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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경기자

비밀 경기자

이치은 (지은이)
  |  
알렙
2018-12-01
  |  
13,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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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경기자

책 정보

· 제목 : 비밀 경기자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89333102
· 쪽수 : 276쪽

책 소개

이치은의 세 번째 소설 『비밀 경기자』가 <이치은 컬렉션>으로 재출간되었다. 단편들의 모음이자 연작소설로써, 환상, 추리, SF적 상상력을 통한 문학적 실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비밀 경기자』는 인류가 꾸는 “꿈”에 관한 소설이다.

목차

1 마음속의 마을
2 표절 I
3 출발하지 못한 기차들
4 미궁(Labyrinth)
5 개인소장(個人所藏, Private Collection)
6 미로(Maze)
7 두 가지 경우
8 표절 II
9 1924
10 교환의 법칙
11 Nice Dream
12 옛날 친구 승구
13 겹치지 않는 궤도 I - 문 앞의 눈[雪]
14 반사바퀴 회사
15 표절 III
16 꿈을 먹는 요정
17 누구의 자유의지?
18 겹치지 않는 궤도 II ? 불의의 일격
19 사닥다리
20 스톡홀름 증후군
21 사진 가게
22 꿈 ◇ 해석
23 꿈 ◇ S
24 소풍
25 언덕
26 표절 IX
27 최후의 도시, 페린치아
28 연옥
29 언덕의 앞면
30 언덕의 뒷면
31 지도제작자 동맹의 비밀

인터뷰: 인류는 똑같은 꿈을 꾼다
작가의 말

저자소개

이치은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학 졸업 후 『권태로운 자들, 소파 씨의 아파트에 모이다』 (1998)로 제22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 후로 장편소설 『유 대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사라졌는가』 (2003), 꿈에 관한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다룬 『비밀 경기자』 (2009), 『노예, 틈입자, 파괴자』 (2014), 시간과 기억에 대한 이야기 『키브라, 기억의 원점』 (2015), 소설집 『보르헤스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논쟁』 (2018) 그 후 『마루가 꺼진 은신처』 (2018)를 발표하였다. 그리고 평소 독서광인 그가 좋아하는 책들에서 주운 부스러기들로 첫 에세이 『천상에 있는 친절한 지식의 중심지』 (2020)를 발표했다. [수상 ] 제22회 오늘의 작가상 [최근작] 『노예, 틈입자, 파괴자』 (2014) 『키브라, 기억의 원점』 (2015) 『보르헤스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논쟁』 (2018) 『마루가 꺼진 은신처』 (2018) 『천상에 있는 친절한 지식의 중심지』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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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누구에게나 마음속의 마을이 있기 마련이다.


