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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0629379
· 쪽수 : 252쪽
· 출판일 : 2023-11-30
책 소개
목차
책을 내면서 5
제1부 꽃만 보아도 본전은 뽑는다
모종(某種) 14
꽃만 보아도 본전은 뽑는다 20
나물칼 25
밥심으로 산다 30
코르셋도 입혔건만 35
도토리나무의 단말마 40
넝쿨손이 외친다 45
마당 고양이의 출산 50
박하지 56
마지막 외출 61
다람쥐일까, 사람일까? 66
제2부 토종닭 우는 소리
광어회 72
싸움 굿 77
자벌레와 인간 82
심곡서원(深谷書院) 87
융건릉 오솔길 92
풍기온천의 노천탕 97
토종닭 우는 소리 102
검은 청년 108
페라가모 지갑 113
돌탑 118
함바집 123
제3부 수필로 지은 밥
손 편지의 아우라 130
미더운 단짝 136
VIP 141
지게 146
전생에 자매였을까 151
수필로 지은 밥 156
감주(甘酒) 161
고단한 트럭 166
복날 172
꺼꿍새 177
고추 자루 속 친구 182
제4부 대빗자루의 수행
중고 서양미술사 190
금숙이 195
움누이 200
산비둘기와의 일전 205
까치집 210
골방 서재 215
다라이 김치 221
대빗자루의 수행 227
큰사위 232
설마고개 237
이장(移葬)하던 날 243
만년 초보 작가 248
저자소개
책속에서
달밤에 모종들의 수다를 귀동냥하며 얻은 것이 많다. 사람끼리 나누는 이야기는 서로에게 겉도는 위안의 말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식물하고 나누는 대화는 서로의 속내를 솔직히 드러내어 꾸밈이 없다. 살짝만 건드려도 부러지는 모종 하나마다에 영과 혼이 깃든 것 같다. 그래서 모종 잎 하나가 실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도, 나름의 무량한 사색을 거쳐서 나오는 것이리라. 접시 물보다 더 얕은 나의 사색은 작은 야채 모종들 앞에서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모종(某種)> 중에서
연체동물 같은 넝쿨이 허공으로 더듬더듬 발걸음을 놓는다. 그러나 허공은 그들을 붙잡아주기는커녕 ‘네 힘으로 올라와 봐!’ 하며 겨우 붙든 울타리 끝에서 넝쿨을 뿌리쳐버린다. 마치 독수리가 제 새끼를 벼랑 끝으로 밀어내듯이. 넝쿨은 제풀에 고꾸라져 흙에 코를 박는다. 그러나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다음 날 아침에 보니 다시 일어나 줄기에서 오히려 넝쿨손을 몇 가닥씩이나 더 내밀고 있다. 동물보다 강한 생명력이다. 한여름 세찬 비바람에 그러기를 몇 번이던가.
-<넝쿨손이 외친다> 중에서
포격 소리 없는 21세기의 전쟁이 바로 이곳 느티나무 아래서 벌어지고 있다. 자벌레와 인간의 땅따먹기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더 치열한 것 같다. 자벌레는 어쩌면 0%의 승산도 없다. 다윗과 골리앗의 전쟁보다 균형이 더 맞지 않는 싸움이다. 하지만 꼭 필요한 곳에는 신의 기적도 꼭 존재하는 것일까? 다윗은 골리앗을 기적처럼 이겼다. 결국에는 연약한 자벌레가 승리할지도 모른다. 기적은 언제나 약자에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주인 행세를 하며 자연을 훼손하는 인간의 패배가 불을 보듯 뻔하다.
-<자벌레와 인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