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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도 너를 잊지 못했다

한 줄도 너를 잊지 못했다

창작동인 뿔 (지은이)
  |  
아침달
2019-11-28
  |  
10,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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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도 너를 잊지 못했다

책 정보

· 제목 : 한 줄도 너를 잊지 못했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9467166
· 쪽수 : 116쪽

책 소개

아침달 시집 13권. 창작동인 뿔의 시집. 창작동인 뿔은 최지인·양안다·최백규 3인의 젊은 시인이 모여 만든 창작동인이다. 저마다 개성이 분명한 젊은 시인들이 이야기하는 미래의 모습은 사랑, 꿈, 노동, 그리고 죽음 등의 주제를 두루 거치며 다양한 빛깔로 펼쳐진다.

목차

1부- 이 세계의 끝은 어디일까
we all die alone
여름과 숲과 아메바
꽃은 봄을 웅성거리지 않았다

죄책감
그루
여름 편지
과거가 우리를 잊지 않았다면
고시텔
꽃그늘에 복사뼈를 묻고서
기우
1995년 여름
해적 방송

2부- 떠난 사람을 눕혀주는 일처럼
낙원
공백기
부작용
기다리는 사람
안감과 겉감
서사
다세대주택
어제의 꿈은 오늘의 착란
복잡한 일
그린란드로 보내는 편지
열대야
종례
해열
승진

3부- 뒤돌아보지 않기를
우리 밤
처마
iloveyouthatstheproblem
멈블
지식보다 거대한 우주에는
재생
악어
미래진행

마음 편지
진단
파도 앞에 선 사람
마카벨리傳
우리 영원 꿈

저자소개

창작동인 뿔 (지은이)    정보 더보기
최지인 1990년 경기도 광명에서 출생했다. 2013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수상했다. 시집 『나는 벽에 붙어 잤다』를 펴냈다. 양안다 1992년 충청남도 천안에서 출생했다. 2014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작은 미래의 책』 『백야의 소문으로 영원히』 등을 펴냈다. 최백규 1992년 대구에서 출생했다. 2014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펼치기

책속에서

가난한 애인이 장마를 삼켜서 어지러웠다

숲속에서 망가진 나무를 되감을 때마다
세상엔 일기예보가 너무 많고
내가 만든 날씨는 봄을 웃게 할 수도, 떨어뜨릴 수도 없어서
시들겠다는 비근함을 믿고 싶어졌다

마른 손목과 외로운 눈동자도 썩 어울렸다
거룩한 꽃을 오래 밟다가 잠들면 바람이 다 자살할 때까지 망가져 내리는 유성우

내일 밤 현실에 따뜻한 천사를 보면서
그곳이 천국이라 생각할 텐데
지금은 이대로 사라지면 어쩌지 걱정하는 내가 있고
어제 들은 음악과 며칠 전 봤던 영화에서도
사라지면 안 되는 것들만 사라져서

네가 웃을 때마다 누군가와 손잡고 걷는 꿈들을 꿨다
우리는 슬픈 것이 닮았고, 피가 달라서 더 슬프다
죄를 안고 함께 목 놓아 울어줄 수 없어서 아름다운 적막을 산다
온종일 기도하다가 손목 그림자를 따라 죽어가면

그 여름에서 수평선이 기다리고 있을까

비극은 자주 부풀던 뼈마디보다 가벼워졌다
―「we all die alone」


소음 속에서 귀를 막으면 파도 소리가 들리나요
손가락을 죄다 자른다면 더는 편지를 적지 않아도 되나요 모든 편지에는
그립고 슬프다는 말을 적어야 하나요

밤하늘도 저렇게 많은 알약을 삼켰다고 하지 않았나요
박하잎을 씹으면 두 눈이 시큰거려요 발끝에서 바다가 죽어가요
어젯밤 꿈은 전부 증발해버렸는데
어지러워요
나는 어지러운 사람이에요

무엇을 말해야 하나요 무엇을 듣고 싶나요
귀를 막으면 알 수 있나요 귀를 막고 눈이 멀면
손끝이 예민해지나요 무엇을 만져야 하나요
무엇이었나요 어둠 속에서
내가 더듬거렸던 것은

