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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0473712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21-12-30
책 소개
목차
1부
아주 옛날
아이들
알 대신 얼음
겨울나기
큰어미
매발톱의 속내
기침과 가래
우두머리와 끄트머리
2부
때 이른 사냥대회
새 으뜸과 새 버금
참돌
족제비눈
스무 척의 배
쓰르라미와 찌르레기
범굴
시끄러운 고요
외톨이야!
큰주먹은 싫습니다!
3부
고래 고기
빠른 발
큰볕터
깃털 하나
빚진 눈물
살자, 살자구나!
고래잡이
또 하나의 육손
참돌바늘
암각화 속 두 얼굴
작가의 말
리뷰
책속에서
첫얼음이 어는 날은 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왔음을 뜻하는 날이었다. 나이 한 살을 더 보탬을 ‘첫얼음이 언다’ 했으며, 첫얼음이 어는 날을 기리기 위해 새알 하나씩을 숨겼다. 하나의 새알을 땅의 신에게 바치면 다음 해 열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됐지만, 나이를 기억함은 그런 사사로운 이익보다는 집단적 이익이나 질서유지 차원에서 더 큰 의미를 띠었다. 나이는 사냥감의 배분 순서와 양을 정하는 것 외, 제사를 지낼 때 앉는 위치와 순서를 정하는 기준이 되었다.
“응, 재미있어.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만들잖아. 있는 것을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사냥이나 고기잡이와는 달라.” (중략) “있는 것이 없는 것으로 되진 않아. 네가 곱돌로 사슴을 바위에다 그리면 곱돌은 닳아 없어지지만, 바위 위에 그림이 남게 되지. 네가 사슴을 사냥해서 그 고기를 먹으면 사슴은 없어지지만, 네 살점은 도톰해지지.”
그리매는 돌아오는 길에 사슴의 어미들에 관해 생각했다. 마지막 어미는 과연 어디서 나왔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어미의 어미만 되풀이될 뿐, 맨 첫 번째 어미를 알 길이 없었다. 발에 걸리는 돌멩이 하나를 집어 던지자, 돌멩이 떨어진 언덕배기에서 꼬꼬댁, 들닭 소리가 들려왔다. 불현듯 없는 것이 있는 것으로 되지 않는다던 꽃다지의 말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