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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 이야기
· ISBN : 9791189356552
· 쪽수 : 112쪽
· 출판일 : 2021-06-25
책 소개
목차
세스 프라이스 개새끼
역자 후기
책속에서
그녀는 자리에 앉아 부카티니 콘 레 폴페테를 허겁지겁 먹으면서, 어느새 의식의 흐름을 따라 추상화 역시 미트볼 스파게티와 같이 회생 가능할지 상상해 봤다. 생각해 보면 추상화와 이탈리아-아메리카 음식은 비슷한 역사를 지녔다. 둘 다 20세기 초반에 등장해 처음엔 푸대접을 받았고(마늘 냄새!) 둘 다 20세기 중반 들어 힙한 얼리어답터들 사이에서 유행을 탔지만 결국 사그라들었고, 이를 토대로 대중적 인기를 누렸으며, 이런 현상에 따분함과 싫증을 느낀 엘리트들의 눈 밖에 나게 됐다.
이 모든 변화에도 불구하고 미술의 현 상황은 어땠나? 입막음 값으로 받은 돈에 빠져, 진화론적 문제인 좋고 나쁨, 추상과 구상, 대중성과 진보성의 대립을 드디어 해결했다고 자화자찬 중이었고, 결과적으로 낙찰가 외에는 잃을 것도 없었다. ‘상업 미술’을 거부하는 정치적인 작업 또한 대개 비트코인, 은행 로고, 신용 부도 스와프, 그리고 모호한 상위 1퍼센트를 향해 비평의 칼날을 겨누며 금융에 집착했다. 이러한 시장과의 강박적 관계는 결국 무력감으로 귀결됐다.
미술계의 글쓰기를 비평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그럴 만한 이유도 충분했다. 태만하다거나 난해하다고 사람들이 혹평하면 ‘예술적’으로 글을 쓰려고 했다고, 논리적 수사가 아닌 탈속적 시상을 추구했다고 받아치면 됐다. 이런 글을 쓰는 작업은 꿈속 장면밖에 없는 영화를 만드는 일과 같아서, 비논리적이고 아무렇게나 만들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웠다. 여기서도 물론 아무것도 잃을 게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