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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9898809
· 쪽수 : 143쪽
· 출판일 : 2022-09-28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5
제1부 눈 밑으로 쏟아지는 유성우
세라의 시급 10
로라와 편의점과 나 12
맥잡─타임아웃 14
세라의 시식 코너 16
피자 굽기 18
카톡 20
위험을 설계합니다 22
포장이사 24
장난감공장 26
패턴실과 여름 28
애견미용 30
세라의 굿잡 32
완료형 34
제2부 새벽잠은 노곤한 밥풀을 수억 개씩 달고
대리운전 38
라이더 40
구내식당 42
2020, 걸레를 빨다 46
샴푸실에서 48
피트니스 전단 50
택배 분류 52
도배하다 55
김밥을 말다 58
노선버스 60
병실에서 62
이월 64
제3부 사람 하나가 캐비닛 서랍처럼 차고 깊은 물질이 되어
플랫폼에서 68
레드 문 69
번아웃 70
우리에게 거미만큼의 지혜가 있었다면 72
두해살이 74
4시 40분 A.M. 76
눈꺼풀 나비 78
택시 운전 80
벽 82
빈칸 84
대체로 흐림 86
오월 88
검은 구두코에 기댄 달빛 90
제4부 귀에서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은
콜센터 유감⎯재즈콰르텟 94
콜센터 유감⎯녹취록 96
콜센터 유감⎯흡음 시스템 98
콜센터 유감⎯뮤트 100
위탁 판매 102
필터링 104
야간 경비 106
외근 108
강물 110
1인분 112
무선조종 탱크 놀이 115
면접⎯스캐닝 117
ㅣ해설ㅣ 고봉준 119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포장이사>
20년 만에 이사 가는 집이라고
팀장이 고개를 저으며 이(齒)로 테이프를 뜯는다
웅성거리는 물건들
세라는 신발을 신은 채 안으로 들어간다
발끝으로 상자들을 밀어낸다
주인은 나가지 않고 세라의 발끝을 노려본다
이빨 빠진 접시들이 수납장에 가득하다
보라색 파티용 냅킨도 구겨진 채 쌓여 있다
주인이 걸리적거린다
사모님, 여긴 제가 정리할게요
세라는 애써 발랄하게 말한다
응급실에서 쓰던 거예요 거기서
마지막 생일파티를 열어줬어요
보라색 냅킨을 든 주인이 울먹인다
주인이 걸리적거린다 그러나
웬만한 건 쓰레기로 처리해
팀장이 바삐 다가와 툭, 던지고 간다
이 집은 원룸으로 가는 거니까
잡동사니뿐인 주방 살림인데
갑자기 세라는 손이 느려진다 울지도 않는데
치우는 일이 어려워진다
세라는 새삼스러워져
방이 세 개 있고 아직 벽이 탄탄한 실내를 찬찬히 본다
가족사진이 있다 사진 속에 네 사람이 활짝 웃고 있다
세라는 주인의 벗은 발을 본다
새끼발가락에 초승달처럼 돋은 물혹을 본다
<콜센터 유감⎯뮤트>
1
헤드셋의 검은 쿠션 사이에 끼어서 존재할 때
나는 목이 없다 좌우를
둘러볼 목이 없다 거미처럼
머리가 가슴으로부터 솟아올라 있다
입술은 심장에 연결돼 있어 말할 때마다
피가 가열된다
2
언니, 상담 중에 일곱 번이나 뮤트 키를 눌러서 내 목소리를 소거했어 네 번은 흐느꼈고 세 번은 욕을 했어 정말 치밀어오르게 하는 건 내 목소리가 돈이 될지 늘 생각해야 한다는 거야 언니, 누군가 내 콜을 듣고 있어 누군가 내 콜 품질을 관리하고 있어 어떤 경우를 당해도 미소가 없는 목소리는 불량품인 거야 언니, 숨이 쉬어지지 않아 감시가 없는 말짱한 바깥을 보고 싶어 우리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늘 블라인드로 가려 주는 창문 너머
3
거미가 붙어 있다
조그만 소리가 날 때마다 한 줄에 하나씩 분배되는 콜을 받는다
거미는 가슴이 머리고 머리가 가슴이라서
가슴이 시키는 말만 할 수 있지만
그물에 걸린 저의 소리를 찢고 삼키면서도
거미는 거미줄을 그만둘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