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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90434843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5-08-30
책 소개
목차
I
침목
'프렌치'로 깨우는 아침
후아이
기타 등등
재담
두 번째
지뢰
미안
땜질
사거리
이러쿵저러쿵
곁들임
순간의 꽃
우직한 사각형
묘미
높이, 더 높이
해변에서
마음에 걸리는 사람
이름
산딸기
모즈메
내기
문
풍요로움
마음의 색
II
책에 숨은 묘미
디자인이 막막해지는 책
손이 건네는 이야기
들쭉날쭉
찾아가는 북 디자인
모르겠다
그대로 눌러앉기
고양이밥
신세를 진다는 것
해변에 산다
정체불명
골동 시장의 '깍두기'
한밤의 샷 글라스
추억거리
P.
첫 분라쿠
아직도 그런 소릴
새의 책
○○ 같은 것
겨울 아침
시라이와야키 대접
하얀 책
표지턱 8밀리미터
긍정적 체념
작가의 말
수록 작품 지면
덧붙이는 글
이경수 조우 (遭遇)가 조응 (照應)이 되기까지
박연주 책의 주변에서
저작자 소개
책속에서
매끈한 종이에 인쇄된 정보는 모니터를 통한 광학적 정보와 비슷한 인상을 준다. 어딘지 모르게 일방적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기호의 소통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은 다른 이가 딱딱하다 하는 것을 부드럽다 느끼기도 하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굶주리거나 아픈 사람을 상상해 보면 된다. 정보 사회는 개개인의 경험을 통해 다져진 감수성과 정보를 지양하고 개인적 체험을 두려워하는 것만 같다. 나는 시각과 촉각을 완전히 열고 받아들여야 하는, 책이라는 매체의 ' 후아이' 를 소중히 여기고 싶다.
신문이나 잡지에서 마음에 남는 문장을 몇몇 오려내어 노트에 붙여 놓는데, 그 사이에 시간을 둔다. 오려낸 종이를 책상 한편에 문진으로 지질러 두는 것이다. 며칠에 걸쳐 한 번 더 읽어보고 쓰레기통과 노트로 행선지가 갈린다. 그 문진 역할을 작지만 무거운 사각형 애자가 담당하고 있다. 전기의 흐름을 절연하고 지지하는 애자가 문장에서 절연된 몇 줄의 문장을 우직하게 눌러 둔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북 디자인은 내부의 작품을 받드는 존재가 아니다. 안이 있으므로 밖이 생기고 밖을 가짐으로써 안이 산다. 안과 밖이 둥근 고리로 이어진 운동체, 그것이 책이다. 종이를 만드는 사람, 인쇄하는 사람, 제본하는 사람, 유통에 종사하는 사람, 서점에서 매대와 서가에 진열하는 사람, 지면으로 소개하는 사람, 평론하는 사람, 각자의 생각이 운동을 가속한다. 북 디자인은 다양한 마음이 교차하는 무대이자, 다가올 독자를 맞이하는 무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