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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한국사 일반
· ISBN : 9791189632045
· 쪽수 : 262쪽
· 출판일 : 2023-04-24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3
길, 둘레산 걷기 7
묘역, 조각보처럼 이어진 인연 33
문인석, 이사동 굿즈를 꿈꾸다 53
묘비, 남기고픈 한 마디 69
재실, 술 익는 사랑방 89
제문, 책으로 전하는 위로 109
소나무, 삶을 지키는 푸르름 139
마을유적, 주민해설사 155
무형유산, 마을축제로 181
주민 구술, 마을아카이빙 201
마을 풍경, 작품이 되다 221
마을 길목, 즐거움이 시작되는 대별동 239
에필로그 257
저자소개
책속에서
동 트기 전 이른 새벽 산지기 김씨
금동고개로 나무하러 가고
음지뜸 새댁은 푸성귀 내다 팔러
자느리고개 눈물로 넘었다지요.
하사 어귀 점방집 아들
대별리 지나 십리 길 학교 다녀오면
학고개 헐떡이며 올라온 정씨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고 있었다네요.
문창동 장에 나무해다 팔고
보리 너댓 박 사온 김씨는
달 돋고 나서야 집으로 왔대요.
그렇게 다들 서럽고도 아름다운 길
걸어걸어 지금까지 왔던 거예요.
한소민, '이사동 추억의 길들'
이름이야 어찌 불리든 뭐가 중요하랴. 돌이 많아 돌고개고, 이사동으로 넘어가는 고개니 윗사라니길이고, 두 가문의 혼인이 이루어지던 통로라 믿으면 원앙고개라 부르면 되는 것을. 이사동을 다른 마을과 이어주고, 이사동에서 꽃 핀 절의 정신을 대를 이어 전해주었고, 가문과 가문의 교류를 해주었던 고개임에는 틀림없으니까 말이다.
돌고개 정상에는 서낭당이 있던 흔적이 남아있다. 무수동 마을과 이사동 마을의 길목이기에 각 마을사람들이 돌들을 쌓아 올리면서 오가는 길의 평안을 기원했고 그 경계에서 각자 반대쪽 마을에다 대고 나쁜 기운을 털며 내려갔다고 한다.그 상황을 상상하며 잠시 발길을 쉬어본다.
바닥에 펼쳐지는 작품 속에는 손톱처럼 작은 것부터 아이 키만큼 큰 것까지 각양각색의 천들이 모여 있었다. 그중 작은 조각 천들이 촘촘히 박혀있는 작품에 눈이 간다. 나를 둘러싼 사람들, 선대와 후손, 묘역과 묘역 그런 것들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각자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 같지만 실은 부모와 자식, 조상과 후손으로 연결되어 꼭꼭 누빈 바늘 땀같은 인연으로 엮어진 것이 문중 묘역 아니던가. 누구 하나 관계를 떠나 존재하는 이가 없을텐데 그 맺어지고 이어짐이 서로 통하는 것 같았다.
바늘 한 번 들어 왔다 나가는 사이 생겨나는 눈곱만한 흔적들. 그 촘촘한 실의 발자국들을 살피며 눈길 따라가다 보니 무수히 오갔을 손놀림과 그 끝에 실렸을 지극한 정성이 전해온다. 바늘 쥔 손을 몇 번이나 움직여야 바라던 작품을 얻게 될까? 마지막 바늘땀의 실매듭을 짓기까지는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