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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철학 일반 > 교양 철학
· ISBN : 9791189129996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1-12-15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6
1부. 생각할수록 슬퍼지는 것들
01 호기심이 사라졌다 16
02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들 22
03 나는 죽지 않을 줄 알았다 31
04 나는 내가 싫었다 37
2부. 비틀린 삶의 흔적들
05 설리를 위한 변명 44
06 오만과 편견 51
07 우리라는 이름의 집단 최면 59
08 이방인의 나라 67
3부. 내 가는 길은 공사 중
09 나는 단지 승객에 불과하였다 78
10 고향을 잃어버린 나그네 86
11 그녀는 달린다 94
12 부캐의 습격 107
4부. 나는 혼자가 아니다
13 내가 머무는 곳은 어디인가? 118
14 내 삶은 내 것인가? 128
15 기술 시대를 살아가는 법 137
16 유발 하라리의 사자 인간 147
5부. 지금, 여기가 중요하다
17 최선으로 되었다 160
18 지금이 중요하다 168
19 여기를 잊지 말자 176
20 나를 나답게 해 준 한 마디 182
Epilogue
Ⅰ 현존재(現存在) 192
Ⅱ 세계(世界) 198
Ⅲ 세계(世界)에 대한 이해(理解) 204
Ⅳ 진리(眞理) 210
Ⅴ 사방세계(四坊世界) 216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너는 어떻게 살고 있니~’로 시작하는 여행스케치의 노래에는 우리네 인생살이가 담겨 있어 즐겨 듣는 편이다. 가사 전체에 따뜻한 말들이 가득하지만, 내가 특히 좋아하는 구절은 ‘알 수 없는 내일이 있다는 건 설레는 일이야’라는 부분이다. 우리는 늘 두려움과 설렘을 겪으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설ㅤㄹㅔㅆ던 일보다 두려웠던 기억을 더 오래 간직하면서 사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최근 또다시 두려운 일이 생겨났다. 다름 아닌 호기심과 설렘의 실종사건이다. 이 둘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설렘이 희미해지면 호기심도 사라져가니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과거에는 설레는 일도, 호기심도 참 많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줄어들더니, 요즘엔 설렘과 호기심이 머릿속에서 깊이 잠들어 있는지 좀처럼 그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세상을 오래 살다 보면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설레는 일과 호기심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기심이라는 관점을 하이데거의 시각에서 보면, 결코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하이데거는 인간의 근본 기분에 따라 호기심과 경이를 구분한다. 그에 따르면 경이는 어떤 대상을 신비롭게 바라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것을 말하고, 호기심은 초조함과 흥분 속에서 남을 따라잡으려는 조급함을 뜻한다. 다시 말해 호기심은 늘 남에게 뒤처질까 봐 초조해하고 말초적 신경을 극단으로 이끌어 줄 흥분을 좇는다는 것이다.
이를 쉽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경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아침에 무사히 눈을 뜰 수 있다는 것, 하늘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짙푸르다는 것, 보도블록에 있는 개미자리 풀이 자세히 보면 너무도 아름답다는 것 등 세상 만물 모두가 어찌 보면 기적이라는 것이다. 반면 호기심이라는 존재 양식은 늘 남과 비교하면서, 내 삶이 아니라 남의 삶에 맞춰가려는 조바심에서 생겨난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호기심이라 부르는 관념을 경이 또는 놀라움이라는 시각으로 본다면, 나이가 들어간다고 해서 호기심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지금 마주하는 모든 것 중 경이롭지 않은 것은 없다. 우선 우리 개개인만 하더라도 얼마나 경이로운가. 지구에 생명체가 나타난 것이 35억 년 전이라는 점은 차치하고,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이 나타난 시기만 따져도 10만 년 전이다. 그 10만 년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겠는가. 아마 어마어마한 자연재해와 전염병, 수많은 전쟁을 통해 셀 수 없이 많은 목숨이 사라져 갔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현존하고 있으니 개인의 처지에서 보면 이것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니 잘났거나 못났거나를 떠나서 지금 살아가는 모든 이들 하나하나가 경이 그 자체임은 당연하다.
또한, 경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하루하루의 삶조차 놀라움의 연속일 것이다. 우리의 생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염병이나 전쟁으로 또는 교통사고 등 각종 사건으로 수많은 생명이 사라져 가고 있다. 아침에 어제와 변함없이 눈을 뜰 수 있다는 것, 뒷산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를 여전히 들을 수 있다는 것 모두가 경이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이제부터라도 닫아 놓았던 모든 감각기관을 활짝 열어보자. 그러면 우리 주변에 경이롭지 않은 것은 없다.
물론 경이적 호기심에 근거한 사람보다는 조바심에 근거한 호기심으로 전전긍긍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집 나간 ‘경이적 관점에서의 호기심’을 어떻게 하면 되찾을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내 삶을 남과 비교하는 마음부터 버려야 한다. 나는 존재만으로 경이로우며, 지금 이 땅에 발을 딛고 있는 자체가 기적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는 조바심을 조금 내려놓고 나 자신부터 자연 하나하나까지 세심한 눈으로 지켜보자. 그러면 세포 구석까지 밀려드는 경이적 호기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은 이렇게 찾아온다. 조바심에 근거한 호기심만 버리면 행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호기심이 사라졌다>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