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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심리학/정신분석학 > 교양 심리학
· ISBN : 9791190151221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19-08-25
목차
I. 들어가는 글: 좋은 사람의 향기 1
II. 현대의 요정(妖精): 오드리 헵번의 투사 15
III. 어느 사회개혁가의 재미있는 인생: 버나드 쇼의 공상 33
IV. 마음속 독풍(毒風) 다스리기: 추사 김정희의 신체화 51
V.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 된 말썽꾸러기: 혼다의 행동화 63
VI. 과학계의 잔 다르크: 마리 퀴리의 수동공격성 75
VII. 천재 코미디언의 어두운 코미디 같은 삶: 로빈 윌리엄스의 해리 91
VIII. 어린왕자의 슬픈 사랑: 생텍쥐페리의 반동형성 105
IX. 기억해내지 못하는 것이 주는 고통: 찰스 다윈의 억압 121
X. 열정적인 구두 제작자의 비밀: 페라가모의 전위 135
XI. 백조(白鳥)왕자의 동화 같은 인생: 앙드레 김의 이지화 149
XII. 어둠의 성인: 마더 테레사의 이타주의 167
XIII. 지옥을 천국으로 바꾸기: 마크 트웨인의 유머 185
XIV. 마음속 피가 솟구쳐 흐를 때: 주광치앤의 억제 203
XV. 20세기 철강왕: 박태준의 승화 217
XVI. 깊은 비밀을 감춘 리더의 얼굴: 아이젠하워의 예상 231
XVII. 맺음말: 인생이라는 학교에서 배우는 삶의 기술 249
XVIII. 미주 261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들어가는 글
사실, 인생은 살아보면 안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보기 전에 미리 알고 싶어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말이다.
실존주의 철학의 창시자 키에르케고르(Soren A. Kierkegaard)는 바로 이것이 인생의 근본 문제 중 하나라고 하였다. 그에 따르면, “인생은 앞을 보면서 살아가야 하지만 정작 뒤돌아 볼 때라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2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문제에 답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미국 UCLA 농구팀의 전설적인 지도자인 존 우든(John Wooden) 감독은 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 어떤 필기 구절로도, 그 어떤 웅변으로도,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그들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가르칠 수 없다. 선반에 있는 그 어떤 책들도 마찬가지다.”3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인생공부가 필요하다. 특히 세상 일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러시아의 대문호 레오 톨스토이(Leo Tolstoi)는 “인생은 학교”4라고 말했다. 노년기에 그는 주로 인생공부를 하면서 보냈다. 그가 인생공부를 한 방식은 후세에 전할 만한 현자들의 ‘인생지혜’를 찾아 정리하는 것이었다.
이 책에서는 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인생공부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실 인생공부는 인문학의 전통적인 주제 중 하나다.
인문학은 “인간과 인간의 근원문제 및 인간의 사상과 문화”5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인문학이 인간 자체에 대한 탐구를 포함하는 학문인 한, 심리학을 빼놓고는 성립할 수 없다.
그렇다면, 심리학에 기초한 인생공부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가? 그 한 가지 예로는 바로 ‘심리분석 전기(psychobiography)’를 들 수 있다. 이것은 개인의 생애사(生涯史)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해 재구성한 것을 말한다.
미국의 사상가 에머슨(Ralph W. Emerson)은 “역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전기(傳記)가 있을 뿐이다!”6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오직 인간만이 역사의 주체일 수 있다. 동시에 모든 역사는 주관적이다. 그렇기에 과거에 대해 오직 하나의 설명만이 참된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허구일 수밖에 없다.
에머슨의 말처럼, 인간의 삶에서 전기는 중요하다. 그리고 역사가 반복되듯이, 전기를 읽지 않는 사람들 역시 이전 세대 사람들의 삶을 구태의연하게 반복하기 마련이다. 때로는 비극으로, 때로는 희극으로!7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에 따르면, “삶이란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투쟁이다.”8 이런 점에서 심리분석 전기는 우리가 삶에 눈뜰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심리분석 전기는 우리가 이전에는 보지 못하던 것을 새롭게 볼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발걸음이 미치지 못하던 곳에 우리가 기꺼이 가 닿을 수 있도록 해준다.
심리분석 전기와 전망의 지혜
심리분석 전기가 우리에게 선사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중 하나는 바로 인생공부다. 보다 구체적으로 심리분석 전기는 인생공부를 위해 필요한 ‘전망(prospection)의 지혜’를 선사해 준다. 심리학에서는 과거 사건에 대한 정신적 표상을 ‘기억’이라고 하고 현재 사건에 대한 정신적 표상을 ‘지각(知覺)’이라고 하며, 미래 사건에 대한 정신적 표상을 ‘전망’이라고 한다.9
미래에 대해 생각하거나 예측하는 것이 모두 다 전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본질적으로 전망은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해내는 것과는 다르다. 스포츠 전문가가 과거 성적에 기초해 특정 선수의 승률을 예측하거나 경제전문가가 시장의 경기를 예측하는 것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전망과는 관계가 없다.
