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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심리학/정신분석학 > 교양 심리학
· ISBN : 9791189643805
· 쪽수 : 250쪽
· 출판일 : 2019-04-30
목차
역자 서문 1
저자 서문 13
감사의 글 17
서 론 21
1장 왜 우리는 천국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26
2장 왜 우리는 전망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36
3장 전망과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 46
4장 휴머니즘은 우리 마음이 천국을 멀리하게 하는가? 58
5장 왜 우리는 믿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76
6장 희망, 전망, 그리고 상상 93
7장 그러나 우리는 과학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114
8장 왜 어떤 이들은 나이가 들수록 더 종교적으로 되는가? 136
9장 왜 믿음의 상실이 일어나는 것일까? 163
10장 알코올중독은 우리의 전망 능력을 불구로 만든다 182
11장 영성을 위한 우리의 능력은 진화하는가? 198
부 록 213
미 주 219
참고문헌 225
색 인 237
책속에서
[역자 서문]
“두 사람이 하늘에 난 신비한 구멍으로 다가왔다.
한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먼저 들어 올려 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 구멍의 경계 너머로 천국을 들여다 본 사람은
그 아름다움에 반해버려서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자신의 친구를 도와주기로 약속했던 것조차 잊어버린 채,
그는 오로지 천국이 선사해주는 그 장엄한 광경 속으로 빠져 들어갈 뿐이었다.”
――
이 글은 덴마크의 극지방 탐험가 라스무센(Knud Rasmussen)이 소개한 에스키모의 산문시 중 일부다. 이 글은 흔히 사람들이 ‘천국(天國)’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하버드 대학의 조지 베일런트(George E. Vaillant)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천국에 대한 믿음과 영성의 중요성에 대해 소개한다.
베일런트는 무려 35년간이나 하버드 대학 그랜트 스터디의 연구책임자로 일하였다. 그랜트 스터디는 행복한 삶의 비밀을 규명하기 위해 인간의 실제 삶을 평생 추적조사했던 세계 최고의 심리학 연구 프로젝트 중 하나다. 이 연구는 박애주의자인 윌리엄 그랜트(William T. Grant)의 후원 덕분에 진행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는 일명 ‘그랜트 스터디(Grant Study)’라고 불린다.
하버드 대학의 성인발달연구에서는 처음에 하버드를 졸업한 남학생들만을 대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하버드 대학 출신 남학생들만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할 경우, 그 결과를 일반 사람들에게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나중에 베일런트는 뛰어난 지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영재 여성들과 도심 빈민가에서 자란 남자 청소년 집단을 평생 추적조사하는 작업을 추가로 진행하였다. 이 세 집단은 비슷한 시기를 살아갔던 사실상 동년배 집단에 해당된다.
비록 이 책에서 다루는 사례들이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남학생들일지라도, 이 책의 결론은 저자가 다른 두 표본, 즉 영재 여성들과 도심 빈민가에서 자란 남자 청소년 집단을 평생 추적조사한 결과와의 간접적인 비교과정을 거친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베일런트는 하버드 대학의 성인발달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왜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인류의 역사 전반에 걸쳐 천국이 매력적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는지를 소개한다.
베일런트에 따르면, 천국에 대한 믿음은 영성이 우리의 삶을 이끌어가는 과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다만, 베일런트가 강조하는 것처럼, 영성이 우리 삶에서 기능하는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성의 ‘이중적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성은 신의 뜻을 따르는 것과 같은 심오한 종교적 체험을 통해 우러나오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고 인류에 헌신하는 매우 인간적인 경험을 통해서도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영성의 이중성을 반영하여 대부분의 종교에서는 신과 사랑을 사실상 ‘동일시’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베일런트는 인간의 삶에서 휴머니즘이 제아무리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휴머니즘과 천국에 대한 믿음은 분명히 서로 다른 것이다. 인생(人生)은 짧지만 영생(永生)은 영원하다! 휴머니즘은 ‘인생’을 위한 것이지만, 천국에 대한 믿음 혹은 영성은 ‘영생’을 위한 것이다.
휴머니즘과 천국에 대한 믿음, 즉 영성의 차이는 바로 ‘전망(prospection)’에서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베일런트에 따르면, 과거 사건에 대한 정신적 표상은 ‘기억’이라 하고, 현재 사건에 대한 정신적 표상은 ‘지각(知覺)’이라고 하며, 미래 사건에 대한 정신적 표상은 ‘전망’이라고 한다.
