들어온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아직 씻지도 않았는데 자꾸만 이불에 눕고 싶어 잠시 고민했다.
집에 오면 병적으로 순서까지 지켜가며 반드시 완료해야만 마음이 놓이는 것들이 있었다. 삼중 잠금장치까지 여러 번 확인하고 보일러실, 옷 방, 베란다를 순서대로 둘러보고 고데기는 여전히 안전하게 전원이 꺼져있는지 두 번 점검하고 나서 마음이 놓이면 그제야 손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한다. 불안한 마음이 커지면서 점차 길어진 루틴이었다. 이것을 깨고 싶은 충동이 든 것이다. 처음으로. 그래서 손만 씻고 곧장 이불로 향했다. 오늘 많은 것을 깨버릴 생각으로.

생각해 보면 이불은 항상 편안했다. 억지로 괜찮지 않아도 됐고, 굳이 설명을 요구하지도, 억지 부리지도 않았다. 벌떡 일어나 이불부터 봉투에 담았다. 어쩌면 긴 겨울을 지나오는 동안 한결같이 포근하게 나를 안아준 유일한 감정이 이 이불에 있었다. 어떤 마음으로 누워도 이불 안은 늘 아늑하고 따스했기에 항상 고마웠지만, 그래서 이제는 버려야 한다. 숨 쉴 때마다 무기력하게 가라앉던 내 마음의 은신처를 없애버려야 정말 끝낼 수 있을 테니까.

치열하게 살아온 흔적도 지우기로 했다. 도저히 버릴 수 없어 이사하면서도 고집부리고 모셔왔던 전공서적, 수험서, 두세 번씩 확인하며 점검하던 업무 자료들을 현관에 쌓기 시작했다. 그동안 노력한 시간이 아깝고 소중해서 어떻게든 버티려 안간힘 쓰다가, 다시 시작할 에너지까지 전부 소진해버렸다는 것을 나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실수하지 않으려 깨알같이 적어둔 메모들이 꽤 많이 나와 멈칫했지만, 더는 나의 노력을 불쌍하고 헛된 것으로 여기지 않기로 다짐했기에 최대한 잘게 찢었다. 쓸모없는 짓을 한 게 아니라, 나는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해서 걸어온 것뿐이다. 그리고 그 노력에 연연하지 않기 위해 그 흔적들은 버리는 것뿐이다.
의외로 굉장히 후련했다. 지나간 시간이 떠올라 눈물이 나긴 했지만, 복잡한 심경들이 얽혀있었다. 열심히 살아온 나를 안아 주고 싶었고, 그때는 나를 챙기지 못하고 비겁하게 외면해버렸던 것이 슬프기도 하고, 오죽하면 그랬을까 싶어 다시 한 번 있는 힘껏 안아주고 싶었다.

밤공기는 꽤 선선했다.
계절이 여러 번 바뀌는 동안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아 당황스러웠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뒤처지긴 했어도 겨울에 갇혀 있던 나의 시간이 드디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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