심리학적으로 전망은 객관적인 자료가 없거나 오히려 자신의 기대와는 반대되는 사건들이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해 희망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전망과 낙천성 그리고 낙관성은 서로 다르다. 낙천성은 기질적으로 자신의 모습에 대해 특별한 근거 없이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타고나는 것이다. 이에 반해 낙관성은 주어진 자료에 기초해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합리적으로 추론하는 것이다. 낙관성은 학습이 필요한 삶의 지혜에 해당된다.
대조적으로 전망은 상황이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거나 미래를 객관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자료 자체가 없는 조건 하에서,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눈앞이 캄캄한 상태로 방황할 때처럼 말이다. 이러한 전망은 낙관성과 마찬가지로 인생이라는 학교에서 배워야 하는 삶의 지혜이다.
내 삶이 장차 어떻게 펼쳐지게 될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망 능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망 능력은 문제 상황에서 내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삶에서 전망의 기술은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그리고 삶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과 ‘기대할 수 없는 것’ 등을 지혜롭게 구분할 수 있게 해준다. 문제는 이러한 것들을 구분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수백 명의 삶을 80년 이상 추적 조사한 하버드대학의 성인발달 연구에 따르면, 전망이 상대적으로 더 잘 발달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10 그런데 하버드대학의 성인발달 연구 참여자들 중 전망을 잘 활용한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자신의 일을 즐겼고 정신장애를 나타내지 않았으며 그 대부분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음속에서 반짝이는 것
톨스토이는 행복의 문제와 관련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행복하지 못하다면 두 가지 변화를 꾀할 수 있다. 하나는 삶의 조건을 높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적인) 영혼의 상태를 높이는 것이다. 첫 번째는 언제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두 번째는 언제든지 가능하다.”11
심리학자인 로버트 화이트(Robert White)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우리는 삶의 조건들이 인생을 조형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이 알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지식은 매우 중요하다. 반면에 우리는 인간이 삶의 조건들을 조형해 나가는 방식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러한 지식이 덜 중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12
로버트 화이트의 주장은 왜 우리가 심리분석 전기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 그에 따르면, 정작 우리는 역사의 주체로서 인간이 역사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고 그 결과로서 자신들이 삶의 결과물들을 어떻게 창출해 내는지에 대해서 무지하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이러한 심리분석 작업이 암묵적으로 불편함과 두려움을 야기하기 때문인 것 같다.
프랑스의 소설가 쥘리앵 그린(Julien Green)의 이야기는 심리분석 작업이 얼마나 커다란 불편함과 두려움을 야기하는지 잘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일기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누군가 이 일기를 찾아낸다면, 그는 나를 완전히 잘못 판단할 것이다. 나를 판단하는 데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쓰지는 않았기 때문이다.”13
이처럼 심리분석 작업 과정에서 불편감이나 두려움이 나타나는 것은 전망이 효과적으로 기능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깊숙이 들여다보면 어떤 인간이든 저 안쪽에 반짝이는 무언가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14라고 말한 적이 있다. 바로 심리분석 작업은 우리들 마음속에서 약점이나 문제점을 끄집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굴하기 위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심리분석 작업을 위해 하버드대학의 성인발달연구에서 사용한 ‘적응기제(adaptive mechanism)’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적응기제는 우리가 중요한 문제 상황에서 스트레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거나 만족스러운 삶을 위해 무의식적으로 선택하는 책략을 말한다.15 적응기제는 기본적으로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와 바꾸어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 용어다. 다만, 하버드대학의 성인발달연구진은 방어기제가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적응기제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적응기제는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성숙한 적응기제는 문제 상황에서 ‘나도 행복해지고 다른 사람도 행복해지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신경증적인 적응기제는 문제상황에서 스스로 불편하거나 고통스러운 것을 참아내기로 선택하는 것이다. 미성숙한 적응기제는 문제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감을 유발하거나 고통을 주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을 말한다.
이 책에서 적응기제에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이유는 바로 적응기제가 ‘우리 삶 속에 존재하는 반짝이는 무언가’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단, 이때 ‘반짝이는 무언가’는 성숙한 적응기제를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모든 성숙한 적응기제는 미성숙하거나 신경증적인 적응기제를 거쳐서 탄생하게 된다는 점이다.
인간은 삶 속에서 애벌레가 나비로 변하는 성숙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인간의 삶이 이처럼 변해가는 과정을 지혜롭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심리학적인 전망의 기술’이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적응기제는 기본적으로 무의식적 특성을 지닌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하버드대학 성인발달연구의 한 참여자는 세월이 흐른 뒤에 자신의 실제 과거 기록을 읽으면서도 그것이 자기 이야기라는 것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16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망각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이 자신의 심리적인 필요에 의해 나비가 된 다음 과거 자신이 애벌레 시절에 있었던 일들을 체계적으로 왜곡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심리분석 작업을 할 때 적응기제를 활용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