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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90885898
· 쪽수 : 388쪽
· 출판일 : 2021-07-31
책 소개
목차
어리석음
광기
에즈라 블레이저의 무인도에 가져갈 음반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남자는 미스터소프티에서 아이스크림콘을 두 개 사 와서 앨리스에게 하나 내밀었다. 앨리스는 초콜릿을 받은 것처럼 아이스크림도 받았다. 벌써 녹아서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어쨌든 퓰리처상을 몇 번이나 받은 작가가 사람들을 독살하고 다니지는 않을 테니까.
두 사람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비둘기 두 마리가 빨대를 쪼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원피스의 지그재그 무늬와 어울리는 파란 샌들을 신은 앨리스가 햇볕을 받으며 한쪽 발을 한가롭게 움직였다.
“그래, 앨리스 양. 할 마음 있나?”
그녀가 그를 보았다.
그가 그녀를 보았다.
앨리스가 웃었다.
그의 침실은 꼭대기 층에 있었는데, 바닥이 차분하게 삐걱거렸고 나이 많은 오크나무의 옹이 진 가지들이 물결치는 초록색으로 창문을 가득 채웠다. 아침이면 앨리스는 그와 얼굴을 마주하고 누워서 빛나는 갈색 홍채를 빤히 보며 그렇게 많은 생일과 전쟁과 결혼과 대통령과 암살과 수술과 수상과 책을 겪고도 어떻게 이토록 생생해 보이는지, 어떻게 이토록 맑고 기민한지 감탄하며 한숨을 쉬었다. 두 사람이 산 세월을 합치면 97년이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그의 세월과 자신의 세월이 헛갈렸다. 밖에서 새들이 태평하게 쑥덕거렸다. 앨리스는 햇빛이 얼굴에 닿으면 일어나 앉아서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뺨에 베갯잇 주름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녀가 벤치로 돌아와보니 가브리엘라가 에즈라의 목도리를 들고 그를 일으키는 중이었다. 태양은 콜럼버스 애비뉴의 고층 건물들 뒤로 사라졌고 갑자기 내린 어스름 속에서 주변 모든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에즈라는 바람을 등지고 서서 코듀로이 바지를 입은 다리 사이에 지팡이를 끼우고서 재킷 지퍼를 잠그려고 애썼다. “아니, 아니.” 가브리엘라가 도우려고 하자 그가 조용히 말했다. “내가 할 수 있어.” 신풍나무들 때문에 작아진 그는 자기 아파트라는 밀폐된 피난처에 있을 때보다 더 작고 연약해 보였고, 다른 사람들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가 앨리스에게도 잠시 보였다. 노쇠한 늙은이와 시간을 낭비하는 건강하고 젊은 여성.



















