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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91189534431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23-07-31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축하의 글
프롤로그
유아기의 기억 조각들
쇠똥구리의 추억
아버지의 찐빵
가로수가 울창했던 왕릉 길
거머리에 물려 정신없이 달리던 길
닭을 서울로 데려갈래!
서울의 첫인상
멀어져 가는 금촌을 바라보며
어린 시절의 서촌
이불 꾸러미에서 떨어진 ‘미루꾸’
나의 소꿉친구, 주인집 딸
이름도 얼굴도 잊었지만
분꽃 향기가 가득한 집
누상동 네 번째 집
외할머니댁 가는 길
국민학교 입학과 소중한 만남
처음으로 절망을 느낀 날
빈곤 속의 교육열이 나라 발전의 원동력이었나?
인왕산을 베개 삼아 풀피리 불어주던 선생님
우리 동네 서촌
옥인동 우리 집
내 방 창문으로 들어온 북악산
누상동 작은이모네
필운동 작은이모네
누하동 목욕탕의 추억
천지가 놀이터, 만물이 장난감
만화방의 추억과 「라이파이」의 회고
자하문 밖 자두 서리
통인시장 가는 길
전차 운전사가 되고 싶던 아이들
나를 키워 준 서촌
청와대 앞길에서
군것질거리와 사과 중독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네
나라를 뒤흔든 시위와 혁명 속에서
아리랑 골목에서의 인생 연습
서촌에서 태어났다 사라진 이들
수성동 계곡과 함팔이의 추억
각 삼등분으로 노벨상을 꿈꾸다
49년 전, 1974년 7월 4일 그날
육군 병사로 징집되다
서촌 지도
저자소개
책속에서
■ 프롤로그 중
새벽 동이 트기도 전에 인왕산에서 들려오는 “야호!” 소리에 이어 아침 공기를 깨는 군인들의 점호 소리에 잠을 깼다. “일어나, 밥 먹고 학교 가야지!” 하며 아이들을 깨우는 옆집 아주머니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얼마 후에는 등교하는 어린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와 발걸음 소리가 동네 골목을 가득 채웠다. 해가 중천에 떠오르면 짐 실은 소달구지 지나가는 소리가 동네를 진동하고, 정오를 알리는 사이렌이 우렁차게 울렸다. 그리고 장사치들이 골목골목 외치는 소리와 흥정하는 여인들의 목소리로 이어졌다. 잠시 낮잠을 자도 될 만큼 적막감이 흐르다가, 어느새 학생들이 하교하는 발걸음 소리로 다시 소란스러워지면서 동네는 어린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 활기를 되찾았다. 저녁 시간이 되면 집마다 엄마들이 대문을 열고 아이들을 찾는 목소리가 마치 합창이라도 하듯 온 동네에 울렸다. 저녁 시간이 지나 사방이 어두워지면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이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고, 온 동네에 어둠이 깔리면 한잔 걸치고 비틀거리며 내뿜는 아저씨들의 유행가 자락이 어지럽게 들려왔다. “찹쌀떡 메밀묵”을 외치는 소리가 지나가고 밤이 깊어져 모두 잠들었을 시간이 되면 이 골목 저 골목에서 야경꾼의 딱딱이 소리가 울려왔다. 자정에 통행금지 사이렌이 울리면서 서촌은 다시 어둠과 적막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런 삶의 소음은 서촌에서 더는 들을 수 없고 다만 우리 기억 속에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 대신에 이제는 관광객의 발걸음 소리와 카메라 셔터 소리가 가득하다.
길거리 사방에 많은 이들이 차 밑에 누워있는 광경을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사람들이 자동차 밑에 누워있을까? 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자동차가 고장이 잦아서 차를 길거리에 세워놓고 차 밑에 들어가 수리해야 했다고 한다.
저녁이 되어 어두워지면 전깃불을 켜서 사방을 대낮처럼 밝히는 것을 보고도 놀랐다. 금촌에서 남포 호롱불만 보았던 나는 전깃불이 정말 마술 같아서, 어머니에게 “집에 갈 때 천장에 달린 전등을 꼭 떼어 갖고 가자.”라고 조르기도 했다.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며칠 남긴 1968년 1월 21일, 서의호와 강치홍이 우리 집에 놀러 와 저녁을 먹고 나서 내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무언가 폭발하는 것 같은 큰 소음에 놀라 그 창을 열고 내다보았다. 이미 해가 져서 어둑해진 가운데 세검정 가는 길의 과학수사연구소 부근에서 번쩍이는 불꽃이 보였고 폭음도 계속 들렸다. 그러더니 야광탄이 터지는지 북악산 전체가 대낮처럼 밝아졌다가 어두워지기를 반복하였다. 이것이 소위 김신조 등 북한의 무장 공비 일당 31명이 청와대 습격을 시도하여 벌어진 1. 21 사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