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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0526173
· 쪽수 : 212쪽
· 출판일 : 2020-07-31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아까시꽃의 비원
자연인의 셈법-마음을 비우고 창자를 비우고
소울 메이트
구원의 성소
화려한 초대
꽃밭 방공호
열일곱의 신세계
그리움의 시원(始源)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녀는 찬물에 술렁술렁 아까시꽃을 헹구고 밀가루 반죽을 했다. 보자기를 깔고 솥에 쪄내니 냄새가 그럴듯하다. 그녀는 아까시꽃으로 떡을 해본 적도, 먹어본 적도 없다. 향긋한 아까시꽃 떡은 순전히 민석이 덕분이었다. 민석이는 유아원 간식 당번일 때 간식을 준비해가지 못해서 등원을 거부당했지 않은가. 아까시꽃 떡에는 민석이의 눈물과 설움이 담겨 있었다. (「아까시꽃의 비원」 중에서)
할아버지가 따라 주는 술잔을 받아 올린 다음 승윤은 엄마에게 맘 속으로 희망을 전한다. 승윤은 진즉부터 의사가 되는 꿈을 꾸고 있었던가.
“엄마! 배고프면 언제든지 집에 와. 엄마도 우리와 함께 피자를 먹으면 돼!”
승하의 허스키한 음성이 밤의 정적을 깼다. 어디선가 ‘밥상이 약상이여’ 하는 자연인 해관 선생의 걸걸한 음성이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그녀가 현관문을 닫았다. 온 집안에 한밤의 고요가 내려앉는다. 하얀 재를 날리며 위로 올라가는 소지를 따라 가족 모두의 슬픔이 점점이 흩어져갔다. (「자연인의 셈법」 중에서)
개울은 해영이네 아이들이 귀가하면 책가방을 던져놓고 마음 껏 놀 수 있는 놀이터요, 발도 씻고 간이 목욕도 할 수 있는 자연의 샤워장 구실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개울가에는 냉이며 강아지풀 질경이 망초가 무성하고 그 사이로 돌미나리가 소담하게 어우러졌다. 해영은 돌미나리를 관심 있게 들여다본다. 돌미나리는 불그스름한 이파리를 활짝 펼치고 옆으로 퍼진 것이 줄기가 제법 실했다. 윗대만 잘라 끓는 물에 데쳐서 초고추장에 버무리면 이 마을에 오기 전에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희한한 입맛이 살아나곤 하였다. 입맛은 곧 해영에게 살맛이었고 돌미나리는 자르면 자를수록 금세 새순이 올라왔다. (「구원의 성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