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90582247
· 쪽수 : 408쪽
책 소개
목차
옥토퍼스
위장
무척추 동물(오 년 전)
흡입
먹물
해수대
무한대
세 개의 심장
리뷰
책속에서
나는 개들이 어떻게 증인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한다. 그들이 어떤 식으로 우리의 가장 사적인 순간들에 함께하는지. 아무도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할 때 그들은 우리의 말다툼과 눈물, 우리의 투쟁, 우리의 두려움, 사람 친구들에게 감추고 싶은 모든 비밀스러운 행동들을 목격한다. 그들은 목격할 뿐 심판하지 않는다.
모든 좋은 기억들이 실수의 기억으로 떠오른다. 병치된 기억. 가려져 있던 더 어두운 추억들. 강아지 시절에 릴리가 내 신발을 모조리 계단 꼭대기에 가져다놓은 기억은 그녀가 그 계단에서 떨어지는 끔찍한 사고가 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왜냐하면 그때 나는 울타리로 그녀를 막아둘 생각을 못 했었으니까.
외과 수술 후 그녀의 방광을 누르며 좋아라 했던 일은 또다른 회상 장면으로 이어진다. 릴리가 소변을 누려 하지 않아서 내가 절망한 나머지, 아파서 끽 소리를 낼 만큼 세게 그녀의 목줄을 잡아당겼던 일로. 우리가 가장 길게 나눈 대화에 대한 기억은 가장 오래 이어졌던 침묵과 짝을 이룬다.
내가 그 모든 좋은 일들을 기억한다면, 나쁜 일들을 기억할 책임도 있는 것 아닐까?
추수감사절에 맛있게 먹고 즐긴 것을 기억한다면, 음식물 중독에 걸리게 한 것과 억지로 과산화수소를 먹인 것 역시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밤에 그녀가 내 옆으로 파고들어 잠들었을 때 그녀의 가슴을 통해 전해지는 심장박동을 느낄 수 있다면, 과산화수소를 잘못 삼켰을 때의 밭은 숨소리도 들려야 마땅하지 않을까?
지나온 그 밤들에 그녀는 내가 왜 화를 내며 잠자리에 드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알았다 하더라도 잊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개들은 현재를 사니까. 왜냐하면 개들은 억울해하지 않으니까. 왜냐하면 개들은 그들의 분노를 매일, 매시간 털어내고, 절대 곪게 내버려두지 않으니까.
흘러가는 매 분마다 무책임을 선언하고 용서하니까. 모든 코너를 돌 때마다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 시작할 기회가 있으니까. 공이 튀어오를 때마다 기쁨이 솟아나고, 새로운 도약을 약속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