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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0566995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24-09-12
책 소개
- 임성구 번역시조집, 『성구成九의 시절인연時節因緣』
한국 정형시조를 창작하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임성구 시인의 번역 시조선집 『성구成九의 시절인연時節因緣』이 도서출판 작가의 새로운 기획시리즈 K-poem으로 출간되었다.
저자 임성구 시조시인은 1967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나 1994년 《현대시조》로 등단하였다. 시조집 『오랜 시간 골목에 서 있었다』, 『살구나무죽비』, 『앵통하다 봄』, 『혈색이 돌아왔다』, 『복사꽃 먹는 오후』, 『고함쳐서 당신으로 태어나리』 와 현대시조 100인선집 『형아』가 있다.
가람시조문학상, 오늘의시조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경남시조문학상, 올해의시조집상, 창원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 한국시조시인협회 중앙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에 펴낸 번역 임성구의 시조선집 『성구의 시절인연』은 1부 목마른 그리움이 피어나는 꽃밭에서 천년을…(A Thousand Years in a Flower Garden Where Poignant Longings Bloom), 2부 뜨겁게 노래하거나 슬픔에 흠뻑 젖은 나날(Days of Singing Passionately or Feeling Sad), 3부 단풍이 물드는 자리에 바람과 별이 지나가고(Where Foliage Turns Golden, Brown, and Red, Winds and Stars Pass By), 4부 얼음의 날을 견디며 간절히 올리는 청동 시문(Hoping My Poems Will Shine Long like a Bronze Mirror by Enduring Tough Days) 등 4부로 구성하여 총 77편의 가편을 국영문으로 수록하였다.
“한 생은 비록 미약했지만 절절한 희망으로 건너왔고,/또 창대한 미래를 위해 간절함으로 건너가는 중”이라는 저자 임성구 시인은 “처음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이 말을 심장 깊이 뿌리내리면서, 오늘을 가장 멋있게 살아가는 중이라고 고백한다.
‘임성구林成九’라는 이름은
내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피와 땀과 눈물로 어루만지며
푸른 숲[林]과 우주에서 큰 숫자[九]로 긴장하고 은유하며,
맑고 빛나게 이루[成]라고 내려주신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이다.
그리하여 나의 지금은,
한국의 정형시 시조를 무척 사랑하고 아끼면서
슬픔도 뜨겁게 쓰는 이런 호사好事를 누린다.
- 「시인의 말」 중에서
하버드 교수를 역임한 데이빗 맥캔 교수는 임성구의 시조를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시조 작품”으로 평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작품 「시(詩)를 업은 항아리」 에 표현된 낱말들을 보면 “고려시대(918년-1392년)의 도자기에 시 한 편이 새겨져 있는 장면”이 떠오른다며, “이 작품은 일종의 K-pop의 전신 같아서 우리는 그냥 그것을 K-pot으로 불러야겠다”고 언급한다.
네 몸에 새겨놓은
달빛 문장 은은하다
천길 불구덩이도
견뎌낸 애절한 사랑
온 우주 어르고 달랜 귀얄문
둥개둥개 업어 키운다
The words inscribed on the body
look subtle in the moonlight.
The pot survived in the hot kiln
with ardent love for the poem.
The brush marks, soothing the universe,
help the love grow on the pot.
- 「시(詩)를 업은 항아리A Ceramic Pot with a Poem on It」 전문
이 시조는 견고한 항아리의 팔과 어깨를 타고 흐르는 우아한 균형미가 마치, 환한 달빛의 은은한 무대에서 조명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수백 년 된 도자기 한 점이 시(詩) 한 작품 때문에 발탁이 되어 꼼짝없이 불구덩이 가마 속으로 옮겨져 그 열기를 견뎌 낸 것이다.
이 시조집에는 위의 작품 외에도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시조 작품들이 많이 수록되어 눈밝은 독자들이 감상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단풍 든 네 가을의 오른쪽은 무척 환하다
벌레 먹은 나의 왼쪽은 어둠이 매우 깊다
무작정 흔들고 가는 이 스산한 편두통
With the glow of autumn leaves,
the right side is very bright.
But alas, eaten by bugs,
my left side is very dark.
Suffering from severe migraine
I feel shaken to the core.
- 「불균형의 가을Unbalanced Autumn」 전문
시인은 “단풍 든 네 가을”을 바라보며 무척 환한 나의 오른쪽과 벌레 먹은 왼쪽을 함께 대비시킨다. 가을 단풍이 “무작정 흔들고 가는 이 스산한 편두통”이라니! 가을 단풍이 흔들어대는 이 편두통을 당신도 느낀다면 그대 또한 이미 시인이 아닐는지. 임성구의 시조의 행간을 거니는 빛과 어둠의 그림자가 무척 깊고도 서늘하다.
이처럼 빛과 어둠과 각 작품의 이미지, 제스처, 특별한 순간들을 생각하며 임성구의 번역시집을 한 편 한 편 거듭해서 읽고 음미하다보면, 친구, 가족, 인근 장소에 대한 특별한 추억들과 자연에 대한 여러 이미지들이 아주 또렷하게 아로새겨진다.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세계의 많은 독자들이 임성구 시인의 깊은 서정이 길어올린 아름다운 시조를 읽으며, K-시조의 가편들이 활짝 개화하고 만끽하는 모습을 함께 즐겨보길 바란다.
