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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 치즈 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

치즈 : 치즈 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

김민철 (지은이)
  |  
세미콜론
2020-09-09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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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 치즈 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

책 정보

· 제목 : 치즈 : 치즈 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0403788
· 쪽수 : 192쪽

책 소개

띵 시리즈 5권. 치즈 한 조각에는 인생의 한 시절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복잡다단하고 모진 세월의 풍진마저 모두 품고 있는 치즈. 여기에는 그렇게 치즈를 먹으면서 신체적으로는 성장하고, 정신적으로는 성숙해온 작가 개인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목차

프롤로그 그러니까 치즈처럼

무려 엄마, 겨우 딸
한명자의 간장 안 뺀 된장
구멍 뻥뻥 에멘탈
불법숙박범의 치즈 사랑
민박집의 카망베르
카망베르 드 노르망디
날카로운 첫 치즈의 기억
당신의 업보는 무엇인가요?
치즈로 쌈 싸 먹기
꿀과 화해한 밤
의외의 단짝
텅 빈 지갑의 부자
프렌치 어니언 수프
1유로의 기억
감자칼의 이중생활
죄책감 극복 프로젝트
김장하는 마음으로
쉬운 위로
축구공 대신 모차렐라
젊은 날의 카프레제 샐러드
치즈교 극성 신도
빈 도화지 같은 맛
예민하다니, 부럽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치즈 리스트

책속에서

좋아하는 마음은 얼마나 귀한 것인지. ‘억지로’가 아니라 ‘좋아서’ 하는 일은 어느샌가 개인의 역사가 되어 있곤 한다. ‘시간을 내서’ 하지 않아도 그것에 자연스럽게 쌓인 시간은 어느새 책 한 권 분량이 되고도 넘친다. 무엇이 되어야겠다는 마음도 없이, 이걸 이용해 뭔가를 하겠다는 야망도 없이, 그냥 좋은 것, 그저 끌리는 것.
그것이 내겐 치즈다. 대단하지 않아도, 깊은 의미 같은 건 없어도 그저 좋아하는 세계가 있어서 나는 종종 스스로 부자라고 느낀다. 그렇게 좋아하는 마음을 좀 더 단단히 쥐어본다. 그렇게 내 삶을 조금 더 좋아하는 쪽으로 이끌어본다.
‘프롤로그 : 그러니까 치즈처럼’ 중에서


“이게 뭐꼬. 내 이따가 묵으께.”
“니 이거 좋아하잖아. 내가 일부러 따로 챙겼단 말이야. 사람들이 볼까 봐 막 망 보면서.”
엄마는 그 휴지뭉치를 자기 앞으로 끌어당겨 풀기 시작했다. 휴지뭉치 속에서 노란색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나는 순식간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치즈였다. 카망베르 치즈, 체더 치즈, 고다 치즈, 훈제 치즈, 블루치즈까지. 한 종류라도 내가 놓칠까 봐, 한 조각이라도 내가 아쉬워할까 봐, 넉넉하게 챙겨놓았다. 휴지 속에 있는 건 아무리 꽁꽁 감춰놓아도 결코 숨겨지지 않는 엄마의 마음이었다.
‘무려 엄마, 겨우 딸’ 중에서


치즈라니. 며느리는 자기가 아는 최고의 칭찬을 했지만 어머님은 고개를 갸웃하셨다. 그런 반응은 처음이었으니까. ‘치즈’라는 말을 들으면 노란 슬라이스 치즈나 쭉쭉 늘어나는 모차렐라 치즈부터 떠오르는 어머님에게는 완전 뚱딴지 같은 소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치즈였다. 잘 숙성되어 쿰쿰한 맛을 내는 치즈들. 하얀 곰팡이가 겉을 감싸고 있는 카망베르 치즈나, 푸른곰팡이가 점박이처럼 박혀 있는 블루치즈 같은. 그 치즈들의 끝맛과 된장의 끝맛이 절묘하게 같았다. 하긴 된장도 발효식품이고 치즈도 발효식품이니 그 둘 사이에 비슷한 맛이 스친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치즈 맛이 나는 된장에 반해 저녁 내내 모든 것을 된장에 찍어 먹다가 결국 한 종지를 다 비운 나는 확실히 이상한 사람이었다.
‘한명자의 간장 안 뺀 된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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