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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89208745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21-04-09
책 소개
목차
힙걸 에이미
도전, 유튜브 스타
시작이 반
최악의 날
희망과 절망 사이
#머저리들에게_질렸다
머저리맨에게 보내는 경고
유튜버 전쟁
잊혀지고 싶지 않은
새로운 타깃
익명의 살인마들
이제 그만, 안녕
육교 아래에서
전쟁의 끝에는
책속에서
도전, 유튜브 스타
에이미는 30만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뷰티 유튜버이다. 티투앙은 그런 에이미를 짝사랑하면서, 자신 역시 유튜브 스타가 되어 에이미와 대등해지고 싶다는 마음을 품는다. 남몰래 계획한 ‘유튜버 프로젝트’를 친구 아널드와 함께 실행할 일만 남았는데, 생각해 보니 그동안 에이미와 말 한번 제대로 나누지 못했던 것이다! 자신이 그토록 소심했다는 사실에 그만 좌절하고 만다.
“그 깊은 한숨의 의미가 뭐지, 티투앙?”
바로 그때, 선생님이 이렇게 물었다.
“시라노(프랑스의 고전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의 주인공으로,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고백하지 못하는 인물이다.)처럼 연애 고민에라도 빠진 모양이지?”
티투앙은 그 작품을 진작에 읽었기에 선생님 말씀을 임기응변으로 자연스럽게 받아쳤다.
“아니요, 선생님. 이 작품으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유튜브에 업로드하면 사람들이 과연 관심을 가질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선생님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 말을 무슨 뜻으로 이해해야 하지? 이 명작이 그만큼 지루하다는 거니?”
“아니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그런 뜻이 아니고요. 사실은……, 제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보면 어떨지 생각하던 중이었어요.”
순간, 교실 여기저기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간간이 웃음소리도 들렸다. 그러다 반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에이미에게로 쏠렸다. 물론 에이미는 그런 시선들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미래의 경쟁자에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 보이는 것마냥 살짝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을 뿐. 반면에 아널드는 둘만의 계획인 줄 알고 있다가, 티투앙이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걸 보고선 꽤 놀란 기색을 띠었다.
“그래? 너도 에이미처럼 유명해지고 싶은가 보구나?”
선생님이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아, 아니요! 저는 뷰티에는 관심이 없어요.”
티투앙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누군가의 빈정거림이 들려왔다.
“그럴 줄 알았어! 쟤는 못생김 그 자체잖아!”
“쉿, 조용! 친구한테 그런 말 하면 못써. 그럼 티투앙, 너는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니?”
“지구 환경과 기후 온난화, 멸종 위기의 동식물이요. 채널 이름도 벌써 생각해 뒀어요. ‘지구는 나의 집’이에요.”
#머저리들에게_질렸다
에이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티투앙은 이제 막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그런데 어느 날, 〈#머저리들에게_질렸다〉라는 유튜브 채널이 등장한다. 돼지 얼굴 모양의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유튜버 ‘머저리맨’이 다짜고짜 에이미를 매섭게 저격하기 시작한다!
빨간 바탕 위에 초록색 글씨로 ‘#머저리들에게_질렸다’라는 자막이 더올랐다. 그리고 시끄러운 서커스 음악과 함께 돼지 가면으로 얼굴 전체를 가린 누군가가 나타났다.
“안녕! 난 ‘머저리들에게질렸다맨’이야. 줄여서 ‘머저리맨’이라고 불러! 너희들, 자기가 스타인 줄 아는 거만한 애들, 별것도 아닌 걸 자랑인 양 찍어 대는 애들, 인터넷을 오염시키는 애들한테 질렸지? 나도 마찬가지야. 그래서 이 채널에서 그런 멍청이 유튜버들을 저격해 볼까 해! 너희도 말해, 망설이지 말고. 누구한테나 짜증 나는 사람이 한 명씩은 있잖아. 자, 오늘 소개할 유며 인사는 바로…… ‘힙걸 에이미’야!”
자칭 ‘머저리맨’은 마치 돼지 울음소리처럼 음성을 변조하고선 시끄럽게 떠들었다. 티투앙은 인상을 확 찡그렸다. 굳이 보지 않아도 거북한 내용일 게 뻔했다.
