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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91189356422
· 쪽수 : 260쪽
· 출판일 : 2020-12-25
책 소개
목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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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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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6
7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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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해설 / J. C. C. 메이즈
작가 연보
작품 연표
책속에서
그가 알몸 채로 걸터앉은 의자는 갈라지거나 뒤틀리거나 수축하거나 좀먹거나 오밤중에 삐거덕대는 일이 결코 없으리라 보장된 헐벗은 티크재 흔들의자였다. 오로지 그의 차지요 한시도 그를 떠난 적이 없었다. 머피가 앉은 자리는 커튼 쳐진 구석 자리로, 처녀자리만도 벌써 억만 번째인 저 가여운 늙다리 태양이 들지 않았다. 목도리 일곱 장이 그를 정자세로 붙들어 맸다. 두 장은 정강이를 의자 다리에, 한 장은 허벅지를 좌석에, 두 장은 가슴과 배를 등받이에, 한 장은 뒷짐 진 손목을 뒤쪽 버팀대에 각각 결박하고 있었다. 고로 지극히 국부적인 동작만 가능했다. 땀이 흥건히 흘러 뱃대끈들을 한층 옥좼다. 호흡은 감지되지 않았다. 갈매기처럼 서늘하고 동요 없는 두 눈은 처마 돌림띠에서 아롱져 사그라지는 얼룩을 향했다. 어디선가 20?30여 차례 아스라이 울리던 뻐꾹종이 길가 행상의 외침을 되받는가 싶더니, 이제 막다른 말간 골목에서 주거니 받거니! 주거니 받거니! 하고 예의 외치는 소리가 곧장 귓전을 때렸다.
머피는 자기가 난 벌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자기 입으로 말하면 부디 그 말을 믿어 달라고 실리아에게 빌었다. 안 그래도 이미 이런저런 시도로 푼돈 재산이나마 탕진하지 않았던가? 자기가 명예직이란 만성질환을 앓고 있음을 믿어 달라고 빌었다. 그렇다고 이것이 전적으로 경제적 문제인 것만도 아니었다. 여기에는 형이상학적인 고려 사항도 관여돼 있는데, 그 암담한 빛에 비추건대 어느 머피가 됐건 머피로선 일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밤이 닥쳤다고 봐야 했다. 익시온이 언제 제 수레바퀴를 멀쩡한 상태로 유지 보수해야 한다는 계약을 맺었던가? 탄탈로스는 소금 먹을 일에 미리 대비했던가? 머피로서는 들어 본 적 없는 일이었다.
머피의 별점이 담긴 수크의 천궁도는 이 불운의 출생인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동행했다. 그새 천궁도의 내용을 몽땅 외운 머피는 길을 가면서도 점괘를 속으로 읊었다. 적의 손에 들어갈까 두려워 아예 파기할 각오로 주머니에서 꺼낸 것만 수차례였다. 그러나 제 기억력이 얼마나 못 미더운지 잘 알기에 감히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그는 제 능력 닿는 데까지 천궁도의 지침을 따랐다. 레몬 한 줌을 의복에 뿌리지 않는 날이 없었다. 자신의 힐렉과 신체 일체를 위협하는 모든 것에 항시 경계 태세를 유지했다. 발의 통증을 크게 겪었으며 목 또한 통증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다. 이에 그는 만족감을 느꼈다. 그로써 천궁도가 확증되었고 그에 상응하는 확률로 신장염과 갑상선 질환, 배뇨 곤란과 발작의 위험성은 감소할 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