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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동양철학 > 동양철학 일반
· ISBN : 9791190351904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21-07-28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 시작하라, 두려움 없이
2. 웃음의 힘
3. 놀람을 놀람으로 치유하기
4. 양생(養生), 욕심을 줄이고 계절에 맞게 살아라
5. 분노로 생각을 다스리다
6. 술, 똥과 오줌을 엇갈리게 하다
7. 어쩌다 신선
8. 열을 내려라, 수승화강(水昇火降)하라
9. 귀신 씌었다는 것
10. 우물의 독, 마음의 독
11. 백마 타고 온 손님
12. 토에도 때가 있다
13. 진흙에서 뒹구는 아이
14. 음을 보호하라, 정을 간직하라
15. 잘나갈 때 조심해
16. 오줌, 몸과의 마지막 이별
17. 벽을 향해 웃는 남자
18. 병으로 병을 치유하다
19. 광증을 설사로 낫게 하다
20. 정(精)과 성(性)
21. 자궁의 혈을 순환시켜라
22. 약의 탄생, 약의 서사
23. 신(神)과 함께
24. 배고파서 신선이 된 여자
25. 충(蟲), 내 삶의 동반자
26. 무서운 상한병
27. 병, 삶을 살펴보라는 메시지
28. 고독(蠱毒)을 보내는 법
29. 금빛 누에 시집 보내기
30. 옥지에서 나는 변소 냄새
부록. 『스토리 동의보감』 속 슬기로운 의사들의 프로필
저자소개
책속에서
앞의 부인도 이런 경우라 할 수 있다. 한번 도적에게 크게 놀란 후로 작은 소리에도 그만 졸도하고 만다. 이 부인이 도적에 게 위협을 당하여 놀란 것을 대인은 양증(陽證)으로 보고 있다. 도적은 외부의 요인이기 때문이다. 외부의 요인이 없어졌는데도 자꾸 놀라는 것은 자신 안에서 나오므로 음증(陰證)이다. 이 부인은 지금 음증을 앓고 있는데 본인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다. 의원은 어떤 처방을 내릴까?
헐! 증상은 심각한데 처방치고는 너무 간단해서 싱겁기까지 하다. 고작 책상을 내리치는 것뿐이라니! 하지만 여기에는 감정과 장부가 어떻게 연결되었는지에 대한 통찰이 있다. 의원은 환자가 놀랄 일이 아닌데도 놀라는 건 처음 놀랐을 때 담(膽)이 상했기 때문으로 보았다. 담은 밝은 판단력과 정의로운 결단력, 그에 따른 용기를 주관한다. 그래서 ‘중정지관’(中正之官)이라고도 한다. “굳센 기상을 주관하므로 담은 ‘중정지관’이 되어 결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여기서 나온다. 인품이 강직하고 과단성이 있으며 곧아서 의심이 없고 사심이 없는 것은 담의 기가 바르기 때문이다.”(3. 놀람을 놀람으로 치유하기)
어느 날 하수오라는 남자가 술에 취해 밤에 풀밭에 누웠던 모양이다. 몸이 약하여 아내를 맞이할 여력도 없이 쓸쓸히 늙어 가던 이 남자. 밤에 술 몇 잔 걸치고 딱히 갈 데도 없어 벌렁 풀밭에 드러누워 한잠 잤을지도 모르겠다. 깨어서 물끄러미 어떤 풀, 야교등을 바라보게 되었다. 아주 우연히. 그런데 이 풀이 움직이는 게 아닌가! 잎과 줄기가 엉겼다 풀렸다를 반복하면서 말이다. 마치 남녀가 교합을 하듯이. 더구나 잎은 반드시 한 줄기에서 쌍으로 나 있다. 남녀 한 쌍처럼. 마침내 하수오의 기분이 이상해졌으리라.^^
아들을 여럿이나 낳고 130세까지 살았다 하니 이 풀 약효가 대단하다. 그리고 드디어 약으로 탄생했다. 그리고 이젠 야교등이 아닌 ‘하수오’로 불려지게 된다. 약으로서의 이름을 얻은 것이다. 이처럼 약은 처음에는 어떤 서사와 함께 탄생한다. 그것도 우연히, 또 아주 가까이에서. 모든 약은 병 가까이 있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 그런가 보다. 우리가 병이 있는데도 그에 대응하는 약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면 가까이 있는 친숙한 것을 관찰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우연한 서사를 만들어 내는 인연에 아직 닿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22. 약의 탄생, 약의 서사)
『황정경』은 도가의 경전이다. 도가에서는 간은 방향으로는 동쪽, 색은 푸른색, 동물로는 용을 상징한다고 본다. 그래서 간신(肝神)의 모습을 이처럼 그려 냈다. 이런 식으로 심신(心神), 비신(脾神), 폐신(肺神), 신신(腎神)이 우리 몸에서 활동하고 있다니 재미있다. 우리가 살 수 있는 것은 다 이런 신들의 활약 덕분이다. 이를 『동의보감』에선 ‘신은 일신을 주재한다’라고 한다. ‘신은 음과 양에 모두 통하면서 섬세한 것까지 살피되 문란한 바가 없다.’
신은 오장육부뿐 아니라 니환(泥丸)과 뼈마디에도 있다. ‘신의 이름은 아주 많아서 이루 다 열거할 수 없다.’ 몸 밖에는 1만 8천 양신(陽神)이 있고 몸 안에도 1만 8천 음신(陰神)이 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신이 있는데 그 가명(假名)과 이자(異字)를 이루 헤아리기 어렵다 한다. 와우! 이렇게 많은 신이 우리 몸 안에서 우리를 지켜 주고 있었다니! 문득 우리 몸의 세포가 50조 개라는 사실이 오버랩된다. 그 하나하나의 세포는 모두 개별 생명체이다. 그들은 모두 나름의 활동을 하고 있다. 50조 개라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그들이 모여서 우리 한 사람의 몸을 이루고 있다. 우리 몸은 그들의 공동체인 셈이다. “스스로가 하나의 개체라고 생각하겠지만 (……) 사람은 사실상 숫자가 50조에 이르는 단세 포 시민들로 구성된 상호협력 공동체이다.”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신이 이 무수한 세포 하나하나까지 포함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려움이 있어도 우리는 이렇게 살 수 있나 보다. 그들이 모두 협력해 주고 있으니. 마음이 뿌듯하고 든든해진다.
(……) 그런데 뜻하지 않게 신을 만나게 될 때가 있다. 바로 아팠을 때. 앞의 책 읽기 좋아하는 선비가 바로 이런 경우다. 내가 아프면 신도 아프다. 신은 살기 위해 밖으로 나와 자신을 살려 달라고 한다. 밥을 안 먹으면 너만 죽는 게 아니라 나도 죽으니 밥을 먹어 달라고. 생각을 많이 해서 밥을 못 먹으니 생각을 덜 하라고. 이 신은 틀림없이 곡신이면서 비신(脾神)일 것이다. 생각을 주관하는 것은 비장이기 때문이다. 무석 지방 유씨의 아들은 주색에 빠졌다. 주색에 빠지면 정(精)을 소모하게 되는데 정은 신장에 저장된다. 그러므로 이때는 신신(腎神)이 나타났다. 그들은 자신을 살려 달라고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살려 주기 위한 것이다. 그들과 협력하지 않으면 우리는 살 수 없다.(23. 신과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