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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0299138
· 쪽수 : 224쪽
책 소개
목차
1. 연애의 확률
2. 관계의 사칙연산
3. 마음의 증명
4. 우리의 삼각함수
5. 서로의 여집합
6. 감정의 절댓값
7. 불확정성의 원리
8. 사랑의 극한값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엄마는 학교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원룸으로 민혁을 쫓아냈다. 그러나 민혁은 난생처음 생긴 자취방보다 가까운 학교 도서관에 더 오래 머물렀다. B대학 중앙도서관의 자유 열람실 66번 자리는 지정석 취급을 받았는데, 민혁이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거기서 숙식을 해결하기 때문이었다. B대학 학생들은 매일 같은 자리에서 곯아떨어진 민혁을 애처롭게 바라보며 쑥덕거렸다
「담당 교수가 얼마나 괴롭히면 저런 고생을 하고 있을까? 안쓰러워 죽겠네…….」
「난 절대 대학원은 안 갈 거야. 졸업 학기에는 반드시 취업하고 말겠어.」
「대단한 근성이야. 내가 저 사람 같으면 한참 전에 재떨이로 교수 머리를 내리쳤을 텐데. 저 교수가 사람이냐?」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민혁은 쌕쌕 숨을 내쉬면서 자고 있었다. 숫기 없고 지질한 남성의 전형이었지만 어떤 면에선 참 대범한 인물이었다.
- <1. 연애의 확률> 중에서
「제발 좀 와. 제발 와서 청소 좀 해. 청소하고 살아야 인간이 깨끗해진다고. 네가 그렇게 추레하게 입고 다닐 수밖에 없는 이유가 뭔지 알아? 네 방이 이 모양 이 꼴로 더러워 처먹었기 때문이야! 세상에.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더러운 건데…….」
「여자들 방이라고 다 깨끗한 건 아니잖아?」
민혁은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대꾸했다.
「어, 깨끗해. 너에 비하면 비교하는 게 실례일 정도로 깨끗해. 그리고, 원래부터 더러운 사람이라고 더러운 걸 좋아하겠냐? 오히려 반대지. 사람은 자기한테 없는 걸 가진 사람한테 호감이 가는 법이니까. 이 멍청한 놈아. 네 몸에 걸친 옷에서 무슨 냄새가 나는지 알아? 집을 무
슨 쓰레기장으로 만들어 놨어.」
「그딴 게 뭔 상관이야. 내가 못 맡으면 되는 거 아냐?」
「진짜 맞는 말만 골라서 하는구나. 처맞는 말.」
- <2. 관계의 사칙연산> 중에서
가까스로 평정을 되찾은 민혁이 이어서 말을 꺼냈다.
「이번 주 일요일 시간 되세요?」
「음, 죄송해요! 저 일요일에는 많이 바빠서…….」
「아, 아니에요. 제가 죄송해요. 너무 갑작스럽게.」
「그날 썸남이랑 데이트해야 하거든요. 자주 가는 카페에서 알바하시는 분인데…… 진짜 너무 귀엽다니까요. 사진 볼래요?」
채은이 내민 휴대폰 화면엔 언제 찍었는지 모를 민혁의 사진이 띄워져 있었다. 사진 속 알바생은 애써 다리를 꼰 채 책을 읽고 있었다. 또 난생처음 마주한 세계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으로 파르르 떨고 있었다. 굳이 말하자면,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오려는 아기 새처럼…….
- <3. 마음의 증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