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러시아소설
· ISBN : 9791190234054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20-03-30
책 소개
목차
티끌 같은 나|7
이유|177
첫 번째 시도|321
남이 우리랑 무슨 상관이죠|397
어느 한가한 저녁|413
리뷰
책속에서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은 반드시 합당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꽃은 벌을 유인하기 위해 좋은 향을 낸다. 반면 냄새가 고약한 것은 말려서 바람에 날려 버려야 한다. 흔적도 없이 말이다.
전차는 텅 비어 있었다. 안젤라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모스크바 사람들을 보려다 갑자기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마음을 단단히 먹으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전차 안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아가씨, 왜 울어요?”라고 묻는 사람은 고사하고 그녀를 애써 위로하는 사람도 없었다. ‘인생은 길고 앞으로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조금씩 그녀의 슬픔에 빠져들었고, 그들 역시 어느새 훌쩍이기 시작했다. 어린 아가씨의 슬픔과 자기 연민에서 비롯된 흐느낌이었다. 물론 자기 연민만으로도 눈물을 쏟을 이유는 충분했다.
슬픔에 잠긴 전차는 거리 이곳저곳을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돌았고, 어느덧 땅거미 속으로 스며들었다. 모스크바 곳곳이 불을 환하게 밝혔다. 새해를 앞두고 한껏 치장한 도시의 모습과 흡사했다.
“《스타 팩토리》 다음 오디션이 언제 있지?”
“이제 《스타 팩토리》는 안 나갈 거예요.” 안젤라가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이유가 뭐지?”
“불공평하더라고요. 내가 류바 유키나보다 잘 불렀거든요. 하지만 나는 떨어지고 그 애는 붙었어요. 나는 마르트노프카 출신이니까 떨어뜨렸을 거예요. 누가 나 같은 애를 키워 주겠어요?”
“그쪽에서 크려면 돈이 필요해.” 키라 세르게예브나가 현실을 알려 주었다.
“나도 알아봤어요. 프로듀서가 있더라고요. 재능 있는 사람들을 발굴해서 키워 주던데요.”
안젤라의 말을 듣고 인노켄치가 아내를 쳐다보며 부탁했다. “당신이 좀 나서지? 자기 모르는 사람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