끝, 눈물, 다음에 계속

물밀 듯이 밀려오는 건 무엇이었을까요 눈앞을 가리는 건 꼭 눈물이어야 하나요
볼 수 없다면 눈먼 사람이 되는 게 나을까요

독서를 하다가도 문득 견딜 수 없어져서
책을 펼친 채로 덮어두면 날갯짓 소리가 들려요
영화는 어떤가요 재생하면 할수록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고
사랑을 나누고
나는 여러 인물에게 감정을 대입해요 오래 살았다는 망상을 하곤 해요
결국 머릿속은 엉망진창이 되는 건가요

아직 끝이 나지 않았는데도
우는 사람이 왜 이리도 많은 걸까요

그러나 편지를 쓰는 동안 몇 개의 계절이 지나갔다 나는 누구의 선생도 되지 못할 것이며 사실 네가 나에게 가르쳤던 장르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위세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면 여름은 길고 길어서 끝이 나지 않을 것만 같았고 그게 나의 장르라고 추측했다 나무가 햇빛을 조각내는 동안에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편지를 적는 것 적어놓고 보내지 않는 것
스스로 읽어보는 것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기 위해
가끔은 저항하기 위해
행간의 공백을 들여다보는 것
멍하니 죽기를 기다리는 것 우리 중 하나는
조각날 거라 기대하는 것

끝과 눈물과 다음이 계속된다면

우리 서로 끌어안을까요
겹쳐질 수 있나요 두 개의 심장이 가까워지면
무엇을 들을 수 있나요 어둠 속에서
내가 너의 얼굴을 더듬거렸다고 믿었던,
그 순간에
너는 무엇을 듣고 있었나요

여름이 지나가요
온 동네를 뛰어다니다 머리를 붙잡고 뒹굴어요
현악기가 머릿속을 가득 메워요

잠이 와요
꿈속에선 손 닿는 것마다 시들어가요 온몸에 피부병이 도지고
붉은 반점마다 꽃을 그리려는 사람이 있어요
길 잃은 모든 동물들은 미치기 시작해요 자신의 앞발을 뜯어 먹고
꼬리를 잘라 거리에 던져두어요
거리의 사람들이 나를 쳐다봐요
꿈이라는 걸 알아챈 듯이

음악이 꺼져도 춤을 추는 이가 있을까요 있다면
그는 무엇이 그렇게도 그립고 슬픈 걸까요
끝이 나고 눈물을 흘려도 정말
다음은 계속되는 걸까요

어지러워요
끝내 너는 어지럽지 않은 사람이 되었나요
벌써 그렇게 많은 계절이 지났나요
―「어제의 꿈은 오늘의 착란」


회사 생활이 힘들다고 우는 너에게 그만두라는 말은 하지 못하고 이젠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했다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 우리에게 의지가 없다는 게 계속 일할 의지 계속 살아갈 의지가 없다는 게 슬펐다 그럴 때마다 서로의 등을 쓰다듬으며 먹고살 궁리 같은 건 흘려보냈다

어떤 사랑은 마른 수건으로 머리카락의 물기를 털어내는 늦은 밤이고 아픈 등을 주무르면 거기 말고 하며 뒤척이는 늦은 밤이다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룬 것은 고작 설거지 따위였다 그사이 곰팡이가 슬었고 주말 동안 개수대에 쌓인 컵과 그릇 등을 씻어 정리했다

멀쩡해 보여도 이 집에는 곰팡이가 떠다녔다 넓은 집에 살면 베란다에 화분도 여러 개 놓고 고양이도 강아지도 키우고 싶다고 그러려면 얼마의 돈이 필요하고 몇 년은 성실히 일해야 하고 씀씀이를 줄이고 저축도 해야 하는데 우리가 바란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키스를 하다가도 우리는 이런 생각에 빠졌다 그만할까 새벽이면 윗집에서 세탁기 소리가 났다 온종일 일하니까 빨래할 시간도 없었을 거야 출근할 때 양말이 없으면 곤란하잖아 원통이 빠르게 회전하고 물 흐르고 심장이 조용히 뛰었다

암벽을 오르던 사람도 중간에 맥이 풀어지면 잠깐 쉬기도 한대 붙어만 있으면 괜찮아 우리에겐 구멍이 하나쯤 있고 그 구멍 속으로 한 계단 한 계단 내려가다 보면 빛도 가느다란 선처럼 보일 테고 마침내 아무것도 없이 어두워질 거라고

우리는 가만히 누워 손과 발이 따뜻해지길 기다렸다
―「기다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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