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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90015912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2-08-26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사카히라, 잘해보자.”
그렇게 말하며 웃는 미즈무라의 뺨은 어제와는 달리 경직돼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아아, 미즈무라도 역시 불안하구나, 생각했다. 그런데도 애써 웃으며 나를 격려해주고 있다. 내가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자 그대로 계단을 내려간다. 괴로워하는 내 얼굴을 보는 건 괴롭다. 물론 그건 미즈무라라고 다르지 않다.
그때, 나는 다짐했다. 미즈무라가 미즈무라의 인생을 언제 되찾아도 상관없도록, 미즈무라가 마음 아파할 필요 없도록 완벽하게 미즈무라로 살아가며,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감쪽같이 속여내고야 말겠다고.
“돌아가는 날이 올까.”
무심코 입 밖에 내고 만다. 이런, 하고 황급히 입술을 물었지만 미즈무라에게도 똑똑히 들렸을 것이다. 그런 말은 더 이상 입에 담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여름이잖아. 올해 여름이 끝날 때까진 버텨보자.”
그럼에도 미즈무라는 그저 해맑게 웃는다.
“여름?”
“그래, 여름. 뭐랄까, 이런 신기한 이야기는 한 여름 동안의 이야기란 느낌 안 들어?”
뭔 소리야, 하며 나도 모르게 웃는다.
도쿄로 나갈 때 각오하긴 했었다. 이대로 영영 못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런 무른 각오를 유유히 뛰어넘는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에 이르러서도 나는 바라고야 마는 것이다. 그 공영 주택에서, 엄마와 아빠와 동생과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웃을 수 있기를. 얼토당토않은 몽상이다. 그 꿈속에선 모두가 15년 전 얼굴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사카히라 리쿠로서의 시간은 15년 전에 멈춰 있단 사실을 하염없이 통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