현재의 삶을 넘어서 존재하는 사후세계에 대해 전망하는 우리의 능력은 진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진화론의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는 전망 덕분에 미래의 여러 가지 사건들로 인한 결과들 그리고 그에 따른 자신과 타인들의 정서적인 반응들을 다각도로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다.
진화과정에서 인간에게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 뇌가 나타나게 되었다. 그 하나는 ‘호모사피엔스 뇌’다. 이것은 합리적 이성으로 무장한 뇌로서 이 뇌는 종교를 ‘대중의 아편’으로 간주한다. 또 다른 뇌는 포유류의 ‘변연계 뇌’이다. 이 뇌는 우리의 정서적인 중추기관으로서 우리가 마음속에 천국에 대한 믿음을 간직하도록 해준다. 이 뇌에서 우리가 천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깨달을 수 있도록 해준다.
뇌의 이러한 이중 구조는 인간의 생존을 돕는 진화의 산물에 해당된다. 그리고 이러한 뇌 구조는 인간을 다른 영장류와 분명하게 구분해 주는 해부학적 특징이기도 하다. 오직 2개의 뇌가 통합적으로 기능하는 경우에만 우리는 온 세상이 눈으로 뒤덮인 겨울 들판에도 언젠가는 분명히 봄이 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간직할 수 있다. 그리고 이처럼 통합적으로 기능하는 뇌만이 사후세계에 대해 지혜롭게 ‘전망’하는 것이 가능하다.
발달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에릭 에릭슨(Erik H. Erikson)에 따르면, 우리는 인생의 각 단계마다 ‘심리사회적 위기’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우리가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에 따라 삶의 향방이 결정된다고 보았다. 그에 따르면, 개인은 인생의 각 시기마다 심리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과업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고유한 ‘덕목(virtue)’들을 배우게 된다.
에릭슨은 인생의 첫 번째 과제가 출생 후에 ‘희망(hope)’의 덕목을 터득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에 따르면, 희망은 생애 초기를 얼룩지우는 어두운 무기력감 속에서도 자신의 소망이 언젠가는 이루어질 수 있다는 밝은 믿음을 간직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희망은 영유아기에 신뢰할 만한 양육자가 제공해 주는 따뜻한 관계 속에서의 욕구충족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 다시 말해, 희망의 덕목을 터득하는 것과 사랑받는 경험은 불가분의 관계다.
베일런트는 이 책을 통해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이론을 더욱더 확장한다. 베일런트에 따르면, 인생의 마지막 과제, 즉 삶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필수과제는 ‘전망’을 통해 ‘사후세계’ 혹은 ‘영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영유아기 때 우리는 합리적인 사고와 증거를 바탕으로 희망을 배우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사후세계 혹은 영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 역시 합리적인 사고와 증거를 바탕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전적으로 ‘믿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믿음(faith)’은 ‘신념(belief)’과는 다르다. 신념은 인지(認知)에 해당되는 반면, 믿음은 정서(情緖)에 속한다. 베일런트는 각각 뇌의 이중 구조를 상징하는 과학과 열정이 반드시 서로 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과학의 대중화에 평생 헌신했던 천체물리학자이자 ??코스모스(Cosmos)??의 저자인 칼 세이건(Carl Sagan)도 베일런트와 유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과학, 어둠 속의 작은 촛불??이라는 저서에서 이러한 점을 ‘인간적인 인간에 관한 문제’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내 부모님은 몇 해 전에 돌아가셨다. 나는 그분들과 매우 친밀하게 지냈다. 아직도 나는 그분들이 정말 그립다. 언제라도 늘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그분들의 본성과 인품 그리고 내가 그분들과 관련해서 정말 너무나도 사랑했던 것들이 아직도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간절히 믿고 싶다. 그분들께 안부를 그다지 자주 묻지는 않는 편이다. 겨우 일 년에 5분 혹은 10분 수준이다. 예를 들면, 그분들께 손자들에 대해 말하거나 최근 소식을 전해드리거나 내가 그분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상기시켜 드리곤 한다. 아무리 다른 사람들에게 유치한 얘기처럼 들릴지라도, 내 마음속 어디에선가는 그분들이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해 한다. 나는 그 분들께 ‘만사(萬事)가 다 편안하십니까?’라고 묻고 싶어진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는 바로 그 순간에 내가 드린 마지막 말씀은 ‘몸 조심하세요.’였다”
칼 세이건은 딸이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별들로 이루어져 있다(We are star stuff)’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유전자를 통해 조상들과 연결되어 있으며, 나아가 우주와도 연결되어 있다. 왜냐하면, 몸을 이루는 원자들은 바로 우주 별들의 핵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칼 세이건은 만약 우리가 영원히 죽지 않는다면, 우리의 존재 그 자체는 그다지 놀라운 것이 될 수 없다고 믿었다. 그는 딸 사샤(Sasha)에게 “우리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이 바로 우리에게 심오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며 우리가 깊이 감사해야 할 이유가 된다”는 점을 일깨워 주었다.
