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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91189217433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25-02-10
책 소개
목차
한국 독자에게 보내는 메시지 4
추천의 글 6
펠리시타 호가 곧 출발합니다 14
옮긴이의 말 300
리뷰
책속에서
마리는 유리창에 이마를 붙인 채 비행기가 조금씩 속도를 높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윽고 비행기가 날아오르며 여행이 시작되었다. 마리는 혼자라는 사실에, 인생의 조종간을 쥔 사람이 그녀 자신이라는 사실에 예상치 못한 흥분감을 느꼈다.
택시 운전사는 남프랑스 억양이 섞인 북프랑스 말을 했다.
“짐이 정말 많네요.”
그가 백미러로 마리를 흘끔거리며 말했다.
마리가 대답했다.
“아, 배를 타고 석 달 동안 여행을 할 거거든요.”
“네? 석 달이나요? 진심이세요? 석 달 동안 배에서 뭘 하시려고요?”
“‘고독 속의 세계 일주’요.”
“그런 것도 있어요? 희한한 일이네요.”
마리는 대답 대신 가만히 웃고는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그런데 집중이 되지 않았다.
“좋아요. 설명해드리죠. 이제부터 저는 배를 타고 세계 일주를 할 거예요.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해온 거라 새로울 건 없지만 100일간 배를 타고 일곱 개의 바다를 건너는 여행이에요. 그동안 여행객들은 다섯 개의 대륙을 지나고 서른 개가 넘는 나라를 방문할 거예요.”
“우아, 근사하네요. 그런 여행을 한다니! 그런데 왜 고독 속의 여행이죠? 배 위에도 사람들이 있을 텐데, 고독과는 거리가 멀지 않나요?”
“그냥 주제가 좀 새로운 여행이라고 보시면 돼요. 다른 크루즈 여행과 약간 다르게 이 크루즈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누구나 예외 없이 혼자여야만 하거든요.”
마리는 머리 위에 뜬 별을 보고 자기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실감했다. 그녀는 여객선 안에 있었고, 그녀가 탄 배는 지중해 한가운데를 항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곁에는 불안감에 휩싸인 60대 여성과 20대 님포매니악이 함께하고 있었다.
그 시각, 그 자리에서 마리는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었다. 죄책감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도 있었다. 후회할 수도 있었고, 여행을 취소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새로운 삶을 선택했고,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 바로 자부심에 자신을 맡기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