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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놀라거나 무서워한다

남자는 놀라거나 무서워한다

박금산 (지은이)
비(도서출판b)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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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놀라거나 무서워한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남자는 놀라거나 무서워한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9898212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20-03-02

책 소개

박금산이 8년 만에 출간한 장편소설 <남자는 놀라거나 무서워한다>. 이 소설은 한 마디로 말해 남자가 페미니즘의 세계를 대면하면서 부닥치는 문제를 풀어나가는 소설이다.

목차

<제국의 ○○○> 7
피해자와 희생자 58
세미나에서 만난 사람 108
추천서 한 장 170
할머니 완전 잘됐어요 222
영화를 두 번 봄 258

ㅣ작가의 말ㅣ 301

저자소개

박금산 (지은이)    정보 더보기
여수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예중앙≫ 신인상에 「공범」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장편소설 『존재인 척 아닌 척』, 『아일랜드 식탁』, 『남자는 놀라거나 무서워한다』, 『AI가 쓴 소설』, 연작소설 『바디페인팅』, 소설집 『생일선물』, 『그녀는 나의 발가락을 보았을까』, 『소설의 순간들』 등이 있다. 오영수문학상을 받았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소설 창작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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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잠이 오지 않아서 페친들한테 하소연 삼아 올린다. 며칠 전 모 교수를 만났다. 그는 나를 만나기 전에 어떤 책을 읽고 왔다. 내게 매춘과 성노예에 대해 얘기했다. 신문에 나오는 유명한 책이다. 말 섞기 싫어서 안 읽은 척했다. 페미니즘이 남성에 의한 여성의 강간 공포에서 시작되었을 수 있으므로, 한 나라에서 몇 초에 한 번씩 여성이 그런 끔찍한 폭행과 살인을 당하는지 우리는 통계를 가지고 있으니! 학대의 극단이었던 ‘위안부’ 문제는 폭력의 극단이고 무차별 학살, 제노사이드의 문제이다. 그런데 그 교수는 성담론을 지식상품으로 소비하는 남성의 우월의식에 빠져 ‘위안부’ 담론을 이야기했다. 여성인 내 앞에서 ‘강간’ 운운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기분 나쁘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다가 불쑥 나에게 남자친구와 몇 번 만나느냐고 물었다. 개……. 욕은 참아야겠죠? 나는 희롱당하는 느낌이었고 수치심 때문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다음부터는 용건 없이 만나자고 하지 말라고, 가이드라인을 따라 싫다는 의사 표현을 전달했다. 변호사를 만났다고 해야 확실해질 것 같아 변호사한테서 그렇게 하라고 들었다고 했다. 그 교수는 변호사라는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들었다. (…)
참기가 힘들다. 나는 그 사람에게 다음부터 메시지 하지 말라고 분명히 표현했다. 권력을 가진 자가 행사하는 행동의 자유는 약자를 향한 폭력임을 그는 알지 못한다. 권력자가 가지는 부도덕한 자유는 폭력일 수밖에 없다. 행동의 자유가 없는 것이 권력에 부여된 윤리이다. 권력자가 외치는 자유라는 말 역겹다. 한 번만 더 그러면 나는 그 사람을 고소할 것이다. 성적으로 대상화 된 경험, 치욕적이다. 이렇게 다짐해 놓지 않으면 내가 언제 또 취직자리 소개 같은 걸 바라면서 그의 메시지에 끌려 다니는 인간으로 변하게 될지 몰라서 페이스북에 남긴다. 공유 많이 해주삼. 봄밤인데! 페친 여러분 파이팅.


이 싸가지를 어떻게 손보면 좋을까. 교수는 화가 치밀었다. 잘해주는 것을 허락을 받고 잘해줘야 한다고? 그게 성평등이라고? 흥. 졸업을 해서 학교에 나오지 않으니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었다.
교수는 혜린이를 싸가지라고 부르면서 어떻게 해보고 싶은 마음을 먹으면서도 손으로는 교육부 홈페이지와 청와대 홈페이지를 검색했다. 자기의 이름을 검색창에 넣고 ‘성희롱’, ‘성폭력’이라고 입력했다. 검색 건수가 잡히지 않았다. 교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페이스북에 접속했다. 같은 식으로 검색했다. 검색 건수가 잡히지 않았다. 이번에는 트위터에 접속했다. 검색 건수가 잡히지 않았다. 깊은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희생은 당하는 것이지 스스로 청하는 것이 아니다. 도의적으로 책임을 느끼지만 현실적으로는 아무것도 해줄 능력이 없을 때 우리는 피해자를 희생자라고 부르면서 양심을 챙긴다. 피해자라고 부르면 가해자를 찾아서 처벌해야 하는 책임이 따른다. 희생자라고 부르고 나면 그런 책임이 사라진다. 가해 주체를 찾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된다. 희생자라고 부르고 나면 사건이 종료된다. 희생자는 비유적으로든 실제적으로든 죽은 자이기 때문이다. 무고한 피해자에게 도의적으로만 보상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희생자라는 단어를 선택한다.
희생자는 그 단어를 쓰는 사람에게만 자기만족과 자기위안을 주는 단어이다. 자기만족에 매몰된 사람은 당사자의 입장을 무시한다. 자기밖에 모른다.
교수는 자신이 ‘위안부’를 무의식적으로 희생자라고 부른 데에 그런 이유가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들을 위해 자신이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문제가 어떻게든 끝나기만을 바랐던 것이다. 담론을 지식 상품으로 향유하면서, 소비를 완료해서 진열장에 넣어두고 싶은, 사유화된 지식 상품의 대상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근원적으로 자기만족을 위해 희생자라는 표현을 쓴 것이었다. 한 번도 피해자의 심장에 들어가려고 시도한 적이 없으면서 정의로운 척 ‘위안부’ 담론에 관심을 표명하는 지식인인 척했던 것이었다.
그는 침실로 자리를 옮겼다. 실수를 만회할 방법을 생각했다. 좋은 방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무릎을 꿇은 후 이마를 침실 바닥에 댔다. 이마를 비볐다. ‘혜린아, 고맙다. 너를 통해 언어 하나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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