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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희곡 > 외국희곡
· ISBN : 9788949719085
· 쪽수 : 493쪽
· 출판일 : 2024-08-01
책 소개
목차
고도를 기다리며
제1막…11
제2막…66
몰로이
제1부…119
제2부…206
첫사랑
첫사랑…299
추방자
추방자…325
승부의 끝
승부의 끝…343
크라프의 마지막 테이프
크라프의 마지막 테이프…425
베케트 생애와 문학
지칠 줄 모르는 욕망…439
베케트 생애와 문학…463
베케트 연보…489
책속에서
에스트라공 가장 좋은 방법은 날 죽여주는 거야. 다른 놈처럼.
블라디미르 다른 놈이라니? (사이) 다른 놈 누구 말이야?
에스트라공 수십 억의 다른 놈들 말이야.
블라디미르 (격언조로) 인간은 저마다 작은 십자가를 지고 가. (한숨짓는다) 잠깐 사는 동안에, 그리고 그 뒤로도 잠깐.
에스트라공 그래, 그동안 우리 흥분하지 말고 얘기나 해보자. 어차피 침묵을 지킬 수는 없으니까.
블라디미르 맞아, 끊임없이 지껄여대는 거야.
에스트라공 그래야 생각을 안 하지.
블라디미르 지껄일 핑계야 늘 있는 거니까.
에스트라공 그래야 들리질 않지.
블라디미르 우린 나름대로 이유가 있으니까. (고도를 기다리며)
블라디미르 쓸데없는 얘기로 시간만 보내면 안 되지. (사이. 열띤 소리로) 자, 기회가 왔으니 무엇이든 하자! 누군가가 우리 같은 놈들을 필요로 하는 일이 언제나 있는 건 아니니까. 솔직히 지금도 꼭 우리보고 해달라는 건 아니잖아. 다른 놈들이라도 우리만큼은 해낼 수 있을 테니까. 우리보다 더 잘할 수도 있을걸. 방금 들은 도와달라는 소리는 인류 전체에게 한 말일 거야.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엔 우리 둘뿐이니, 싫건 좋건 그 인간이 우리란 말이지. 그러니 너무 늦기 전에 그 기회를 이용해야 해. 불행히도 인간으로 태어난 바에야 이번 한 번만이라도 의젓하게 인간이란 종족의 대표가 돼보자는 거야. 네 생각은 어때? (에스트라공, 아무 대꾸가 없다) 하기야 팔짱을 낀 채 할까 말까 이모저모 따져보는 것도 우리 인간 조건에 어긋나는 일이지. 호랑이는 아무 생각 없이 제 동족을 구하러 뛰어들기도 하고 깊은 숲속으로 달아나버리기도 해. 하지만 문제는 그런 게 아니야. 문제는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 따져보는 거지. 우린 다행히도 그걸 알고 있거든. 이 엄청난 혼돈 속에서도 오직 한 가지 확실한 게 있어. 우리는 고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거야. (고도를 기다리며)
포조 (버럭 화를 내며) 그놈의 시간 얘기를 자꾸 꺼내서 사람을 괴롭히지 마시오! 말끝마다 언제 언제 하고 물어대다니! 당신, 정신 나간 사람 아니야? 그냥 어느 날이라고만 하면 됐지. 여느 날과 다름없는 어느 날 저놈은 벙어리가 되고 난 장님이 된 거요. 그리고 어느 날엔가는 우리는 귀머거리가 될 테고. 그리고 어느 날 우리는 태어났고, 어느 날 우리는 죽을 거요. 어느 같은 날 같은 순간에 말이오. 그만하면 된 것 아니오? (조금 침착해지며) 여자들은 무덤 위에 걸터앉아 아이를 낳고, 해는 잠깐 희미하게 비추다가 다시 밤이 오는 거요. (그는 끈을 잡아당긴다) 앞으로! (고도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