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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90403276
· 쪽수 : 468쪽
책 소개
목차
초판 서문
재판 서문
1장 동굴
2장 침입의 서
3장 노아의 ABC
4장 나비 수집가
5장 걸인의 길
6장 길 위에 내려진 닻
7장 떠도는 암초들
8장 신앙고백
9장 깃털 1파운드가 더 무거울까
10장 총알 1파운드가 더 무거운가
11장 혈액 순환
12장 암초 수집
13장 새와 나무 사이의 전쟁
14장 기러기 사냥
15장 은총
16장 트래블러
17장 녹색의 방
감사의 말
역자 후기
주
리뷰
책속에서
여행은 마음의 발걸음이기도 해서, 다른 장소에 가면 다른 생각이 떠오른다. 나는 이 여행에서 내 마음의 발걸음도 한번 뒤따라 가보고 싶었다. 내 주관적, 개인적 경험을 적어나갔지만 내 평범한 삶을 미화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글자 그대로의 땅을 걸어가는 것이 어떻게 마음의 구석진 곳들을 탐험하는 것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 사례로 내 경험을 이용한 것뿐이었다. 이 책의 장르는 통상적 의미의 여행서가 아니라 여행을 계기로 구상되고 배열된 연작 에세이다. 이 책의 글 한 편 한 편이 다양한 모양의 구슬이라면 이 책의 계기가 된 여행은 그 글들을 한데 엮는 실이었다.
하나의 장소는 한편으로는 고정되어 있는 곳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정되어 있지 않은 힘들이 모이는 곳이다. 예컨대 아일랜드 국립자연사박물관에서 열대의 나비 앞에 있다 보면, 어느새 그 나비가 날던 페루의 푸투마요 정글에 들어서게 되고 그 나비를 잡은 퀴어 독립영웅 로저 케이스먼트와 마주치게 된다. 나를 어딘가로 이끄는 것들이 뭐든지 간에, 그곳에 가면 또 다른 것들이 나를 또 다른 곳들(다른 장소, 다른 시간)로 이끈다.
해결을 뜻하는 영어 단어 resolution의 어원은 묶인 것을 풀거나 뭉친 것을 녹인다는 뜻이다. 고체화가 아니라 액체화다. 어떤 장소에서 원주민이 된다는 것이 먼저 그 장소에 들어와 있었던 것들을 잊어버리는 일이듯, 여행의 완성은 과거에 맺었던 관계들을 끊어버리는 일이다. 원주민 되기를 뜻하는 귀화는 적응한다는 것이 그렇게 잊어버리고 끊어버리는 과정임을 일러주는 용어다. 먹구름과 분리됨으로써 생겨나서 땅에 흡수됨으로써 사라지는 빗방울 같은 정체성에 더 중요한 것은 기억이 아니라 망각임을 일러주는 용어인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