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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0179614
· 쪽수 : 172쪽
책 소개
목차
[ 이야기를 시작하며 ]
나 같은 사람
[ 나의 뿌리, 나의 유년기 ]
어린 시절의 사진
문제집
회색 눈동자
공부만 잘하면 돼
소외
친구
실패의 공기
가난한 아이의 진로
[ 내가 만난 거울들 ]
시험 점수가 궁금한 아이
가정환경이 어려운 아이
할머니와 사는 아이
자존심이 센 아이
소심한 아이
도벽이 있는 아이
성 조숙증이 있는 아이
칭찬을 갈망하는 아이
분노로 가득 찬 아이
밝고 긍정적인 아이
새로운 것이 두려운 아이
[ 이제야 보이는 것들 ]
11살 때의 차별
의도적 무관심
하루 6시간의 긴장
소수의 의견이 된다는 것
운동회
학부모 상담주간
현장 체험학습
아웃사이더
짝 바꾸는 날
급식 시간
교실끼리의 비교
아이들끼리의 다툼
맞벌이 부부의 아이로 자란다는 것
관심받기 위한 말썽
특별한 날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
장래희망
스무 살을 앞둔 아이
발표
자존심
학예회
성과
그런데도 교사를 꿈꾸는 이에게
[ 이야기를 마치며 ]
앞으로가 더 행복하기를
저자소개
책속에서
실패에 익숙한 어른들은 아이에게 쉽게 인생을 살려면 안전한 길을 찾으라고 말한다. 실패할 것 같으면 하지 말라고, 기왕이면 남들이 말하는 안정적인 길을 걸으라 한다. 실패한 어른을 곁에서 보고 자란 아이들은 두려움에 쉽사리 그들의 의견에 순응한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꼭 그와 같은 어른이 된다. 실패하지 말라고, 실패는 무서운 거라고 말하는 어른이 된다.
안정적으로 살고 싶어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던 나의 삶들은 결국 성공적이었을까. 전혀 아니다. 나는 늘 전전긍긍했고 조급했고 아팠다. 겉으로 보이는 형태만 달라졌을 뿐, 나는 실패의 공기를 내뿜는 어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내 부모, 그리고 매년 만나는 학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충분히 주는 것 같아도 아이들은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교우관계에 대한 관심, 성적에 대한 염려를 표현하는 것이 사랑의 전부가 아니다. 어떤 아이들에게는 좀 더 용기를 주는 것이 절실할 수 있다. “넌 할 수 있어!”라는 말에는 ‘난 네가 친구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다고 믿어!’라는 강요가 내재되어 있다. 네가 친구가 없어도 괜찮아. 네가 학교에서 발표 한 번 못하고 와도 괜찮아. 억지로 친해지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저 괜찮다는 말 한마디로 아이들은 더 빨리, 자신의 틀을 깨고 나오기도 한다. 소심한 게 아니라 적응에 시간이 필요할 뿐이니까.
이제 교사가 된 후 아이들을 볼 때마다 내가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어디까지인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특성을 가진 아이 모두 내가 하나하나 봐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더 도움이 필요한 아이에게 저절로 눈이 가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그 아이들이 진짜 마음이 아프지 않게 되고 삶이 좀 더 수월해지는 것은 아니다.
선생님께서 4학년 때의 내게 그랬듯,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단지 1년간 그 아이를 좀 더 바라봐 주고 공감해 주는 것 정도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나의 11살이 내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알게 되었듯, 내가 만난 아이 중 몇몇은 나와 보낸 1년을 조금은 특별하게 기억할지도 모른다. 물론 기억의 이유는 제각각일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