목차
· 시인의 말 Preface
· 서문 Foreword_데이빗 맥캔 David McCann
1부 Part 1 목마른 그리움이 피어나는 꽃밭에서 천년을… A Thousand Years in a Flower Garden Where Poignant Longings Bloom
춘몽春夢 Springtime Fantasy 16
천주산의 봄 Spring of Cheonju Mountain 18
탱자꽃 Hardy Orange Blossoms 20
낙화주落花酒 Wine with Fallen Petals 22
붉은 유혹 Red Temptation 24
청도淸道 Cheongdo County 26
허밍 Humming 28
벚꽃 편지 Cherry Blossom Letter 30
목단 항아리 Peony Jar 32
댓잎 피리 Bamboo Leaf Flute 34
차향茶香에 녹다 Melting with the Aroma of Tea 36
러브체인 Chain of Love Flowers 38
아니 기쁩니까 Aren't We Happy? 40
꽃이 오는 방식 How Flowers Come 42
사랑이 오는 방식 How Love Comes 44
봄의 독방 Home Alone One Spring Day 46
환한 고립 Bright Isolation 48
호접몽 The Dream of a Swallowtail Butterfly 50
햇빛 비상구 Sunlight, the Emergency Exit 52
행복을 주는 사람 The Person Who Gives Happiness 54
2부 Part 2 뜨겁게 노래하거나 슬픔에 흠뻑 젖은 나날 Days of Singing Passionately or Feeling Sad
상사화相思花 Magic Lilies 58
립스틱 Lipstick 60
치자꽃 Cape Jasmine Flower 62
어디만큼 오시나 Where Are You? 64
부부 Husband and Wife 66
은근히 Inwardly 68
지금, 대숲에는 Now, in the Bamboo Grove 70
달개비 Dayflower 72
질경이 Plantain Herb 74
장마 2 Rainy Season 2 76
장마 3 Rainy Season 3 78
까마중이 익는 동안 While Sunberries Are Ripening 80
뜨거운 술 Hot Alcoholic Drink 82
뛰어가는 노을 Sunset Running 84
폭우 Heavy Rain 86
성구야 Dear Seong-gu 88
구체적 슬픔 Definite Sorrow 90
슬픔의 정석 A Mode of Sadness 92
진짜 눈물 Real Tears 94
헐렁한 술의 시간 Drinking Time with No Tension 96
3부 Part 3 단풍이 물드는 자리에 바람과 별이 지나가고 Where Foliage Turns Golden, Brown, and Red, Winds and Stars Pass By
홍옥 Red Apple 100
억새꽃 Silver Grass Flowers 102
단풍 무덤 A Pile of Autumn Leaves 104
일몰 Sunset 106
모과향 The Scent of Quince Fruit 108
감잎 단풍 Autumn-colored Persimmon Leaves 110
살구나무죽비 The Apricot Wood Stick 112
일상 Daily Routine 114
달의 이미지 The Image of the Moon 116
해질녘 강가에 앉아 Sitting by the River at Sunset 118
가을 탁발托鉢 Asking for Autumn 120
각북角北에 앉아 있다 Sitting in Gakbuk Town 122
옻단풍 A Lacquer Tree With Fall Foliage 124
시詩를 업은 항아리 A Ceramic Pot with a Poem on It 126
막차 떠난 후 불시착 Crash Landing After the Last Train Left 128
잠시, 노을에 젖다 Basking in the Glow of Sunset for a While 130
불균형의 가을 Unbalanced Autumn 132
늙은 우산 Old Umbrella 134
관념 Notion 136
4부 Part 4 얼음의 날을 견디며 간절히 올리는 청동 시문詩文 Hoping My Poems Will Shine Long like a Bronze Mirror by Enduring Tough Days
대竹 Bamboo 140
먹 Calligraphy Ink Stick 142
불두화 Snowball Flower 144
조장鳥葬 Sky Burial 146
흉터 Scar 148
일기 Diary 150
가랑잎 환청 Fallen Leaves Rustling 152
지우개밥 Eraser Debris 154
아버지의 포옹 Father's Embrace 156
고사목 Dead Tree 158
어떤 동백 시집 A Poetry Book, Just like a Camellia Flower 160
다듬어진다는 것 Getting Better 162
11월 November 164
봉인 Sealing 166
슬픈 달관達觀 Sad Transcendence 168
청동거울 시문詩文 My Poetry, a Bronze Mirror 170
나뭇잎 장례식 Funeral by a Leaf 172
어머니라는 이름과 아버지라는 이름 사이, 내 이름이 참으로 따뜻하게 피어 있었음을 … How Sweet My Name Was Between Mom and Dad 174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 시조집에는 위의 작품 외에도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시조 작품들이 아주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 우리가 읽고 감상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각 작품의 이미지, 제스처, 특별한 순간들을 생각
며 거듭해서 읽고 음미해보세요. 그러면 친구, 가족, 인근 장소에 대한 특별한 추억들과 자연에 대한 여러 이미지들이 아주 또렷하게 생각날 것입니다.
We will find so many other poems vividly ‘living’ in this book, printed on the pages, to be sure, but also waiting for us to pick them up and read them, to savor the images, gestures, the special moments, and then turn back and read them again as memories of friends and family, local neighborhood places, and of our own images of the natural world around us come so vividly to life.
- 데이빗 맥캔, 「서문Foreword」 중에서
앞은 캄캄하고 뒤는 더욱 깜깜하여
방향을 틀어야 할 그런 때가 온다면
너에게 달려가고 싶다 젖 먹던 힘 다 모아서
When it's dark in front of me
and it's darker behind me
it may be time for me to change
my direction, if possible.
In that case, I'd like to run to you
with all the strength I can muster.
- 「햇뱇비상구Sunlight, the Emergency Exit」
섣불리 웃지 마라
장마의 날 있을 거다
함부로 젖지도 마라
우는 하늘 며칠이겠니
시인은 웃음도 울음도
절체절명에 쏟는 거야
Do not laugh all too soon.
There may be a rainy day.
Don't get wet in the rain.
How many days will it rain?
A poet has to laugh or cry
- 「성구야Dear Seong-g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