누구에게나 마음속의 마을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일찍이 유년 시절부터 군인이었던 부친을 따라 여러 마을을 전전했지만, 그리고 나이가 먹어서도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천성 때문에 셀 수도 없이 많은 마을을 떠돌아다녔지만, 그중에서 마음속의 마을이라고 부를 수 있는 마을은 단 한 곳뿐이다. 여기서 나는 그 마을의 이름을 밝힐 수 없다. 그저 이 나라의 한 곳으로 남쪽에 있다고만 해두자. 내가 그 이름을 댈 수 없는 까닭은, 마을이 누군가의 ‘마음속의 마을’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깊숙한 골짜기 속에 숨기고 있던 비밀까지 그 누군가와 공유해야 하고, 또한 그 누군가가 계속해서 그 ‘마음속의 마을’을 가슴속 책꽂이 한 켠에 꽂아두고 잘 보관하기 위해서는 그 비밀을 타인에게 발설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구 위에는 세상에서 가장 큰 지도 위에 등재된 모든 도시들의 숫자를 훌쩍 뛰어넘는 마음속의 마을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내 마음속의 마을은 벌써 40년 전, 그러니까 내가 지구 위에 존재하고 있는 인간들보다 소행성의 비대칭적인 궤도에 더 관심이 많았던 고등학교 시절 대략 한 학기 정도 머물렀던 곳이다. 그곳의 비밀이란 마을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꿈을 꾼다는 사실이었다. 처음 나를 포함한 우리 가족은 그 사실을 몰랐다. 아니, 그렇게 말할 수 있기라도 한 건지, 실은 모르겠다. 왜냐면 그때 나는 내가 알아낸 사실을 지금은 돌아가신 부모님들과 이야기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과연 그 사실을 내가 누군가와, 그러니까 마을에 살던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해 본 적이 있는가 하면, 너무 오래전 일이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것 역시 아닌 것 같다. 그러면 나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꿈을 꾼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되었던 걸까?
이런 일이 있었다. 아주 더운 마을을 여행하다가 길가에 버려진 커다란 냉장고를 발견하고 그걸 열었더니 차가운 코카콜라 한 병이 들어 있었는데 목이 너무 말라 주인을 찾을 겨를도 없이 허겁지겁 콜라를 따 마시려 했지만 병따개가 없어서 콜라를 마실 수 없었던 꿈을 꾼 어느 일요일 아침 일찍, 나는 어머니의 지갑 속에 들어 있던 지폐 한 장을 몰래 꺼내 가까운 가겟집으로 달려갔다. 당연히 꿈속에서 마시지 못한 콜라를 사 먹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벌써 많은 사람들이 콜라를 한 병씩 손에들 들고 가겟집을 나서는 게 아닌가! 그들은 서로 민망스러운 일을 하다 들킨 사람처럼 서로 흘끔흘끔 남의 눈치를 살피다 일요일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휑하니 집으로 달려가 버렸다. 그 외에도 수많은 예들이 있었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는 꿈을 꾼 다음 날 아침에는 등굣길에서 마주친 대부분의 친구들 손에 우산이 들려 있다거나, 집에 불이 활활 타는 꿈을 꾼 다음 날에는 하루 종일 복권 가게의 줄이 끊이지 않다거나, 배를 타고 먼 바다를 여행하는 꿈을 꾼 뒷날 미술 수업 시간에는 같은 반 친구들이 죄 비슷한 빛깔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비슷한 모양의 배를 그린다거나 하는 일 따위들 말이다. 내 기억 속에서 유난히 인중이 길고 삐쩍 마른 얼굴을 하고 있던 미술 선생은 모두 똑같은 배를 그려대고 있는 우리에게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아니, 아니. 돛이 세 개였어, 네 개가 아니라.”
가장 비극적인 일로 기억되는 사건은 내가 그 마음속의 마을을 떠나기 직전의 일이었다. 그러니까 그날 밤 꿈에서 나는 우리 학교에서 히에로글리프를 가르치던 여선생님이 학교 뒷산에서 커다란 붉은 말과 관계를 갖는 것을 보았다. 너무나 생생하고 기분 나쁜 꿈이었다. 나는 그 선생님이 기혼이었는지 미혼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다지 젊지도 그다지 늙지도 않았다는 것만큼은 어슴푸레 기억나지만.
다음 날 그 선생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 선생을 보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라는 기분이었다. 애들도 나와 비슷한 심정인지 평소 같았으면 선생이 나오지 않았다고 좋아라 떠들고 법석을 부려야 할 녀석들이 온몸에 다 기운이 빠진 듯 책상에 드러누워 한숨만 쉬고 있었다. 한 놈이 칠판에 말을 그리다가 다른 놈에게 두드려 맞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날 저녁 집 마당 평상에 누운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사과를 접시에 담아 주며 말씀하셨다.
“그 선생 자살했대요.”
아버지는 그 선생이 누구인지 왜 자살했는지 묻지 않았다.
“뒷산 말오줌나무에다 목을 맸다나 봐요.”
아버지는 한숨을 크게 내쉬셨고 하늘에서는 별똥별이 우르르 쏟아졌다. 나는 그 사납던 붉은 말이 어떻게 됐는지 그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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