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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9958589
· 쪽수 : 260쪽
· 출판일 : 2025-03-20
책 소개
목차
김종완 발간사……4
제1부
신희수 아픔은 생존이다……12
안규수 순천만 포구……17
엄미란 할아버지의 숨결 ……21
오세윤 그날, 끝나지 않은……25
오유미 새벽에 전화가 울리고, 나는 기차를 탔다……29
유병숙 프러포즈……32
이경한 살아있음에 감사를 깨닫고 ……36
이권현 간구(干求)함으로……39
이수을 정리와 미련……43
이은주 가을 개나리……46
제2부
이장중 처사……52
이종택 남은 것 여섯 개……56
임무성 나는 착각 속에 산다……60
임철호 그리움의 쉼터……64
임정훈 쑥개떡 소고 ……68
정문정 수박……72
조귀순 수세미 보살……75
조정자 몸으로 견뎌야 할 시간……78
조현순 다시 오는 봄……81
최미자 김지하 시인을 추억하며……86
제3부
최병란 홀로 아리랑……92
최분순 두 번의 빚잔치……96
황옥화 해질 역……100
황혜란 무당 딸이라 미안합니다(2)……104
고성의 견공 납시오……108
고태현 바다 소년의 초상……112
권경자(대구) 눈발……116
권경자(부산) 나의 정체성은 무엇일까……120
권은민 반딧불이……125
권혜민 그 새는 어디로 갔을까……130
제4부
김범송 우는 바람 아래 앉아 있었다 ……136
김완애 준비되지 않은 동거……140
김재원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라 ……146
김종희 이화우 흩날릴 제 ……151
김주선 박명이 지나는 시간……154
김추산 초종상례(初終喪禮)의 이변……158
남혜정 기억은 한 장의 사진처럼……163
류영하 그런 시간……168
문 철 축적의 시간……172
민 혜 나이스, 나이스……177
제5부
박경아 신호등 아래에서……182
박소윤 엄마라니까……187
배영숙 청기면 공익골에 ……190
백남경 그해 그 숨결을 품은 바람……195
백남오 내 인생의 굿 한판……200
백무연 뒤뜸 밑……204
선수원 나는 갯벌 가에 산다……209
신길자 잠자리채……213
제6부
박석구 고주(孤酒)……218
엄기백 그래도……221
이조경 봄은 다시 오고……226
조광현 내 마음에 부는 바람……230
조성자 두 유 러브 미……234
조정은 다만 그러하기를……238
현정원 이면은 말고 표면만……243
강철수 육십 년 만에 듣는 아내의 사과……248
김종완 나이 먹기의 어려움……251
문무학 디지털 디바이드……257
윤온강 슈퍼 에이저를 꿈꾸며……261
홍혜랑 세 번은 많다……266
편집 후기……270
책속에서
“그래도 요즘은 엄 감독님이 제일 멋지게 사는 거예요.”
두 달에 한 번씩 만나 밥 먹고 술 마시고 차 마시고 떠들다가 헤어지는 전 직장 동료 모임의 수다 중에 튀어나온 한마디. 가타부타 답하지 못하고 가벼운 웃음과 커피값으로 대신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나이에 맞지 않게 연기한답시고, 연출하겠다고, 충무로로 동숭동으로 대본 들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같잖게 보였을까. 아니면 내가 주문처럼 떠들어대는 “지금 하지 않으면 할 수 없을 것 같아서”라는 말과 태도가 대견해 보였을까. 문제는 그 하찮은 접속사가 문제였다. ‘그래도’ 라니. 앞 문장이 생략되었으나 이 접속사 하나의 의미는 심장했다. ‘그래도’는 은퇴한 고급(?) 백수들의, 암묵적으로 현재를 대변하는 공통분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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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을 뭉그적거리고 있는데 한 통의 전화가 새로운 불길을 지폈다. 문화재단에 몸담고 있을 때 해왔던 〈나는 행복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하자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때 그 강연이 최고였잖아요.”
참 우스웠다. 앞이 보이지 않아 한 발짝도 걷지 못하고 기다시피 하는 사람에게 뭣을 얻겠다고 강단에 세우겠다는 것인가? 아직은 그래도 떠들 것이 있어 보였는가? 정신이 번쩍 들면서 “지금이 현실을 직시하고 확실한 결정을 해야 할 골든타임이다”라는 생각으로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경비교육을 이수하고 새로운 일을 하면서 좀 더 진솔하게 살아야겠다는 명쾌한 결론을 만들어준 것은 바로 〈나는 행복합니다〉라는 강연 제안이었으니 실로 아이러니했다. 왜 하필 행복에 대해 가장 불온한 의구심이 일고 있던 그때 그런 제안이 들어온 것인가. 나는 망설이지 않고 정중하게 거절했다.
“이번은 안 되겠고 가능하다면 다음 회차에 제목과 내용을 조금 바꿔서 해보죠.”
“아닌데, 이번에 그대로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아닙니다. 지금은, 더구나 그 주제로는 조금 힘이 들 것 같습니다.”
다음 회차의 일정 등을 물어보며 얼버무렸지만, 나는 행복을 강요당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았다. 외려 나는 조금 더 구체적인 만족을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선택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일단 이력서에는 모든 이력을 깨끗이 세탁하고 표백까지 해서 진설했건만, 그래도 어째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그래도, 그 일말의 기대, 그 일말의 희망이 오늘도 나를 옥죄어 온다.
―엄기백의 「그래도」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