유튜브 영상의 한 장면을 캡쳐한 사진이 화면에 나타났다. 반쯤 감은 눈, 우스꽝스럽게 뒤틀린 입술, 그리고 보정 프로그램으로 살짝 부은 듯이 만든 얼굴……. 오른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는 립스틱 케이스가 끼워져 있었다. 머저리맨이 말을 이었다.
“너희들, 이 여자애가 진짜로 ‘힙’하다고 생각해? 얘가 하는 조언을 그대로 믿고 따르고 싶다고? 아, 물론 못생긴 지질이들은 그러고 싶겠지. 얘랑 똑같이 닮았으니까! 에이미가 상대하는 게 바로 그런 애들이잖아. 진짜로 ‘힙한’ 애들이 그 영상을 본다면 아마 배꼽을 잡고 데굴데굴 구를걸? 근데 뭐, 이것도 괜찮아.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거니까. 우리가 보기엔 우습지만 말이야. 문제는, 이 여자애가 대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화학 덩어리인 제품을 좋은 물건인 양 홍보한다는 거야. 정말이야, 돈을 엄청 많이 받는대! 걔가 하는 조언이 진심인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한다면 진짜 바보인 거다. 걔가 목표로 삼는 게 바보들인 거고!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겠지? 걔가 하는 말은 전부 다 거짓말이야. 그 여자애가 구독자를 호구로 보는 거라고! 너희는 호구 취급당하는 게 좋아?”
새로운 타깃
머저리맨의 심한 비방과 사람들의 무분별한 악성 댓글로 크게 상처를 입은 에이미는 하루가 다르게 우울해지고, 결국 유튜버로서의 삶을 그만두겠다고 결정한다. 티투앙은 그런 에이미가 안쓰러운 나머지, 경찰인 삼촌의 도움을 받아 ‘머저리맨’이 대체 누구인지 찾아 나선다. 하지만 이미 낙담한 에이미에겐 티투앙의 노력이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데…….
“어쨌든, 그 유튜버 살인마가 크리스텡인 건 맞는 거예요?”
“유튜버 살인마?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네. 공개적인 곳에 영상을 올려 누군가를 명예 훼손 하는 건 꽤 심각한 일이니까. 그리고 네 질문에 답하자면, 유튜브에서 제공한 IP 주소와 네가 알려 준 정보들이 일치했어. 그렇지만 이 정보에 대해서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돼! 에이미를 데리고 나를 한번 찾아와.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 그 애랑 이야기해 보면 좋겠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크리스텡이라는 아이도 부를게. 법적 책임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 주고, 양측 부모 입회하에 대면 조사 정도만 진행하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충분할 거야.”
(중략)
“여, 여보세요?”
에이미 목소리는 잔뜩 주눅 들어 있었다.
“안녕, 에이미? 너한테 해 줄 얘기가 있어서…….”
“뭐? 또 무슨 얘기? 빨리 말해 줄래? 난 지금, 그러니까, 좀 바빠서. 이것저것 생각할 게 많거든. 그래서 네 얘기를 해석해서 알아들을 시간이 없어.”
“널 공격하는 유튜버에 대한 얘기야.”
“아, 그거. 그래, 그럴 줄 알았어. 그래서?”
“사실 우리 삼촌이 경찰이거든. 그래서 이 일에 대해 좀 물어봤어. 삼촌이 너한테 몇 가지 조언을 해 주라고 해서.”
“티투앙, 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 할 수 있는 건 이미 다 했어. 아빠가 경찰에 고소를 했고, 변호사도 선임하셨어. 난 총체적 난국이야. 다시는 사람들 앞에 설 수 없을 것 같아…….”
“그런 말 하지 마, 에이미.”
“매일 악몽을 꿔. 내가 불아 달궈져서 까맣게 타 버리는 꿈을……. 티투앙, 이제 나한테서 유튜브는 영원히 끝이야. 삼촌께 고맙다고 말씀드려 줘. 그리고 난 괜찮아. 이미 죽은 목숨이거든.”
“그만! 그만하라니깐? 에이미, 왜 그래!”
“미안. 안녕, 티투앙.”
에이미는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티투앙은 왜인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