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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90351256
· 쪽수 : 112쪽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1부 _ 가족이란 무엇인가?
Intro. 가족에 대한 몇 가지 고정관념
‘가’(家) 혹은 ‘파밀리아’(familia)
근대 핵가족의 탄생
2부 _ 루쉰, 아이를 구하라
효에 대하여
아이를 구하라
나도 사랑할 수 있을까?
노라는 떠난 후 어떻게 되었는가
[화보] 그림으로 보는 가족의 역사
3부 _ 핵가족의 성립과 붕괴
스위트 홈 - 판타지
스위트 홈 - 잔혹동화
탈산업사회, 회사-가족-학교 3각 동맹의 해체
IMF와 가족의 위기
4부 _ 청년과 새로운 네트워크
가족의 위기 어쩌면 연애의 위기
「아Q정전」과 정신승리법 효력상실의 순간
핵가족 넘기, n개의 가족
저자소개
책속에서
조혼과 축첩을 가능하게 하는 것도 결혼이 가문의 결합이기 때문이고 가문이란 철저히 남성중심의 혈통사회이기 때문인 거죠.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것은 소위 “공자왈 맹자왈”이라고 하는 사서삼경을 통해 획득한 유교이데올로기고요. 그런데 그런 공자의 제국, 위대한 공자의 제국들이 19세기 말쯤에 서양 문명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 거죠.
어머니가 집안의 물건을 내주면 어머니 대신 전당포에 가서 돈을 빌리고, 또 그 돈으로 유명하다는 의사를 초청해서 아버지를 보살피게 해요. 그런데 그 의사가 아주 희한한 약재를 주문하면 루쉰이 그걸 다 구해 와야 해요. 3년 서리 맞은 사탕수수 같은 건 평범한 축에 속하고요, 처음 교미한 귀뚜라미 한 쌍이라거나 ‘패고피환’이라고 낡은 북 가죽으로 만든 약 같은 걸 구해야 했죠. 어린 루쉰은 진짜 엄청난 고생을 해요. 그런데도 결국 아버지가 돌아가시죠. 이런 경험 때문에 루쉰이 전통의학을 미신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나중에 일본 유학 가서 의대에 가는 걸 보면 말이지요.
루쉰은 단순히 그걸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아요. 반전이 있어요. 이게 루쉰의 놀라운 점인데요, 소설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가 나와요. 만약 중국이 사천 년 동안 사람을 먹어 온 사회였다면 자기도 부지불식간에 사람을 먹지 않았을까, 라는 자탄을 하는 거죠. 자기만 전통 사회에서 쏙 빠져나오지 않아요. 자기도 그 일부라는 것을 루쉰은 뼈아프게 자각하죠. 그게 루쉰과 동시대의 다른 지식인을 구별시켜 주는 지점이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소설의 마지막 구절이 이런 거예요. “사람을 먹어 본 적 없는 아이가 혹 아직 있을까?”라면서 “아이를 구해야 할 텐데…”라고 글이 마무리되죠. 루쉰에게는 어쩌면 전통 가족에서, 효라는 억압적 담론에서 아이를 구하는 일이 평생의 과제였는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