사샤는 아버지가 남겨둔 지적인 유산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과학의 경이로움과 비판적 사고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에 놀라워하면서 한 잡지에 다음과 같은 글을 기고하였다. “이미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이처럼 어떤 형태로든지 되살아나는 것을 보는 것은 엄청나게 명예로운 일입니다. 이것은 한 인간으로서 희망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수 세기가 지난 다음에도 학생들은 아버지의 원고를 읽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처럼 저는 아버지의 삶이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머나먼 미래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을 사랑했던 사람들의 마음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동시에 고통스럽게 떠나가 버린 것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점은 제가 죽음과 불멸성의 수수께끼에 대한 생각에 잠기게 합니다.”
1990년 2월 14일 보이저(Voyager) 1호는 태양계를 벗어나면서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위치인 61억 킬로미터 거리에서 지구를 촬영한 사진을 우리에게 전송했다. 그 사진은 지구가 광활한 우주에서는 먼지만큼이나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그 사진은 ‘창백한 푸른 점(The Pale Blue Dot)’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칼 세이건은 동명의 저서에서 그 사진을 본 소감을 다음과 같이 남겼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이들,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들어 봤을 모든 사람들, 예전에 살았던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서 삶을 누렸다. 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태양 빛 속에서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같은 곳에서 살았던 것이다. 지구는 광활한 우주 속에 있는 지극히 자그마한 무대에 불과하다. 이 작은 점의 어느 한 구석에 살던 사람들이, 반대편 구석에 살던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던 잔혹함을 생각해 보라. 서로를 얼마나 자주 오해했는지, 서로를 죽이려고 얼마나 애를 써왔는지, 그 증오가 얼마나 깊었는지 모두 생각해 보라. 아마도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을 잘 보존하고 소중하게 다루며 서로를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는 책임을 이 창백한 푸른 점보다 더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20세기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사건 중 하나로 아폴로(Apollo) 우주선의 달 착륙을 선택하는 데 큰 이견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아폴로 달 탐사 시대의 인류 중 12명이 달 표면에 발을 내딛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저널리스트인 앤드류 스미스(Andrew Smith)는 자신의 저서에서 그 12명의 ‘월면 보행자’ 중 6명이 월면 보행에 의해 자신의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영원히 변화되는 경험을 했다고 보고하였다.
이러한 점들은 과학이 종교나 영성의 문제와 언제나 대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오히려 칼 세이건이 보여준 것처럼, 편견이나 아집에 사로잡히지 않은 열린 과학적 태도는 ‘인간적인 인간에 관한 문제’로서의 영성 혹은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에 관한 지혜로운 고민을 촉진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존경받는 정신과의사이자 긍정심리학계의 구루(Guru: 스승)로 평가받는 베일런트가 ??내 마음속 천국??이라는 책을 집필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베일런트에 따르면, 이 책의 결론적 메시지는 이미 고린도전서 13장 13절에 나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우리가 마음속에 천국을 가지려면, 다시 말해서 영성이 이끄는 삶에 대해 전망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사랑을 받아들이고 베푸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영성에 관한 책인 동시에 사랑에 관한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역자로서 분명하게 밝혀두고 싶은 것이 있다. 이 책은 하버드 대학 졸업생의 삶을 평생 추적조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기독교 혹은 천주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례들이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은 특정 종교인을 위해 집필된 것이 아니다. 그보다 이 책의 목적은 종교생활을 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종교를 믿고 있는지에 관계없이, 영성이 이끄는 삶과 전망의 중요성에 대해 소개하는 것이다.
이 책에는 종교, 철학, 심리학 등 수많은 학술용어가 등장한다. 이 책은 전문연구자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대중을 위한 교양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번역 과정에서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한국인에게 전달이 어려운 경우, 저자의 집필의도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의역(意譯)을 하였다.
마지막으로, 역자로서 한 가지 소망이 있다. 그것은 바로 독자들이 ‘마음속 천국’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고, 영성이 이끄는 삶을 살아가는 데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것이다.
2019년 3월 23일
김진영, 고영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