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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할리데이 (지은이), 허진 (옮긴이)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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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비대칭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90885898
· 쪽수 : 388쪽
· 출판일 : 2021-07-31

책 소개

2018년 “문학적 현상”이라는 찬사와 함께 미국 문단과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리사 할리데이의 작품. 뉴욕 맨해튼의 젊은 여성 작가 지망생과 히스로 공항에 억류된 이라크계 미국인 청년의 이야기를 통해 인종과 성별, 부, 권력 등 개인과 집단 간 힘의 불균형을 파헤친다.

목차

어리석음
광기
에즈라 블레이저의 무인도에 가져갈 음반

옮긴이의 말

저자소개

리사 할리데이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76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메드필드에서 태어났다. 하버드대학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하고, 와일리 에이전시에서 문학 에이전트로 일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틈틈이 소설을 쓰기 시작해 2005년 유력 문예지인 《파리 리뷰》에 단편을 발표했고, 2017년에는 첫 장편소설이자 데뷔작인 『비대칭』으로 유망한 신인 작가들에게 수여되는 화이팅상을 출간 전 수상했다. 『비대칭』은 2018년 출간되자마자 “문학적 현상”(《뉴요커》)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뉴욕 타임스》 《타임》 《퍼블리셔스 위클리》 등 유력 매체들이 선정한 ‘올해의 책’ 목록에도 이름을 올려 큰 주목을 받았다. 리사 할리데이는 현재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 밀라노에 거주하면서 작가이자 프리랜서 에디터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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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 (옮긴이)    정보 더보기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번역학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 《너무 늦은 시간》 《푸른 들판을 걷다》, 조지 오웰의 《조지 오웰 산문선》, 마틴 푸크너의 《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 앤 나폴리타노의 《헬로 뷰티풀》, 폴 린치의 《예언자의 노래》, 도나 타트의 《황금방울새》, 올리비아 랭의 《정원의 기쁨과 슬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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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남자는 미스터소프티에서 아이스크림콘을 두 개 사 와서 앨리스에게 하나 내밀었다. 앨리스는 초콜릿을 받은 것처럼 아이스크림도 받았다. 벌써 녹아서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어쨌든 퓰리처상을 몇 번이나 받은 작가가 사람들을 독살하고 다니지는 않을 테니까.
두 사람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비둘기 두 마리가 빨대를 쪼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원피스의 지그재그 무늬와 어울리는 파란 샌들을 신은 앨리스가 햇볕을 받으며 한쪽 발을 한가롭게 움직였다.
“그래, 앨리스 양. 할 마음 있나?”
그녀가 그를 보았다.
그가 그녀를 보았다.
앨리스가 웃었다.


그의 침실은 꼭대기 층에 있었는데, 바닥이 차분하게 삐걱거렸고 나이 많은 오크나무의 옹이 진 가지들이 물결치는 초록색으로 창문을 가득 채웠다. 아침이면 앨리스는 그와 얼굴을 마주하고 누워서 빛나는 갈색 홍채를 빤히 보며 그렇게 많은 생일과 전쟁과 결혼과 대통령과 암살과 수술과 수상과 책을 겪고도 어떻게 이토록 생생해 보이는지, 어떻게 이토록 맑고 기민한지 감탄하며 한숨을 쉬었다. 두 사람이 산 세월을 합치면 97년이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그의 세월과 자신의 세월이 헛갈렸다. 밖에서 새들이 태평하게 쑥덕거렸다. 앨리스는 햇빛이 얼굴에 닿으면 일어나 앉아서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뺨에 베갯잇 주름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녀가 벤치로 돌아와보니 가브리엘라가 에즈라의 목도리를 들고 그를 일으키는 중이었다. 태양은 콜럼버스 애비뉴의 고층 건물들 뒤로 사라졌고 갑자기 내린 어스름 속에서 주변 모든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에즈라는 바람을 등지고 서서 코듀로이 바지를 입은 다리 사이에 지팡이를 끼우고서 재킷 지퍼를 잠그려고 애썼다. “아니, 아니.” 가브리엘라가 도우려고 하자 그가 조용히 말했다. “내가 할 수 있어.” 신풍나무들 때문에 작아진 그는 자기 아파트라는 밀폐된 피난처에 있을 때보다 더 작고 연약해 보였고, 다른 사람들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가 앨리스에게도 잠시 보였다. 노쇠한 늙은이와 시간을 낭비하는 건강하고 젊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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