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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89995102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19-06-17
책 소개
목차
2장 철의 커튼
3장 금융청 감사 대책
4장 여우와 너구리
5장 월급쟁이의 예스
6장 하나에게 비상식적인 일
7장 뱅커의 긍지
8장 우울한 내부 고발자
리뷰
책속에서
“이세시마호텔이요? 이번에 운용 손실이 있었던 곳 말입니까?”
한자와 나오키가 그렇게 물어보자 부부장인 사에구사 히로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이세시마호텔이야. 자네가 담당해줬으면 좋겠어.”
“잠깐만요!”
한자와가 한 손을 들고 상사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법인부는 뭐 하고요? 그쪽 담당이잖습니까?”
“은행장님 명령이야.”
“은행장님 명령이요?”
예상치 못한 말을 듣고 한자와는 무의식중에 다음 말을 집어삼켰다. (……)
“지금 당장이라도 시작하게. 실은 이야기는 이미 다 돼 있어. 담당자는…….”
그렇게 말하고 수첩을 들여다보며 말을 이었다.
“도키에다 조사역이야. 이따가 이쪽으로 오기로 했어.”
“도키에다요?”
“아는 사람인가?”
“네, 동기입니다.”
도키에다는 한자와와 같이 거품 경제 시대에 입행한 사람으로, 최근에는 만난 적이 없지만 얼굴은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겠군. 인수인계는 이번 주 안으로 부탁해. 어려운 일이라는 건 알고 있어.”
사에구사가 돌연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한자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래서 자네에게 부탁하는 거야. 자네 외에 적임자는 없어.”
부하직원에게 일을 떠넘길 때 상사들이 흔히 하는 말이었다.
― ‘1장 한 지붕 두 은행’ 중에서
산업중앙은행에 합격했을 때,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넌 이제 평생 편하게 살 거야.”
그 말의 배경에 있던 사고방식은 옛 대장성의 호송선단 방식이고, 은행은 망하지 않는다는 신화였다. 절대로 쓰러지지 않을 것 같았던 옛 금융시대의 상징인 대장성은 예상치 못한 형태로 해체되고, 당시 13개였던 도시은행은 현재 겨우 세 개의 메가뱅크로 흡수되었다.
평생 편하게 산다는 말은 무슨 뜻이었을까?
은행 건물을 나와 교바시의 주상복합 건물 3층에 있는 회사로 들어가면서 곤도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먹고살 걱정이 없다는 뜻일까? 그런 뜻이라면 물론 먹고살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병에 걸려도 은행에서는 이렇게 일자리를 마련해주었다. 하지만 먹고사는 것의 대가로 입행 당시에 가졌던 꿈과 희망, 그리고 자존심은 어딘가에 던져버려야 했다.
인생의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먹고살 걱정은 없다’는 보증도 바야흐로 바람 앞의 등불이나 마찬가지다.
― ‘2장 철의 커튼’ 중에서
“한자와 차장님 눈에는 우리 회사가 어떻게 보입니까?”
유아사는 굳은 의지가 느껴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이는 한자와와 두 살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아직 젊은 축에 속하지만 사장이라는 직책 탓인지 동작이나 말투에 위엄이 배어 있었다.
“공격할 방법을 잃어버린 거대한 코끼리라고 할까요? 현상을 타개하려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죠. 유아사 사장님께서는 그걸 가지고 계십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이었으나 한자와는 솔직하고 거침없이 대답했다.
하지만 유아사로부터 한동안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버럭 화를 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아이디어를 낸다고 해도 실적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걸리지요. 그때까지 은행에서 지원해줄 수 있습니까?”
“지원해드리겠습니다. 믿으실지 안 믿으실지는 모르겠지만요.”
한자와의 대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유아사는 진의를 헤아리기 위해 한자와의 눈을 뚫어지게 들여다보았다. 그 순간 한자와는 깨달았다. 유아사에게는 입에 발린 립서비스는 통하지 않는다. 통하는 것은 진심뿐이다.
― ‘3장 금융청 감사 대책’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